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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외환위기를 불러 경제를 부도 상태로 만들고 근로자들을 길거리로 내몬 책임이 적지 않다. 과거 금융기관들은 정치권과 정부의 영향력 하에 기업들의 방만한 차입경영과 불법 증식을 방조했다. 국민의 예금이나 세금을 기업들에 함부로 나누어 주며 부실경영을 한 것이다. 부실채권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경제개방의 바람이 불자 1997년 급기야 기업과 금융기관이 함께 무너지는 파국을 맞았다. 결국 국제기구의 도움을 받는 국치 속에 200만명에 가까운 근로자들이 정든 직장을 떠났고 160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남아 있는 이들이 그렇게 좋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는 걸까? 공적자금조차 제대로 갚지도 못한 금융기관들이 국민에게서 받은 자금을 흥청망청 나눠 써도 되는 것인가?
이제 금융산업은 국경 없는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각국의 경제운명을 좌우하는 전략산업으로 떠올랐다. 어느 나라 자본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따라 세계경제 판도가 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금융산업은 여전히 불안하기 짝이 없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외국자본의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주가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등 증권시장의 중심이 흔들리고 있다. 또 금융기관들이 기업금융을 회피해 경제의 성장잠재력까지 떨어지는 실정이다. 문제는 가계 부채의 부실화 우려다. 최근 가계부채 규모는 700조원을 넘어서면서 가구당 5000만원에 육박하는 지경이다. 경기침체와 고용악화로 가계 부문의 부채상환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가계 소득에서 주택담보 대출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5년 말 15%에서 작년 말 20%로 높아졌다. 가계발 금융위기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12%선을 유지하던 주요 은행들의 자기자본 비율이 최저기준인 10%선으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기관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크다는 것은 자신들이 일하는 금융기관을 스스로 쓰러뜨리고 경제를 다시 부도위기로 몰아넣는 자해행위나 다름없다. 금융산업에서 관건은 국제 경쟁력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전에 미리 첨단 금융지식과 기법을 개발해 외국 금융기관에 공세적으로 맞서야 한다.
우선 모든 금융기관들은 성과급제 등 능력과 실적에 따라 보수를 결정하는 제도를 도입해 도덕적 해이를 차단해야 한다. 그리고 돈벌이에 급급해 가계금융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기업금융을 확대하여 실물경제 발전을 이끄는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산업은행이나 우리은행 등 정부 소유 은행들은 한시바삐 민영화를 추진해 경쟁체제를 갖추게 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국내 금융산업 기반을 확충하고 국제경쟁력을 길러 세계시장을 상대로 무한경쟁을 펼쳐야 한다. 정부도 간섭을 최소화하고 자율경쟁과 인수합병을 유도해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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