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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동원한 편법 행위에 국제상사중재위가 '면죄부'를 부여함으로써 국제상사중재위가 '면죄부'를 부여함으로써 국내 인수.합병 시장에 나쁜 선례 우려

이경희330 2008. 8. 2. 01:17

<한화 '이면계약' 면죄부..편법 조장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김호준 기자 = 국제상사중재위원회가 대한생명 매각 분쟁에서 한화그룹의 손을 들어준 것은 한화가 대한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호주계 맥쿼리생명과 맺은 이면 계약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이면 계약으로 인한 한화의 입찰 방해 혐의에 대해 국내 법원이 이미 무죄를 선고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입찰과정에서 한화가 동원한 편법 행위에 국제상사중재위가 '면죄부'를 부여함으로써 국내 인수.합병(M & A) 시장에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이면계약 문제없다"
국제상사중재위원회는 한화와 맥쿼리생명의 이면 계약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대한생명 매각을 무효화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는 보지 않았다.

그동안 분쟁의 핵심은 한화가 맥쿼리생명, 일본 오릭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2002년 12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대한생명 지분 51%를 8천236억원에 인수할 때 맥쿼리생명과 체결한 이면 계약이었다.

한화는 당시 대한생명 인수에 필요한 비용을 자신이 모두 부담하고 맥쿼리생명은 대한생명 인수 지분(3.5%)을 인수 1년이 지난 뒤 한화건설에 팔기로 이면 계약을 맺었다. 한화는 그 대가로 맥쿼리생명에 대한생명 운용 자산의 3분의 1에 대한 운영권을 보장했다.

예보는 한화가 보험업법상 대한생명 인수 자격을 갖추기 위해 이면 계약을 통해 맥쿼리생명을 끌어들여 단독 입찰자가 되는 바람에 다른 투자자의 참여를 제한했고 결국 이 때문에 제값을 못받고 대한생명을 팔았다며 당시 매각 계약의 무효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한화는 맥쿼리생명과 맺은 계약은 이면 계약이 아닌 적법한 계약이고 정부와 예보를 의도적으로 속인 사실도 없으며 국내 법원 또한 이를 인정했다며 예보의 주장을 반박해 왔다.

검찰은 한화가 맥쿼리생명과 이면 계약을 하고 대한생명 지분을 인수해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예보를 기망했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지만 대법원은 2006년 6월 1, 2심의 무죄 선고를 확정했다.

한화와 맥쿼리생명의 계약은 이면 계약이 아닌 컨소시엄 당자사 간의 내부 약정이었고 대한생명 인수 자격도 갖췄다는 것이다.

국재상사중재위원회가 이같은 논란에 대해 한화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면서 대한생명 매각을 둘러싼 국제 분쟁은 외견상 일단락됐다.

◇ "M & A시장 나쁜 선례"
그러나 국내 법원에 이어 국제상사중재위원회가 이면 계약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주면서 M & A 시장에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편법 인수를 용인할 경우 정상적인 M & A 경쟁이 벌어질 수 없고 향후 정부 소유 은행이나 공기업의 민영화 과정에서도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와 같은 사례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보 관계자는 "국제상사중재위원회가 한화의 기망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매매 계약을 무효.취소시킬 정도로 중요한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한 점은 향후 M & A 과정에서 나쁜 선례가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국제상사중재위원회가 자신들의 논리에 따라 한화 쪽 손을 들어줬는데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편법적인 금융회사 인수에 대해 금융당국이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이면 계약 문제를 방치할 경우 이를 조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제개혁연대 이승희 사무국장은 "한화의 편법적인 대한생명 인수는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대법원에 이어 국제상사중재위원회도 한화의 손을 들어줘 대응할 방법이 막연한 상태이지만 당국이 공적자금 투입 기업을 매각할 때 인수자의 자격을 엄밀히 따지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신영증권 이병건 금융팀장은 "금융당국에선 대한생명 매각 당시에 한화의 이면 계약 내용을 몰랐다고 주장하나 전혀 모르는 상태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를 승인해 놓고 이제 와서 문제 삼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다만 "편법적인 M & A 방식에 대해서 어느 선까지 인정할 것인가를 금융당국이 진지하게 고민해 볼 문제"라고 덧붙였다.

kms1234@yna.co.kr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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