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journal경제

한화, 김승연 회장 일가에 계열사 실적 몰아주기?

이경희330 2009. 6. 24. 23:54

한화그룹이 김승연 회장 일가의 이익을 위해 계열사를 헐값에 회장 일가에 넘겼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배주주 일가가 계열사의 사업 기회를 유용한 행위라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는 24일 '경제개혁이슈' 리포트를 내 "김승연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헐값에 매입한 한화에스앤씨가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한 계열사 지분을 타 계열사들로부터 인수하는 거래가 지속되고 있다"며 "지배주주 일가의 사익실현을 위해 계열사가 얻을 이익을 그룹이 포기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 김승연 회장 ⓒ뉴시스
3만 원 주식 5000원에 매각?

경제개혁연대가 제기한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 한화에스앤씨 주식이 총수일가에 헐값으로 매각됐다는 것과 한화에스앤씨 자회사 수익이 그룹 이익으로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화에스앤씨는 네트워크 구축 및 컨설팅서비스, 소프트웨어 개발과 정보처리기술에 관한 서비스를 주요사업으로 하는 회사로, ㈜한화의 전산사업부문을 분리해 ㈜한화와 김승연 회장이 각각 66.67%, 33.33% 출자해 2001년 설립했다.

지난 2005년 6월 17일 ㈜한화 이사회는 보유한 한화에스앤씨 지분 전량(40만 주, 66.67%)을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씨에게 주당 5100원에 매각했다.

▲ ⓒ프레시안
경제개혁연대는 매각 가격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신희진 연구원은 "㈜한화 이사회는 주당 가격이 DCF법(미래현금흐름할인법)에 따라 평가돼 적정하게 산출됐다고 했으나 경제개혁연대가 똑같은 방법으로 내외부 전문가들에게 의뢰한 결과 2005년 당시 한화에스앤씨 주식가치는 최저 1만1669원, 최고 3만308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총수일가에 한화에스앤씨가 헐값으로 매각돼 ㈜한화가 손실을 입었다는 뜻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손실액 규모가 최소 26억 원, 최대 1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 ⓒ프레시안
한화에스앤씨는 지난 2004년을 제외하고 매년 큰 폭의 이익증가를 이룬 안정적인 회사다. 매출액의 55.48%(2008년 기준)가 ㈜한화와 한화건설 등 한화그룹 계열사에서 나온다. 경제개혁연대는 "설립 이후 줄곧 영업이익을 내던 한화에스앤씨가 유일하게 적자를 낸 2004 회계연도 직후 거래를 한 것도 평가가격을 낮출 수 있는 시점을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한편, 이 거래가 있기 직전 김승연 회장은 보유지분 전량을 차남과 삼남인 김동원, 동선 형제에게 양도했다. 김동관 씨가 ㈜한화 지분을 인수함에 따라 현재 한화에스앤씨 지분은 그룹 총수의 세 아들이 전량 보유한 상태다.

총수 일가 지배회사 지속 증가

이 거래 직후 한화에스앤씨는 자회사를 빠른 속도로 늘려가기 시작했다. 회장 일가가 지분 전량을 획득한 직후인 지난 2005년 8월, 한화에스앤씨는 계열사인 한화개발로부터 광고회사 한컴 주식 8만 주(57.14%)를 주당 1만8000원에 인수했다. 이번 인수가격 역시 저평가됐다는 설명이다.

경제개혁연대는 "2004년 한컴의 주당 순자산이 2만2545원이고 2005년 매출성장률은 전년대비 37.94%에 달했다"며 "주당 1만8000원은 적정 거래가격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한화에스앤씨 자회사와 관련 소유구조. ⓒ프레시안
거래 두 달 후인 2005년 10월, 한컴은 한화국토개발과 한화폴리드리머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6만 주(42.86%)를 주당 1만3530원에 유상감자해 한화에스앤씨의 100% 자회사가 됐다. 그리고 2년 후인 2007년 12월에는 김승연 회장의 부인 서영민 씨에게 주당 15만4794원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현재 한컴 지분 보유 구도는 한화에스앤씨 69.87%, 서영민 씨 30.13%이다.

군장열병합발전(옛 한화종합에너지) 역시 한화에스앤씨의 자회사다.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하는 이 회사는 설립 당시 한화에스앤씨와 한화건설이 각각 지분 70%, 30%를 보유했으나 지난해 10월 2일 한화건설이 보유지분 전량을 액면가(5000원)에 한화에스앤씨에 매각했다.

군장열병합발전은 다시 한화석유화학으로부터 물적분할한 여수열병합발전 주식 49%를 주당 1만1500원에, 51%는 1만1140원에 두 번에 걸쳐 인수해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일견 복잡해보이는 계열 추가 과정을 정리하면 김동관 씨-한화에스앤씨-한컴-군장열병합발전-여수열병합발전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지배구도가 그룹 내 따로 구축됐음을 알 수 있다.

"전형적 회사기회 유용 행위… 관련법 마련해야"

한화에스앤씨 자회사들은 모두 이미 좋은 실적을 내고 있거나, 앞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 ⓒ프레시안
먼저 한컴의 경우 지난 1999년부터 2004년 사이 대체로 200억 원 내외를 맴돌던 매출액이 한화에스앤씨의 자회사가 된 직후인 2005년(355억 원)부터 급격하게 늘어났다. 지난해는 706억 원에 달한다.

군장열병합발전은 내년까지 전북 군장 국가산업단지에 열병합발전소를 완공할 예정이며, 이곳에서는 산업단지에 들어설 기업들에게 증기와 전기를 공급한다. 유사 회사인 군장에너지(동양제철화학 계열사)는 지난해 4월부터 생산을 시작했음에도 8개월 만에 매출액 890억 원, 영업이익 260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여수열병합발전은 앞으로 한화석유화학의 여수공장에 증기와 전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경제개혁연대는 "한컴의 경우 그룹 계열사들의 광고 대행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구조를 가졌는데, 지배주주 일가가 회사 지분을 헐값으로 사들여 사적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한화건설이 군장열병합발전 지분 30%를 한화에스앤씨에 양도한 것은 결국 지배주주 일가의 사익실현을 위해 한화건설과 모회사인 ㈜한화의 이익을 포기한 것"이라고 했다.

김승연 회장 일가의 한화에스앤씨 지분 인수와 한화에스앤씨의 계열사 지분 인수 과정은 지배주주의 사익추구를 위해 계열사와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전형적인 '회사기회 유용' 행위로 의심된다고 경제개혁연대는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행위를 규율할 방법이 현행법에 없어 문제라고 경제개혁연대는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현재 '회사기회 유용 금지' 조항을 신설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아직까지 공청회조차 열리지 못했다"며 "이번과 같은 부당행위 확산을 막기 위해 상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화그룹이 김승연 회장 일가의 이익을 위해 계열사를 헐값에 회장 일가에 넘겼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배주주 일가가 계열사의 사업 기회를 유용한 행위라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는 24일 '경제개혁이슈' 리포트를 내 "김승연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헐값에 매입한 한화에스앤씨가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한 계열사 지분을 타 계열사들로부터 인수하는 거래가 지속되고 있다"며 "지배주주 일가의 사익실현을 위해 계열사가 얻을 이익을 그룹이 포기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대희 기자

PRESS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