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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분신’을 싸게 드립니다”

이경희330 2009. 1. 9. 13:02

불교계, 진신 사리 판매 행위 드러나자 ‘발칵’…일부 사찰, ‘친견 법회’에 상업적 이용 당해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경북 봉화군 물야면 문수산 축서사에 안치된 진신 사리.
ⓒ축서사
부처님 몸에서 나왔다는 진신 사리가 암암리에 거래되는 것으로 나타나 불교계가 소란하다. 그동안 불교계에서 진신 사리 거래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미얀마, 스리랑카, 태국 등 주로 동남아 국가에서 들여온 진신 사리를 전국 사찰 등에 판매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워낙 비밀리에 거래되기 때문에 그 실상이 적나라하게 밝혀진 적은 없었다. 그런데 최근 불교계 신문에 ‘진신 사리 판매’ 광고가 실리면서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20일자 조계종 기관지인 <불교신문>과 24일자 <법보신문> <현대불교신문> 등 불교계 언론 3곳에 진신 사리를 팔겠다는 광고가 나왔다. ‘판매’라는 용어 대신 ‘나눠드린다’라는 표현을 썼으나, ‘보시금 30만원에 6과, 보시금 50만원에 12과’라며 구체적인 금액까지 제시하고 있다. 광고를 낸 사람은 경남 김해에 있는 한 사찰의 ㅊ스님이다. ㅊ스님은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까지 명기해놓고 상시 상담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광고에서 “부처님 진신 사리는 돈황 석굴에서 발견된 것이며, 사찰을 운영하는 주지 스님들만 모셔갈 수 있다. 사리를 직접 모셔가지 못하는 분을 위해 택배로 보내줄 수 있다”라며 배송 편의까지 제공한다고 밝혔다. 별도로 부처님의 치아 사리 2과도 확보하고 있으며, 특별 상담을 통해 모셔갈 수 있다고 했다. ㅊ스님은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를 수차례 방문하면서 3백여 과의 진신 사리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리의 진위에 대해서는 검증할 방법이 없어 확인이 불가능하다.

‘진신 사리 판매 행위’가 사실로 드러나자 불교계는 발칵 뒤집혔다. 가장 신성시해야 할 부처님의 신체가 거래의 대상이 된 것 자체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신문에 버젓이 광고까지 냈다는 것은 진신 사리 판매가 얼마나 만연되어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조계종 호법부에도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조계종은 광고가 게재된 후 진상 파악을 위해 호법부 승려 3명을 김해로 내려보냈다. 광고를 게재한 ㅊ스님은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조계종 승려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호법부는 ㅊ스님에게 사과 광고 게재를 요구했고, 그가 이를 받아들여 곧바로 해당 언론사에 사과 광고를 냈다.

그는 광고를 통해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사고파는 행위로 오해하는 광고를 낸 제자를 용서해주시옵소서”라며 참회의 뜻을 전했다. 그가 진신 사리를 판매하려고 한 것은 어려운 형편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2007년 9월14일에 법당으로 사용하던 천막에 원인 모를 불이 나서, 모시고 있던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불사의 명목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교계 신문에 광고 낸 스님은 용서 빌어

광고를 게재한 <불교신문>에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종단의 기관지에서 진신 사리 판매 광고를 실었다는 것에 불교계는 분노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승도 <불교신문> 광고팀장은 “업무 과실적인 측면이 크다. 부산 지사에서 광고를 수주했는데, 연말에 업무량이 겹쳐 일일이 확인하지 못해 생긴 일이다. 앞으로 광고 내용에 대해 자체 심의를 강화해서 재발되지 않도록 신경쓰겠다”라며 곤혹스러워했다. 호법부는 <불교신문>에 대해 구두 경고 조치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호법부 혜만 스님은 “이번에 문제가 된 스님이 조계종 소속이 아니어서 이렇다 할 징계를 내릴 수는 없었다. 다만, 스스로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 광고를 내는 것에도 순순히 따랐다. <불교신문>에는 종단에 해를 끼치는 광고를 게재할 경우 엄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앞으로 이런 행위(진신 사리 판매 등)가 있는지 예의 주시하겠다”라고 밝혔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부처님 진신 사리가 거래되고 있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앞서 말한 광고가 ‘생계형’이라고 한다면 ‘기업형’도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조계종 소속 단체에서 확인되었다.

2008년 8월쯤 한 단체의 간부에게 진신 사리 브로커가 찾아왔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를 지방에 있는 도장업자라고 소개하며 “한 사찰에서 부처님 진신 사리를 다량으로 확보하고 있는데 이를 상품화하려고 한다. 법인 등에서 쓰는 직인과 개인 도장에 진신 사리 1과씩을 넣어서 팔면 큰돈을 벌 수 있다”라며 사업을 함께 추진하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 단체의 간부는 “지방에 있는 사찰과 스님 등의 이름을 거론하며 진신 사리 상품화 계획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것이어서 돌려보냈다”라고 말했다.
이 브로커가 언급한 사찰에 ‘진신 사리 상품화 계획’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종무소 관계자는 “신성한 부처님의 신체를 판매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펄쩍 뛰었다.

불교 경전에 따르면 부처님이 열반하신 이후 8섬4말(약 16가마니)의 진신 사리가 나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모신 5대 적멸보궁이 유명하다.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중국 당나라에서 진신 사리 100과를 가져와 통도사, 봉정암, 상원사, 법흥사, 정암사 등에 나누어 안치했다고 한다. 이 중 정암사는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왜적의 노략질을 피해 통도사 적멸보궁의 진신 사리를 나누어 봉안한 곳이다. 이외에도 경북 봉화군 축서사, 강원도 고성 건봉사 등에도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봉안하고 있다.

경남 밀양에 있는 영산정사의 경우 부처님의 진신 사리와 제자들의 사리 등 100만과를 봉안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것은 부산 대각사의 경우 큰스님이 40년간 10개국과 교류하면서 모은 것이라고 한다. 2008년 8월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 문을 연 국제붓다사리박물관에도 부처님 진신 사리 등 수백 점이 전시되어 있다.
동남아 불교 국가에서는 흔한 일

최근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봉안하는 사찰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진위 논란이 대두되고 있다. 더욱이 진신 사리의 진위를 가릴 방법이 없기 때문에 가짜라고 해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부처님 몸에서 나온 진신 사리의 수량에는 엄연한 한계가 있는데, 국내는 물론 세계 곳곳에 있는 진신 사리를 합치면 그 수가 어마어마하다. 물론 불교계에는 부처님의 진신 사리가 증식한다는 말도 있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상상을 초월한다.
동남아 불교 국가를 다녀온 불교계 인사들에 따르면 “현지에 가면 ‘부처님 진신 사리를 가지고 있다’라는 광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현지에서 ‘기증서’ ‘증서’ 등을 발행하고 있지만 이것 또한 전적으로 신뢰할 만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는 시신을 화장한 후 유골분을 가지고 사리를 만들어 주는 사업도 성행하고 있다. 사리를 만들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인터넷에서는 이러한 광고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른바 ‘천옥’이라고 하는데 약 35분 동안 유골 분말을 기계에 넣고 고열로 녹이면 인공사리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유골 1구당 종이컵 3~4컵 정도의 분량이 나올 수 있고, 사람에 따라 백색, 회색, 연녹색의 세 가지 색상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신성한 경배의 대상이 되어야 할 진신 사리가 왜 진위 논란에 휩싸이는 것일까. 이에 대해 불교계에서는 ‘진신 사리 봉안’이 상업적으로 악용되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른바 ‘친견법회’가 신도들을 끌어들이는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진신 사리를 봉안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해당 사찰의 위상이 달라진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각 사찰에서는 앞 다투어 진신 사리를 모시려고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님은 “진신 사리는 부처님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이며, 고금을 막론하고 불자들에게 최고 경배의 대상이다. 부처님을 모시는 불자로서 일부 사찰의 승려들이 부처님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화가 치민다”라며 불쾌해했다.

   
▲ <불교신문>에 실린 진신사리 판매 광고(위)와 사과 광고(원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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