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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구체적인 건설 계획을 담고있는 국토해양부의 내부 문건. |
ⓒ 김병기 |
| | [기사 보강 : 27일 밤 11시 20분]
'한반도대운하'에 대한 반대 여론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운하를 추진하기 위해 구체적인 일정과 전략을 세워둔 보고서가 공개돼 파문이 예상된다.
게다가 이 보고서는 그간 시민사회에서 우려했던 기업에 대한 각종 특혜와 불도저식 사업추진을 위한 법률 개정 등을 담고 있어, 총선을 앞두고 가뜩이나 여론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여권에 상당한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운하를 뺀 총선 공약을 지난 26일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반대여론이 확산되자 "운하에 대해 구체적인 스케줄이 없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 SBS >는 27일 8시 뉴스에서 운하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 계획과 전략까지 세운 국토해양부 내부 문건을 단독 입수해 공개했다.
< SBS >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주장하던 정부가 뒤로는 구체적인 추진 일정과 전략까지 세워둔 것으로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스케줄 없다"? 거짓말
우선 이 문건을 보면 "운하에 대해 아무런 계획이 없다"는 정부의 주장이 완전히 '거짓말'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부는 한국수자원공사, 산하 연구기관 관계자 등 17명이 참여하는 '검토반'을 구성(1.10)하여 각종 쟁점 및 관련 법령을 검토중"
또 이 문건은 "민간사업자의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타 민간제안사업 사례를 토대로 민간사업자에 대한 정부 지원 여부 및 규모를 조속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적시되어 있다. 결국 그간 반대론자들이 말해왔던 '경제성 없음'을 시인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민자사업이기 때문에 세금은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수차례 강조해왔지만, 이 역시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 보고서에 담겨 있다.
"물류기지, 관광단지 개발, 도시개발, 연계 인프라 구축 등 부대사업 제안시 적극 지원 검토"
결국 운하 자체를 통한 수익성 창출보다는 부동산 투기꾼과 주변 개발 이익을 노리는 민간 건설업자들의 이해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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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건에서는 민간사업자의 수익성 확보 방안 수립을 강조하고 있다. |
ⓒ 김병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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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 홍보 방안'까지 마련?
또 "사업 추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면서 설문조사 결과와 '관제 홍보 방안'까지 적시하고 있다. 즉, "반대논리에 대해서는 전문가 지원단을 구성해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사업추진 일정에 따라 국민 여론 수렴 방안 및 국민적 합의 도출을 위한 홍보 실행계획을 수립"한다고 적고 있다.
사업의 장기화에 대비한 방책도 마련됐다. "타당성 조사, 환경영향평가 협의 등 통상의 사업절차에 따라 추진할 경우 사업착수까지 3~4년 소요될 우려가 있다"며 "관련 법령 제·개정을 통한 절차 간소화 및 절차의 병행 시행, 사전 준비 등을 통해 2009년 4월 착공 추진"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가 '임기내 완공'을 위해 부실하게 문화재 지표조사를 하거나, 환경영향평가 등 약식으로 치룰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었다. 시민사회단체들의 우려가 이런 우려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방안들을 착착 진행시켜 온 것이다.
특별법 제정도 2가지 안으로 정리해 일목요연한 표를 만들었다. 제 1안은 '한반도대운하특별법', 제 2안은 '내륙주운법/민간투자법'이다. 또 운하 사업 활성화를 위한 각종 세금, 부담금 감면 규정을 둬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됐다.
문건에는 "임시조직인대운하 추진기획단'을 구성해 정규조직인 운하 지원팀과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면서 "기획단은 23명으로 구성하고 운하지원팀은 1팀 7명으로 구성한다"는 조직안도 적시되어 있다.
내년 5월까지 매월 추진 일정도 도표 형식으로 구체적으로 짜여있다. 이 표에 의하면 문화재 지표조사는 오는 5월부터 내년 1월까지 9개월이다. 발굴까지 포함하면 1년안에 마무리짓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5.8km의 청계천 구간의 문화재 지표조사와 발굴에만도 1년반이 걸렸다. 이보다 100배 넓은 지역을 1년만에 마무리하겠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는 것이다.
결국 시민사회가 그간 우려했던 것들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짜고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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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대운하 건설계획을 도표까지 그려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
ⓒ 김병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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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준비차원서 검토한 자료일 뿐"... 시민단체 "사기극 드러났다"
< SBS >가 이 문건을 보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정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내부문건'의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실무자가 한반도 대운하 사업 관련 민간제안에 대비해 준비 차원에서 검토된 자료의 하나"라면서 "확정된 정부의 정책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어 "대운하 사업은 그동안 수차례 밝힌 바와 같이 민간 제안서가 제출되면 관계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추진할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환경운동연합 안병옥 사무총장은 이 문건에 대해 "민간제안사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운하 건설 추진과 관련해 어떤 일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왔던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거짓말임이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총장은 이어 "정부가 민간을 원격조종해 민민갈등을 부추기는 대신 자신들의 정치적 부담은 회피겠다는 얄팍한 의도"라면서 "군사작전하듯이 밀실에서 사업 추진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은 5공 군사독재정권의 수법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신 운하백지화 국민행동 상황실장은 "정부는 운하에 대해 계획이 없다고 하고, 한나라당은 총선 공약에서 제외시켰는데 이런 구체적인 계획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보니 어이가 없다"면서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박 실장은 이어 "지난 대선 때도 자신들이 불리하니 공약집 구석에 처박아놨다가, 대선이 끝나자마자 인수위에 TF팀을 구성해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다"면서 "이번 총선 공약에서도 빠졌는데, 총선이 끝난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기 때문에 국민들이 알아서 판단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 위원장은 "청계천보다 100배 넓은 지역을 1년안에 문화재지표조사와 발굴까지 마친다면 세계 고고학 발굴사에 유래없는 해괴망칙한 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총선 공약에서 '운하'까지 뺐는데... |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토해양부의 업무보고가 진행됐던 지난 24일 40여쪽에 달하는 업무보고 자료에는 대운하와 관련해 단 한줄이 보고됐다.
"한반도 대운하를 국토종합계획에 반영하겠다."
<오마이뉴스> 기자가 국토부 운하지원팀 관계자에게 물으니 "한반도 대운하는 대통령 공약 사항으로, 여론 수렴을 거쳐서 하겠다는 기본 원칙만 있을 뿐, 아직 대운하와 관련된 어떤 지시도 내려온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이명박 운하'를 뺀 총선 공약을 26일 발표하면서 한마디했다.
"총선 공약에서 빠진다고 안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한다는 것도 아니라는 말을 수차례 했다."
강재섭 대표도 나서서 "운하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고, 급기야 "미친놈 소리를 들어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던 운하 전도사 이재오 의원마저도 기존의 태도를 180도 바꿔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나서서 "순수 민자사업이기 때문에 국민의 세금은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가진 스케쥴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보도된 문건으로 그간 정부와 여당이 사실상 거짓말을 해왔다는 것이 드러났다. 게다가 이번 보고서 내용은 그간 시민사회에서 우려했던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어 충격적이다. 이번 총선에서 쟁점으로 떠오르는 것을 막아보려 안간힘을 썼는 데 모든 게 다 수포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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