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학부생 전국 최대 규모
“청주대가 특성화에 역점을 기울이는 분야는 국제화이며, 그 중에서도 중국어입니다.”
김윤배 청주대 총장이 선택한 특성화 전략은 ‘전국에서 중국어를 가장 잘하는 대학’이다. 모든 대학이 주력하는 ‘영어’ 보다는 ‘중국어’ 교육을 강화해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4년제 대학에서 중국어회화를 교양필수 과목으로 도입한 대학은 청주대가 처음일 겁니다. 영어로는 서울의 명문대를 이기기 힘들지만, 중국어는 다릅니다. 요즘 대학생들은 공통적으로 한자에 취약합니다. 영어로 (명문대를) 따라 잡기 힘들면 중국어로 가자는 얘깁니다. 취임 직후 한 학기 동안 의무적으로 중국어회화를 듣도록 한 것도 이런 전략에 따른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흥미를 느끼는 학생들은 중국통상학과 같은 중국관련 전공을 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2001년 12월 청주대 제6대 총장으로 취임한 김 총장은 취임 직후부터 국제화에 힘을 기울였다. 특히 2002년부터는 직접 중국 현지 고등학교를 찾아가 명함을 돌리며 학생 유치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2004년 처음으로 중국 학생 136명을 유치했고, 2005년 330명, 2006년 505명, 2007년 563명 등 해마다 숫자를 늘려갔다. 2007년 9월 현재 청주대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 학부생(1251명)을 보유한 대학이 됐다. 청주대가 외국인 학부생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적극적인 유치 활동과 함께 인프라 확충에 힘썼기 때문이다.
“외국인 학부생 유치 노력을 기울이면서, 제일 먼저 기숙사부터 지었습니다. 3인 1실인 기숙사는 외국인 학생 2명과 내국인 학생 1명이 한 방을 쓰도록 했지요. 2002년 기숙사 공사를 시작해 2004년 3월 완공했는데, 이때부터 외국 학생들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외국인 교원도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도록 해 강의시간 외에도 언어와 문화를 익힐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히 주방에 중국 요리를 할 수 있는 시설들을 마련했더니 다른 학교에 다니는 중국 학생들도 소문을 듣고, 우리 학교로 찾아왔습니다.”
청주상과대학으로 출발한 청주대는 전통적으로 상경계열에 강점을 갖고 있다. 김 총장의 ‘중국 전문인력 양성’은 기업 활동에 비중이 큰 중국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해 과거의 명성을 잇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김 총장이 취임 직후부터 힘을 기울인 중국학생 유치는 대체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다만 외국인 학부생의 98%가 중국에 쏠려 있고, 외국인 학부생에 지급되는 장학금이 내부적으로 학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김 총장은 이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자신의 생각을 풀어냈다.
적립금 1800억원 대학발전 원동력
“취임 직후부터 방학동안 학생들을 외국에 보내는 교환학생제도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1년에 300여명의 학생들이 나가고 있습니다. 19개 국제화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6개월~1년간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으로 학생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IT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은 인도로, 어학을 배우려는 학생은 러시아, 일본, 중국으로 나갑니다. 특히 중국통상학과는 3학년 전체가 1년간 중국 산동대로 가 공부를 합니다. 우리 대학이 중국어에 역점을 두고 있지만, 국제화 시대이니 만큼 영어권 국가와의 교류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미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지에 보내는 교환학생 규모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외국인 학생에 대해서는 등록금을 싸게 책정, 국내 학생에 대한 역차별을 두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김 총장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사립대 보다 등록금이 훨씬 싼 국립대들도 외국인 학생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립대와 경쟁하려면 등록금을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립대에 지원되는 예산은 국민 세금입니다. 국립대가 외국인 학생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등록금을 받는 것은 국민 세금으로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을 지원해 주는 것밖에 안됩니다.”
올해로 개교 60주년을 맞는 청주대는 1947년 6월6일 청주상과대학으로 문을 연 ‘광복 1호 대학’이다. 4년제 대학으로서는 광복 후 처음 설립된 대학이기 때문이다. 1951년 피난지 부산에서 교명을 청주대학으로 변경해 대학 종합화의 기틀을 다졌고, 54년엔 단과대학 최초로 대학원을 설치했다. 이어 개교 10주년이던 57년에는 지금의 청주 캠퍼스로 이전했다. 1981년 종합대로 승격된 청주대는 2007년 현재 24개 학부(53전공) 5개 학과, 4개 대학원에 재학생 1만3000여명 규모로 발전했다.
2001년 12월 김윤배 총장이 취임 한 뒤엔 ‘질’적으로도 성장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대학 적립금이다. 지난 12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최순영 의원이 교육부로부처 제출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청주대의 적립금 규모는 1800억원. 전국 4년제 사립대 중 이화여대, 연세대, 홍익대에 이어 4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김윤배 총장이 취임하던 당시만 해도 청주대의 적립금 규모는 500억원이 채 안됐다. 김 총장이 IMF 직후 높은 금리를 이용, 자산운영에 힘을 기울여 적립금 규모를 늘렸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ISO 9001인증 획득으로 행정을 효율화 시키고,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줄였다. 기숙사·새천년종합정보관·사회과학사범대학을 신축하며 최대한 비용을 아낀 점도 대규모 적립금 조성에 도움이 됐다.
“건물신축에 대한 입찰은 철저히 경쟁 입찰을 통해서 최저가를 낙찰해 왔습니다. 학생 기숙사는 설계가가 248억원이었으나 반값인 152억원에 건립했고, 사회과학사범대학은 259억원의 설계가를 164억원으로 낮췄습니다. 대신 부실 공사를 막기 위해 건설협회에서 공시하는 ‘시공능력’ 20위 안에 드는 업체만 입찰제안서를 내도록 했습니다. 감리도 동문이 경영하는 지역 업체에 맡겨 철저히 했지요. 이런 노력으로 여러 건물을 신축하면서도 적립금을 조성할 수 있었습니다.”
로스쿨 유치에 700억원 투입 예정
‘적립금 조성’엔 김 총장 취임 이후 높아진 신입생 등록률도 한 몫 했다. 2003년 87%에 머물렀던 등록률은 2005년 98%, 2006년 9.82%, 올해 100%를 기록했다. 과거 공무원이나 직장인들의 학업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개설됐으나, 현재는 대졸자가 많아져 유명무실해진 야간학생 모집을 없애고, 주간으로 전환한 점이 등록률 증가에 도움을 줬다.
1800억원의 적립금은 향후 청주대 대학발전에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청주대는 현재 163억원이 투입된 예술대 실습관 신축공사를 비롯해 ‘국제화’와 ‘로스쿨 유치’를 위한 인프라 구축작업이 한창이다. 외국인 유학생 전용 기숙사와 외국인 교수 아파트, 한국어교육센터로 구성되는 방대한 규모의 ‘인터내셔널 타운’이 신축 중이며, 중앙도서관·7개 단과대학·산학협력관·공예관도 조만간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로스쿨 유치를 위해서는 연면적 1만2,311평방미터 규모의 교양관을 법학관으로 리모델링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김 총장은 “로스쿨 인가기준을 훨씬 상회하는 최고시설로 개축해 글로벌스탠더드에 맞는 교육환경을 제공할 것”이라며 “여기에만 약 35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두었다”고 밝혔다.
청주대는 이미 실무경력 교원 5명과 판·검사 출신 변호사 5명을 초빙, 20명의 전임교원을 확보했다. 또 미국 로스쿨 분야 3위에 랭크된 세인트루이스대, 일본 게이오대와 2~3년 전부터 자매결연을 맺고 교류해 오고 있다. 청주대는 향후 로스쿨 운영 재원으로 400억원 가량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이 돈은 로스쿨 재학생들의 장학혜택과 기숙사 제공에 소요된다. 전통적으로 강한 ‘사회복지’분야를 특성화한 점도 로스쿨 유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청주대 사회복지대학원은 중부권에서 최상위권에 해당합니다. 대전·충남을 통틀어 사회복지 분야의 박사급 인력이 대부분 청주대 동문입니다. 청주대 법대 57년 역사도 로스쿨 유치의 명분입니다. 검사장을 배출한 몇 안되는 지역대학 가운데 청주대가 있습니다. 여기에 동문들도 힘을 보태고 있고, 대학 최초로 직원노조가 동참을 선언했습니다. 청주대의 로스쿨 유치를 자신합니다.”
김윤배 총장은 ‘청암’ 김원근 설립자의 후손이다. 2001년 총장추천위원회를 통한 간선제 방식에 의해 총장에 선출됐다. 김 총장은 “무한경쟁에 놓은 대학 환경과는 무관하게 학내 분규로 쇠락해 가는 학교를 보며 위기감을 느껴 (총장에) 출마했다”고 말했다. 위기감을 느꼈던 만큼 대학혁신에 주력, 한 동안 내부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요즘 대학가에서 상한가를 치고 있는 CEO형 총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교육자와 최고경영자 중) 어느 한쪽에만 치우치면 곤란하다”고 답했다. 이런 시각을 바탕으로 그가 ’대학 혁신‘과 내부 화합‘을 균형감 있게 추진해 나갈 지 주목된다.
김윤배 총장은...
▲1959년 충북 청주 출생 ▲청주고교 졸업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청주대 대학원 졸업(경영학 석사) ▲영국HULL대학교 졸업(정치학박사) ▲청주경실련 자문위원 ▲대한 하키협회 부회장 ▲청주대 총장 ▲충북개발연구원 이사 ▲한국국제정치학회 명예이사 ▲국제PTP세계본부 이사 ▲한국정치학회 이사
<대담 : 이인원 회장 · 사진 : 한명섭 기자 · 정리 : 신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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