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撤收政治

이경희330 2016. 7. 1. 00:38



사퇴하는 안철수 대표는 “이번 일에 관한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이 ‘책임’인가?.

안철수 대표는, 사퇴를 통해 대표로서의 ‘책임’을 진 것일까.

 

안철수 대표는 이번 리베이트 건에 직접적으로 연루되지는 않았다. 고발 주체인 선관위도,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도 안철수 대표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안철수 대표가 지겠다는 ‘책임’은 피의자로서의 책임은 아니다. 그가 지겠다는 책임은 당대표로서의 책임이다.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당을 잘 관리하지 못했다는 책임과, 당에 소속된 사람들을 잘 이끌지 못했다는 책임, 그리고 당의 부정부패를 잘 감시하지 못했다는 책임이다.

 

당연한 이야기다. 안철수 대표는 그 정도의 책임감을 느꼈어야 했으며, 실제로 아주 적절한 정도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책임을 지는 방식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사퇴’였다. 그는 당대표직을 내려놓는 방식으로 책임을 졌다.

 

이것은 안철수 대표가 자주 무시하는 하나의 헌법정신에 대한 문제다. 모든 사람은 법원에서 형을 확정받기 전까지 무죄로 추정된다. 고로 김수민 의원도, 왕주현 사무부총장도, 박선숙 의원도 아직 무죄다. 그들이 구속되었거나, 얼마만큼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는지는 유무죄 여부와 아무런 관계를 갖지 못한다.

 

물론 법적 책임과 도의적 책임의 영역은 다를 수 있다. 법적으로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더라도, 도의적 책임을 질 수는 있다. 하지만 도의적 책임은 도의적 부분에서만 져야 한다. 단순히 당의 누군가가 부패 사건에 연루됐다는 ‘도의적’ 책임이 당대표직을 내려놓는 ‘공적’ 영역까지 침범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안철수 대표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고민해봐야 할 두 번째 지점이다. 설령 누군가 유죄 판결을 받았더라도, 책임을 지는 데 ‘사퇴’라는 방식은 적절한가.

 

그는 국민의당 대표다. 당을 이끄는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다. 만약 당 안에서 누군가가 부정부패에 연루됐다면, 당대표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이것은 그의 리더십 철학과도 관련이 있는 부분이며, 잠재적인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안철수 대표에게 특히 중요한 문제다.

 

대표로서 당 차원에서의 징계도 이끌지 못했고, 그렇다고 사법적 처벌을 막아세우거나 적극적으로 협조하지도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동대표 두 명은 대표직 사퇴라는 결정을 내렸다. 사건 수습과 대응은 이제 꾸려질 비상대책위원회 박지원 대표진의 책임으로 넘겨졌다.

 

자기 아래서 벌어진 모든 일들을 확실히 수습한 뒤에야 그의 사퇴가 무책임하지 않을 수 있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 사퇴라는 명분만 쌓는 것은, 그가 져야 할 정치적 책임을 오히려 저버리는 일이다.

 

결국 국민의당에는 수습할 수 없는 혼란만 남았으며, 사건에 대한 대응은 완결되지 못했으며, 누구도 무엇이 진실인지를 확신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안철수 대표의 정치에는 언제나 ‘철수 정치’라는 비판이 따라붙는다. 명확하게 일을 처리하지 않고 늘 자리를 떠나는 식의 ‘철수(撤收)’ 정치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야말로 ‘철수 정치’의 민낯이 아닌가 생각한다.

대표로서 수습과 대응은커녕, 검찰 수사라는 사실 하나만을 근거로 당대표에서 물러났다. 그가 직접 만든 정당임에도, 그의 행동에선 어떠한 책임감도 찾아볼 수 없다.

 

대권 국면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부정부패라는 불리한 이미지를 빨리 떼어내고 싶어서 그랬을까. 안철수 대표 개인의 지지율도, 국민의당의 지지율도 사건이 벌어지는 내내 폭락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치란 그런 숫자 놀음이 아니다. 누가 위기 상황을 더 잘 관리할 수 있고, 누가 헌법정신을 존중하고 있으며, 누가 정확한 시점에 제대로 된 책임을 질 수 있는가는 지금 당장의 숫자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안철수 대표는 명실상부한 차기 대권 주자다.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리더십이, 대한민국을 총괄하는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적합한가. 어쨌든 대통령이란, 검찰이 측근 한 사람을 수사한다고 해서 내려놓을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리더로서의 책임은 후퇴보다는 전진으로 져야 하는 법이다.

 

안철수 대표는 이번에도 본인의 치명적인 약점 하나를 노출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