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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씨는 훈장과 함께 총리직도 반납해야

이경희330 2008. 2. 28. 10:09
국가가 준 훈장을 반납한다는 것은 국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보다 더한 국가에 대한 모독이 없다.
趙甲濟   
 韓昇洙 국무총리 내정자는 1980년에 國保委 입법회의 재무위원으로 일한 적이 있다. 이 일로 해서 보국훈장 천수장을 받았다. 지난 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건이 문제가 되었다. `국보위에 참여해 받은 훈장을 반납할 용의가 있느냐'는 통합민주당 송영길 의원의 질문에 韓씨는 “훈장을 내일 반납하라고 조치했다”고 말했다. 22일 그는 훈장 반납에 즈음한 발표문을 통해서 “새 정부 출범을 맞아 국민화합과 상생의 민주정치 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뜻에서 이뤄진 것이다”라고 했다. 그런데 행정자치부는 훈장 반납이란 제도가 없다고 밝혔다. 반납하더라도 국가 공문서에서 훈장을 받은 사실을 삭제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韓昇洙씨의 우스꽝스런 행동은 그가 국무총리가 될 만한 자질을 결여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국무총리는 대통령 有故時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 권한대행이 될 사람이다. 이 자리에 기회주의적인 사람이 앉아 있으면 국가적 위기를 만났을 때 수습이 어렵다.
 
 1. 그의 행동은 상식적으로나 법률적으로나 온당하지 못하다. 그가 받은 훈장은 대한민국 정부가 준 것이다. 당시 대통령 全斗煥이 개인적으로 준 私物이 아니다. 국가가 준 훈장을 반납한다는 것은 국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보다 더한 국가에 대한 모독이 없다. 全斗煥 정부에 대한 평가는 사람에 따라 엇갈리지만 제5공화국도 엄연히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존재했던 合法 정통 정부이다. 다만 집권과정에서 주도세력이 12.12 군사변란, 5.18 사태 같은 것을 일으켜 정통성에 상처를 입었다. 쿠데타를 통해서 등장한 정권이라도 헌법을 제정하여 국가를 통치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합법성을 얻는다. 박정희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제5공화국을 정통성이 없는 不法정부라고 규정하면 그 뒤의 모든 정권이 존립근거가 없는 不法정부가 되어버린다. 韓昇洙씨는 대한민국이 준 훈장을 반납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한 셈이다. 공직자로서 이보다 더한 과오는 없다. 그가 5공화국의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의 지난 공직생활은 몽땅 가짜가 된다.
 
 2. 그가 국보위입법회의에 참여한 것을 참회하고싶었다면 그는 1980년대에 직선제 개헌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어야 했다. 그는 지금까지 한번도 국보위 참여 前歷에 대하여 잘못 되었다는 태도를 보인 적이 없다. 그는 全斗煥 정권 때인 1987년엔 상공부 무역위원장을 지냈고 盧泰愚 정부에도 참여하여 신군부가 만든 민정당의 국회의원, 그리고 상공부 장관을 역임했다. 전두환 정권 근무-민정당 공천 경력도 훈장처럼 반납할 것인가? 이때 받은 월급을 다 모아 국가에 돌려줄 것인가?
 
 한승수씨는, 김영삼 정부 때는 주미대사, 비서실장, 경제부총리, 김대중 정부 때는 외교부 장관을 지냈다. 그가 처세술이 뛰어난 것은 알겠는데 그동안 국보위 참여로 해서 고뇌했었다는 증거는 없다. 28년이 지나도록 고민하다가 드디어 훈장을 반납할 정도로 신군부에 대해서 반감을 가졌었다는 그 어떤 암시도 없었다. 느닷없이 舊열린당 의원의 질문 한 마디에 손을 들어버렸다. 이렇게 허약한 사람이 10.26 사건 같은 것을 만나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다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
 
 3. 그는 훈장을 반납하는 일이 “국민화합과 相生의 민주정치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제5공화국을 부정하는 것이 국민화합이고 相生인가? 副棺斬屍(부관참시)가 화합이고 상생인가? 자신이 만들어갔던 역사에 등을 돌리고 침을 뱉는 것이 화합이고 상생인가? 제5공화국은 서울올림픽을 유치하고 10년간 세계1위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으며, 직선제 개헌을 통해서 민주화 열망을 수용한 공이 있다. 결코 지울 수 없는 역사이다. 시간이 흐를 수록 5공화국의 평가는 높아질 것이다. 지금은 여론이 全斗煥 전 대통령을 변호해주지 않고 동네북처럼 뭇매를 때리고 있으나 나이 70을 넘긴 사람이, 그것도 국무총리가 될 사람이 그런 데 편승하여 ‘훈장반납’이란 ‘생쇼’를 벌인다면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것이다. 李明博 정부를 탄생시킨 많은 유권자들은 韓昇洙 국무총리가 金大中 아래서 외교부 장관을 했다는 前歷을 더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이런 사람이 국무총리가 되면 국가적 사명인 親北청산, 法治확립, 보수自淨이 되겠는가?
 
 훈장이 아니라 자신의 인격과 대한민국을 반납한 韓昇洙씨는 따라서 대한민국의 국무총리가 되어선 안 될 사람이다. 양지바른 곳에만 서려는 그는 대한민국과 현대사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는 인물이다. 훈장반납을 하는 김에 내정자 자리도 반납하는 게 도리일 것이다. 그가 유엔 총회 의장이 된 것은 본인의 능력도 있었겠지만 대한민국의 國力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그 대한민국은 榮辱(영욕)을 함께 한 존재이므로 더욱 아름답다. 韓씨가 훈장반납으로 기억에서 지우려고 한 그 역사는 결코 사라지지 않고 빛을 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