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한국교회는 닮은꼴이다. 한국교회가 외치는 '복음'과 '부흥'은 천민자본주의와 닮았다. 신자들은 교회에 다니면서 잘 먹고 잘 살기를 간구했고, 교회는 '믿는 대로 된다'고 가르치면서 교회의 몸집을 키워왔다. 교회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의 개발과 성장에 대한 열정은 어쩌면 이 같은 신앙생활 속에서 싹텄는지도 모른다. 용산참사가 일어난 당일 바로 그 시각, 대한민국 정치 1번지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는 한나라당 기독인회 조찬기도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 기도회 설교자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교단이면서 장자교단이라고 자처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총회의 수장인 최병남 목사(대전중앙교회)였다. 최 목사는 이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박정희처럼 존경 받을 줄 믿는다!"고 설교했다. 그리고 "경제대통령이 당선된 것은 하나님의 계획"이라는 말까지 쏟아냈다. 이른바 '명비어천가'의 극치를 보여준 셈이다. 최 목사는 이어서 "우리 의원님들, 아무리 좌파들이 난리 쳐도 걱정 마세요"라며 한나라당 의원들을 격려했다. 최병남 목사의 말은 이 땅의 많은 기독교인들의 생각을 대변한다. 특히 개발과 성장의 혜택을 입어서 교회 규모를 키우는데 성공한 목사들은 대개 최 목사의 말에 쌍수를 들고 환영을 표할 것이다. 이들은 장로가 대통령이 된 것 만으로도 종교적 허영심을 만끽하며, 성장과 개발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희열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기독교에 대한 사회적 신인도가 최악으로 추락해도 여전히 기독교는 최고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 비타협적인 우월의식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하락해도 여전히 세상에서 제일 정치를 잘하는 대통령은 소위 하나님께서 함께 하는 장로 대통령인 것이다. 하지만 현 정권에 대한 국민 여론은 시시각각으로 나빠지고 있다. 각종 시위 현장에서는 모든 비판의 화살이 대통령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대통령 불신임을 목적으로 하는 모의투표가 진행되기도 하고, 유신독재 시절에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를 외쳤던 종로5가 '목요기도회'가 부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시대를 고민하는 기독교 진영에서는 이 시대가 30년 전으로 회귀하고 있으며, 한국교회의 모든 부정적인 요소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며 하루속히 교회 개혁이 일어나야 한다는 뼈아픈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용산참사기독교대책위원회는 대통령을 향해서 '공의로운 정치를 해 달라'는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 대책의 박철수 목사(분당 두레교회)는 "'장로 대통령'을 만들었더니, 오히려 사회가 30년 전으로 회귀한 것 같다"는 비통한 심경을 드러내며 "기독교는 가난한 자의 편에 서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한민국 교회의 장로이자 대통령인 만큼 성경적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 성서한국 구교형 사무총장도 "하나님을 믿는다는 장로가 대통령이 됐는데도, 이 땅에 공의는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며 "사법기관인 검찰도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외면하려 한다"고 했다. 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정상복)와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등 30여 개 단체로 구성한 용산철거민참사기독교대책회의는 최근 한국교회가 누구보다 용산참사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문대골 목사(예수살기 상임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외치는 자본주의·성장주의 등 모든 게 따지고 보면 한국교회가 만든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용산참사로 인한 희생자들과 국민을 향해 사과했다. 문 목사는 "한국교회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성장만을 위해, 교회 건물이 커지기 위해 특별집회를 열었다. 결국 성장이 한국교회 철학이 됐다"며 "한국교회 유전자 그대로 낳은 것이 이명박 대통령이다"면서 용서를 빌었다. 그는 한국교회가 회개하면 이명박의 성장주의를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제2, 제3의 용산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한국교회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이 회개하자고 권면했다. 역시 김경호 목사(들꽃향린교회)도 "한국교회가 개발주의와 성장주의에 앞장선 것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또 이명박 정부가 국민 전체의 합리적인 중재자라기보다는 개발업자 편에서서 용산 철거민들을 폭력적으로 억압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토지정의시민연대 이태경 사무처장은 "용산재개발 구역에서 발생한 개발업자들과 철거민 간의 다툼은 기본적으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인(私人) 간의 쟁의였다"고 전제하고 "이명박 정부는 이들이 타협과 대화를 통해 합의에 이르도록 중재하고 조정을 하는 역할을 했어야 옳았지만 개발업자 편에 서서 철거민들을 폭력적으로 배제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꼬집었다. 이 사무처장은 또 "이명박 정부는 합리적인 중재자가 될 마음은 고사하고 공정한 심판의 입장에서 개발업자와 철거민 사이의 조정을 지켜볼 마음도 없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정부를 향한 비판은 현재 한국교회 상황에도 대부분 유효하다. 이명박 정부와 한국교회가 서로 닮은꼴인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예장합동 총회장 최병남 목사처럼 '이명박 대통령이 잘하고 있는데 좌파들이 방해하고 있다'는 죽은 신념을 고수하기보다, 정말 낮은 자리에서 섬기는 자세로 돌들이 외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
이승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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