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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며느리

이경희330 2007. 8. 25. 15:24
세상 좀 사신 분들은 벽에 똥칠하는 노인들을 기억할 것이다. 이런 노인들을 과거에는 대부분 어머니 혹은 며느리들이 모셨다. 그 때는 의료시설도 미비했고, 집이 바로 양로원이었으며, 또 병든 부모님을 그렇게 모시는 것이 삶의 미덕으로 간주되던 시대였다. 이제는 그런 며느리가 사라졌다. 더욱이 이 곳 미국에는 그런 며느리의 이야기는 전설 속에 묻혀있다.

그렇다고, 요즘 노인들이 중풍이나 치매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 반대로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고 있기에, 이런 퇴행성 질환으로 고생할 확률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노인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돌볼 수 있는 지금의 며느리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이 며느리를 long-term care라고 하고, 이 제도의 근간은 사랑이나 봉사가 아니고, ‘돈’즉 개인의 경제적 능력에 기초를 둔다. 가진 돈으로 과거에 며느리가 무료로 봉사하던 일들을 전문일꾼들로 대체하고, 돈이 없어서 더 이상 일꾼들을 고용할 수 없을 때는 양로원에 들어가서 정부 돈으로 지내다가 이 세상을 마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우리가 모두가 앞서니 뒤서니 하면서 거쳐 가게 된다.    

혹 사람들은 의료보험 혹은 매디캐어 (medicare)를 갖고 있으면, 제반 의료비용들은 이들 보험을 통해서 해결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왜 피땀 흘려 모은 돈을 long-term care 비용으로 전부 날리고, 나중에는 빈털터리가 되어서 정부의 도움을 받아야하는지 궁금해 할 것이다. 이런 의문에 답하기 위해서 우선 우리가 늙어 병들 때, 어떤 도움이 필요한가를 생각해보자.

지금의 의료보험이나 매디캐어 같은 것은 질병이 발병되었을 때, 그 치료를 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의료보험제도가 보상하는 범주는 대부분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인들이 (즉 의사, 간호사, 물리 치료사 등등) 제공하는 전문 의료행위에 국한된다. 즉 의사 진료, 검사, 약, 수술, 입원, 물리 치료, 재활 치료 등등이 여기에 속한다. 의료보험제도란 각 보험가입자가 납입한 보험료를 모아서 발생하는 의료치료비를 지불하고 이익금을 남기는 영리단체이다. 그래서 경험했다시피, 어떤 치료를 어떻게 받는지는 의료보험 약관에 자세하게 명시되어 있고, 또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 치료의 당위성을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다. 즉 본인이 아프다고 항상 치료를 받고 그 치료비가 보상되는 것이 아니고, 해당 보험제도가 감당할 수 있는 치료 가능한 질병에만 국한한다.  

그런데, 늙고 병든 사람에게 항상 이런 전문 의료인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많은 경우 완치가 불가능한 고질병을 앓고 있기에, 전문 의료인에 의한 치료보다는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손발이 필요하다. 즉 부축해서 산보도 같이 가고, 식사 준비도 해 주고, 목욕도 도와주는 그런 크고 작은 도움이 일상생활 속에서 요구된다. 이제는 이런 도우미역의 며느리가 없기에, 외부 용역을 이용해야 되는데, 이런 비의료인에게 지불되는 인건비의 대부분은 의료보험이나 매디캐어에서 보상 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자기 돈으로 지불하든지, 아니면 가족이나 친구의 도움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불편하게 지내다가, 매디케이드 (medicaid)의 자격이 주어질 때, 정부 돈으로 양로원에 입소하는 것이다.

대충 65세 이상인 분들의 약 60%정도는 살아가면서 이런 long-term care가 언젠가는 필요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제까지는 대부분의 한인 노인층은 자녀와 같이 미국에 와서 전적으로 자식에 의존해서 살아왔기에 다소 변화는 있어도, 종래 한국 전통적인 자식과 부모의 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더욱이 대부분의 이런 부모들은 재산도 없고, 소득도 없기에, 자식들이 곁에서 돌보면서, 정부의 보조금 즉 medicaid로 생활해 왔다.  

이제부터는 그 이민세대가 노인층으로 이동을 하고 있다. 많은 그들 자녀들은 미국에서 나서 자랐으며, 부모와의 관계가 한마디로 미국식이다. 또 그동안 노력으로 다소간의 재산도 축적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이민세대의 노후 준비는 그들 부모세대와는 달라야하며, 또 미리 계획되어야 한다.  

미국은 노인 복지에 관해서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갖고 발전 시켜왔기에, 한국보다는 많은 선택이 있다. 요즘 아파트를 중심으로 핵 가족화된 한국의 노인문제는 미국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대체적으로 미국 long-term care는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1) 자기 집에 거주하면서, 필요한 사람을 부르거나 특정 서비스 제공 받는 것, 2) 노인 요양 시설이 제공되는 곳에서 독립적으로 거주하면서,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적으로 받는 것 (예, 식사제공, 의료진, 청원경찰 상주 등등), 그리고 3) 양로원. 미국 사람들은 이런 기존 시설을 잘 이용하면 노후에 큰 어려움이 없다. 또 이네들은 어릴 때부터 이런 제도를 이용하는 것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기력이 쇠해지면 이런 제도적인 시설들을 선별적으로 자연스럽게 활용한다.  

하지만 한국인에게는 상황이 같지가 않다. 이런 기존 제도 속에 소수 민족으로 들어가서 단체 생활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언어와 음식, 생활 습관이 달라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노인에게 가장 극복하기 어려움들 중 하나가 외로움이다. 몇몇 친한 이웃사촌을 가까이 두고, 자연스런 모국어로 사사로운 일상생활의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면서, 하루하루를 소일할 수 있다면, 그보다 효과적인 long-term care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다음 글에서 미국에 있는 기존 long-term care 제도와 시설들을 알아보고, 우리 한인들이 큰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인지 알아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