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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아고라 만난 날…'쓴소리' 봇물.. "한나라, 네티즌과 소통하려면 과거 반성부터 하라"

이경희330 2009. 2. 24. 01:06

"제가 '민주당은 당명부터 바꾸세요'라는 글을 아고라에 올렸다. 반대가 2만건을 넘어섰는데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댓글에 '조심하자. 진성호의 작전이다', '한꺼번에 모아서 고소할지 모른다'는 글들이 달렸는데 나는 고소할 생각이 없다.(웃음) 그러나 이런 의견 표현 과정에서 드러나듯 우리나라 인터넷 문화는 표현 방법이 성숙하지 못한 것 같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토론방인 아고라에 글을 올렸다가 반대표 2만건을 넘게 받아 네티즌 사이에 화제가 됐던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이 23일 '국민 소통의 날' 행사에 패널로 참석해 밝힌 '뉴스 그 후'였지만 이 역시 네티즌들의 '반격'을 받아야 했다.

한나라당 국민소통위원회(위원장 정두언 의원)는 이날 국민소통위원 3명을 비롯해 아고라 논객, 대학생, 직장인, 택시기사, 자영업자, 기자, 국회의원 등 패널 19명을 초청해 토크쇼 형식으로 '국민 소통의 날' 행사를 열어 소통 부족에 대한 '쓴소리'를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인터넷 소통 문화를 비판한 진성호 의원은 "사이버 모욕죄는 예방적 차원에서 (제정을) 시도했으면 한다"고 주장해 아고라 대표로 초청된 패널 정동훈 씨에게 "진성호 의원이 욕 먹을 자세가 돼 있다는데 진정으로 자세가 돼 있는지 모르겠다"는 날선 반격을 받아야 했다.

"욕설을 하면 맞는 말이라도 버리게 된다"는 진 의원의 말에 정 씨는 "(사이버 모욕죄 등) 각종 규제를 통해 억압하려고 하지 진정으로 네티즌들이 말하려는 것을 들으려 하지 않는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정 씨는 "김수환 추기경이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하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유영철 같은 사람이 똑같은 말을 하면 인정할 사람은 없다"며 "한나라당은 네티즌과 대화하려면 과거 잘못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인턴? "알바 두개 뛰면 그것보다 많이 번다"

다른 패널들도 가슴에 담아둔 '쓴소리'가 많았다. 국민 소통위원회 간사 이은경 씨는 "한나라당은 (소통 부족과 관련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고 한양사이버대학교 구혜영 교수는 "10년 전 데모에 대응하던 (소통)방식 그대로 아직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국민소통위원인 대학생 김용진 씨는 정부 여당의 '청년 인턴제'와 관련해 "알바(아르바이트) 두개 뛰면 인턴하는 것 보다 많이 번다"며 "실질적 취업 해법이 되기보다 잠깐 통계 수치를 낮춤으로 실업률을 낮추려한다는 여론이 제 주변에 많다"고 비판했다.

아고라에서 활동하는 마광진 씨는 제2롯데월드 건설 허가와 관련해 "국민 안전이 1%라도 위협받는 방식으로 하는 경기 부양은 옳지 않다"며 "이런 것을 한나라당이 나서서 정부에 건의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소통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같은 행사는 "아고라가 무섭기는 하지만 뿔달린 괴물은 아니더라"며 '국민소통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는 등 최근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정두언 의원의 아이디어가 밑바탕이 됐다.

정두언 '개인기'만 돋보인 토론

이날 행사에는 한나라당 진성호, 박준선, 강용석 의원이 패널로 참여했고, 이상득 의원과 정몽준, 박재순 최고위원이 객석을 채웠다.

사회를 맡은 정두언 의원은 "오늘 소통 행사 사회를 유재석 씨에게 맡길까 했는데 돈을 너무 많이 달라고해서 싼 맛에 내가 하기로 했다"는 농담으로 행사 진행을 시작했다.

정 의원은 "'오지 말라는 문자 메시지 보냈음에도 온 이상득 의원, 정몽준, 박재순 최고위원은 토론방에 올릴 글을 반드시 제게 주길 바란다"며 "가장 험악한 아고라로 글을 보낼테니 느낌이 어떤지 욕을 먹어보고, 오래 사시길 바란다"고 농담을 던졌다.

정 의원은 또 패널로 참석한 국민소통위원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알바십니까"라고 묻고 "알바 아닙니다"는 답변을 끌어내기도 했다.

박준선 의원은 실시간 화상채팅으로 서울, 천안, 광주 지역 네티즌과 직접 대화를 시도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은 국회의원 세비 10% 깎는다고 하는데 한나라당은 20%, 30% 깎는다고 적극적으로 얘기하면 좋겠다"는 지적에 "(그렇다면) 50% 깎는 것은 어떻냐"고 받아쳐 웃음을 자아냈다.

개그맨 이봉원 씨도 패널로 참석해 '소통 놀이'라는 레크리에이션을 직접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회자인 정두언 의원의 '개인기'가 돋보인 토론회였으나 치열한 토론이 이뤄지지 않아 다소 밋밋하게 진행됐다. 정 의원도 "수다는 주고받아야 재미있는데 오늘은 그런 것이 안 되는 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박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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