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왕 세종>에서 영상 '하륜'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는 연기자 최종원. 그 연배의 다른 연기자들처럼 그의 고향은 대학로 연극 무대다. 그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연극협회 이사장을 지냈으며, 이사장 시절 문화예술인들의 최저생계비 보장 요구 등 활발한 사회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
요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노무현 정권 인사 퇴진' 발언으로 문화예술계가 뒤숭숭하다. "대상이 됐던 분들께 죄송하다"는 유 장관의 발언으로 사태는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여진은 남아있다.
지난 23일 대학로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최종원씨는 유 장관 발언에 대해 "정치인들이 하는 부적절한 말"이라 일축하며 "(임기를 보장하지 않으면) 코드 인사 논란이라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연극 복지에 재산을 기부하겠다던 유인촌 장관은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또 "민예총이고 예총이고 출신은 중요하지 않다, 그동안 예총은 자신의 우월성만 주장했을 뿐 아무 것도 한 게 없다"고 지적하며 "능력에 따른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최종원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유인촌 장관, 언제, 얼마나 재산기부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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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배우 최종원. 재산 기부 발언을 한 유인촌 장관에게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
ⓒ 박순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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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노무현 정권 인사 퇴진' 발언으로 '완장 찬 돌쇠'라는 조롱을 받았다.
"정치인들이 하는 섣부른 부적절한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유인촌 장관은 그렇게 색깔이 뚜렷하지 않다고 봤는데 요즘 하는 걸로 봐선 자신부터 색깔이 너무 뚜렷한 거 아니냐. 자기가 코드가 있으니까 코드 인사 골라내자는 거 아닌가. 그런 면에서 본다면 유 장관도 조심해야 한다. 정치권이나 청와대에서 뭐라 하던 간에 전체를 바라보는 '문화예술인 유인촌'으로 남길 바란다.
이명박 대통령도 그랬고 유 장관도 연극 복지에 재산을 기부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시간 끌지 말고 빨리 기부해라. 얼마를 기부할지, 그것도 우리가 주시할 거다. 이왕 내놓겠다고 했는데 안 내놓을 이유가 뭐 있나. 요즘 그런 얘기 많이 한다. 내놓는데 언제 내놓는다는 얘기야? 넓은 아량을 먼저 보이면 그 땐 국민도 동참하고 실용주의가 뭔지 알 수 있을 거다. 내놔라, 내놓고 이야기하자."
-유 장관 발언은 어떻게 보나?
"단체장 임기제를 요구한 것도 전 정부의 야당인 한나라당이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물러나라, 코드 인사 빠져라' 이거는 근본적으로 말이 안 된다. 물론 김정헌 문회예술위원회 위원장이 문화연대 출신이지만, 거기는 각 위원들이 있는 위원회 중심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옛날처럼 위원장이 멋대로 하는 시대는 아니다. 그런데 물러나라 마라…. 물러나면 너희들은 누구할 거냐, 너희들도 입맛에 맞는 코드 인사 할 거 아니냐…. 이건 악순환이다. 임기는 보장해야 한다. 또 유 장관이 그런 총대를 멜 이유도 없다. 문화계는 일거에 뒤집을 수도 없을뿐더러 뒤집혀지지도 않을 거다. 그런 생각 가져서는 안 된다."
"문화인을 장관 시키면 문화정부?... 참여정부 문화정책도 미흡"
- 연극협회 이사장으로 있을 2002년 당시 정치권에 '문화 대통령을 원한다'며 공동공약을 제안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김대중 대통령 선거 찬조 연설까지 했고 참여정부도 개인적으로 지지했다. 그렇게 문화대통령을 바랐지만 문화대통령으로 탈바꿈해 보여줬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문화인을 장관 시키면 문화정부냐, 그것도 아니다.
유 장관은 총대 메고 앉아가지고 코드 인사 물러나라고 아우성이나 치고 있고…. 뭐 전 정부의 단체장들이 국가에 반하는, 국가를 해하는 일을 할 사람들도 아니고…. 그런데 코드 정부에서 코드 인사한 사람은 물러나라고 한다. 이래 가지고는 문화정책의 변화하고는 멀어지는 거다. 별 다른 의미 없이 계속 지껄이고 있다는 생각밖에는 안 든다."
- 참여정부 때 이창동·김명곤 등 문화계 출신이 문화부 장관을 했는데 미흡했나?
"그렇다.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문화정책은 전무했다. 사실 연극은 전 세계 어디서나 헐벗고 굶주리는 일이다. 어려운 측면의 지원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이냐, 연극의 바탕을 어떻게 튼튼하게 할 것이냐, 이런 걸 정책적인 면에서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문화정책이 부재했다. 김대중 정부 때 좀 활성화됐다가 참여정부에서는 없다시피 했다. 지금 정부도 문화정책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그 기조 위에서 본다면 별 효과가 없지 않겠나."
- '장관' 유인촌에 대한 평가는?
"글쎄. 그 사람이 어떻게 해나갈진 모르겠지만 쌍수 들고 환영한다거나 큰 정책의 변화 같은 건 기대하지 어렵지 않겠나."
- '자연인' 유인촌은 어떤 사람인가?
"빈틈없이 자기 인생을 살아왔고 살아가는 사람 아닌가. 그런데 이번 신임 내각 때 까발리고 나니깐 그 정도 재력이 있다는 걸 알았다. 사실 문화부 장관했던 이창동이나 김명곤은 능력 검증에서 문제가 됐으면 됐지, 재산 가지고 그러진 않았다.
또 유인촌씨는 30여 년 탤런트 생활하면 이 정도는 보통 아니겠느냐 이랬다. 물론 난 (드라마 말고) 연극 많이 했지만, 그래도 '연기자 생활해서 140억 벌었다' 그건 무리가 있는 대답이다. 인촌이는 적은 돈 벌어왔겠지만 그 부인이 돈 버는 부분으로 활동하지 않았겠느냐, 그렇게 생각한다."
"문화예술계 1% 만 혜택... 나머지는 최저생계 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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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배우 최종원. "30년 만에 전세방 생활 청산한 나 같은 사람은 그나마 성공한 사람이다. 대부분 연기자들이 최저생계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
ⓒ 박순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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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은 그래도 드라마 하면 괜찮지 않나?
"쉬운 얘기로 3대 방송국 사극 있지 않나? 거기서 대감이나 내시 같은, 40대 중반 이상의 연기자들은 생활이 어려운 지경이다. 그만큼 1%만 누리는 혜택일 뿐 생활 위협받는 사람들이 80% 넘는다.
방송국은 외주를 많이 주니까 외주는 프로그램 따려고 인기있는 배우를 쓴다. 주인공들이 2000, 3000 많게는 5000까지 받으면 한 회당 제작비의 근 60~80%를 차지한다. 나머지로 조연부터 엑스트라까지 돈 주려면 감당할 길이 없다. 설령 드라마가 인기 있다고 해도 제작사는 망하는 이런 결과가 된다. 이건 앞으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 연기자들이 스스로 싸워야 하지 않나?
"연기자들 약점이 선택 당한다는 거다. '텔레비전 안 들어오면 연극하지' 이렇게 배포 있게 생각하면 괜찮은데 당장 생활 생각하고 그러면 말을 못 한다, 뒤에서 속앓이만 하는 거지."
- 연극협회 이사장 시절 문화예술인들의 최저임금보장제를 주장했다.
"국가 정책으로 문화계도 4대 보험 혜택 받게 해야 한다. 우리들이 퇴직금이 있나? 뭐가 있나? 고정 월급도 없고 국가 보장도 없고…. 일반 국민들이 받는 혜택만큼이라도 받아야 하지 않겠나.
요즘 너무 쉽게 국가적으로 몇조원이다 몇천억이다 이런 얘기를 꺼내는데 사실 문화계 문제도 몇천억이면 커버가 된다. 5000억 정도면 문화예술계에 최저임금제나 4대 보험 같은 거 할 수 있다. 그걸 당장 달라는 것도 아니고 타당한지 검토해 보고 할 수 있다면 문화예술계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 최종원씨 개인 사정은 어떤가?
"나도 30년 전세방 생활했다. 지금 나이 육십에 겨우 집 한 채 마련했다. 그게 전 재산이다. 그래도 난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비바람 막아주는 집이 있으니 성공한 거다. 리어카에 짐 싣고 이사 가던 그걸 면했으니까. 남들이 이런 날 부러워하는데 내가 부러워하는 당신들이야 오죽하겠냐, 양심을 가져라. 이런 얘기하고 싶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오십대 그룹이 있는데 만나면 신세 한탄만 한다. 너 어디 출연하니, 넌 어디? 자식들 크고 부모 아프고 하면 감당할 길이 없다. 의료보험도 받을 수 없으니."
민예총은 빨갱이, 그럼 예총은?... 예총, 기득권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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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예총 출신이 하나도 없을 때 예총은 뭐했나. 출신보다는 능력이 먼저다." 문화예술계 내의 코드 인사 논란에 대해 질타한 연극배우 최종원. |
ⓒ 박순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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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 예술계에도 좌우가 있나?
"흔히 민예총을 '좌'라 그러고 예총을 '우'라 그런다. 문화예술위원회 전 위원장, 현 위원장 전부 민예총·문화연대 소속이었다. 그 때도 예총이 걸고 넘어갔다. '좌파 너무 우대하는 거 아니냐, 우린 뭐냐.'
그 때 내가 반대를 했다. 그럼 지금까지 민예총 출신이 한명도 없을 때 예총은 잘했냐? 나도 예총 출신이고 예총에 몸담고 있지만 그렇게 말할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 어느 출신이냐 보다는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검증하는 게 먼저다. 그 사람이 잘못하면 우리가 마땅히 들고 일어나고, 잘하면 밀어주고 가야지, 민예총 출신이면 좌파고 나쁘냐? 하지 말아야 할 사람인가? 그게 아니지 않느냐, 넓게 생각하자.
지금까지 민예총하면 없는 자의 편에서 강성 발언도 많이 했고 그런 연극도 많이 해서 집권당에서 봤을 때는 '선동하는 거냐' 이렇게 보기도 했다. 그럼 예총은 뭐냐. 정권이 바뀌고 어떻든 간에 아무 생각이 없었다. 단 예술계 모든 부분에서 예총의 우월성만 얘기할 뿐이었다. 정말로 없는 사람, 아프고 고통에 있는 사람 대변해서 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 출신이 아니라 능력이 먼저라는 건가?
"그렇다. 민예총 출신이 좌파 정권에 코드 인사면, 예총 출신이 해야 우파고 집권당에 맞는 코드 인사냐. 그렇게 해선 안 된다. 언제까지 좌파니 우파니 하고 있을 건가. 전라도니 경상도, 충청도로 나눠서 세몰이 하는 정치꾼들이 하는 짓거리랑 다를 게 뭔가."
- 정치권 기웃거리는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생각은?
"정치권을 기웃거리든 말든 그건 각자 취향이지만, 실질적으로 비례대표제라는 게 직능대표다. 계파끼리 나눠지는 게 아니고…. 누가 힘 좀 썼다고 해서, 같은 교회 다닌다고 해서, 같은 땅부자라고 시킨다든가, 이런 건 곤란하지 않겠나.
최근 예총 위원장 선거가 있었다. 후보로 나온 모 인사가 소망교회 다니니 밀어주면 비례의원 받을 수 있다는 여론이 확산됐다.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게 한심스러웠다. 지켜볼 것이다. 그 인사가 능력이 있어 비례의원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소망교회 다닌다는 것으로 의원이 된다면 웃기는 일이다. 지켜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