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사건’의 핵심인물 중 하나인 에리카 김(43)씨가 최근 들어 정상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는 지난 12월 대선 직전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1개월이 넘는 잠행을 이어왔다. 코리아타운의 한 인사는 “최근 그녀가 아로마 센터에도 나와 운동을 다시 시작하는 등 정상활동을 하는 것 같다”고 전하며 “밝은 미소와 상냥한 미소를 보이며 친분 있는 인사들과 자주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본국의 시사주간지 ‘시사IN’도 “에리카 김 씨는 자신의 법률사무실에 출근하는 정상 생활로 돌아왔다. 평소처럼 운동도 열심히 한다. 에리카 김 씨는 한국검찰이 소환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고 최근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에리카 김 주장과는 달리 그는 활동에 상당부분 제약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김만복 국정원장의 ‘국가기밀누설혐의’와 관련해 한국검찰의 조사가 이어지면서 ‘김경준 씨의 기획입국설’과 관련한 의혹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재 에리카 김씨는 한국검찰에 의해 ‘BBK사건’에서 김경준 씨와 공모한 혐의로 ‘기소중지’된 상태이다. 그리고 한국검찰은 김 씨를 상대로 미국정부에 ‘범인인도요청’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2월 11일 최재경 서울지검 특별1부장은 "현재 범죄인 인도 청구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한국검찰이 ‘범인인도요청’을 했다면 빠르면 이달 말께 요청서가 미 사법당국에 송달될 것으로 보인다. 보통 청구서 작업은 일주일 내지 열흘 정도 뒤에는 끝날 것으로 당시 검찰 관계자는 밝혔다. 에리카 김 씨는 오는 2월 11일(월) LA소재 미연방법원에 출두해 지난해 8월 융자서류 위조와 불법 금전거래 등 4가지 혐의로 기소된 혐의에 대해 선고공판을 받을 예정이다. 김 씨는 이미 이들 4개 혐의에 대해 미 연방 검찰 측과의 합의 유죄를 시인한바 있다. 연방검찰의 탐 로잭 공보관은 김 씨가 이미 유죄를 인정한 만큼 실형보다는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지만 연방법에 의거해 선고재판의 결과에 따라 6개월의 실형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혀 주목이 되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도 만약 한국정부의 ‘범인인도요청서’가 정상대로 집행된다면, 김 씨가 법정에서 구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에리카 김씨 주변에서는 김 씨가 연방법원에서 선고재판이 끝나면 그 동안 밝히지 않은 사안에 대해 공개 기자회견을 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16일자로 자신의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면허직을 반납한 것으로 밝혀졌다. 데이빗 김 <취재부기자> | 에리카 김씨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그가 윌셔가의 자신의 사무실에도 들르고 친지들도 만나고 있다”면서 “하지만 과거처럼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데는 조심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 김 씨는 한국의 시사주간지 ‘시사IN’의 주진우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동생 김경준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내 보이며 동생의 안위를 걱정하기도 했다. 시사 IN은 김 씨의 근황에 대해 보도하면서, 김 씨가 한국검찰에 송환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에리카 김 씨는 자신의 법률사무실에 출근하는 정상 생활로 돌아왔다. 평소처럼 운동도 열심히 한다. 에리카 김 씨는 검찰이 소환을 추진하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송환, 그게 뭔데?”라고 말한다. 에리카 김 씨는 검찰이 언론 플레이를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 에리카 김은 기사에서 ‘메모 유출 건으로 동생이 검찰로부터 상당한 곤혹을 치렀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라고 말하며 ‘사실기사를 쓴 것도 한국에서는 명예훼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자신에 대한 한국정부의 범죄인인도요청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말해 한국검찰의 범죄인인도요청 사실여부가 다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시사IN은 이명박 특검팀이 김 씨를 송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도하면서 <특검에서 불러도 올 가능성이 적다. 우선 에리카 김씨는 “공정한 재판을 받기 어렵다”라며 한국에 오는 데 거부감이 크다. 또 에리카 김 씨가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이명박 당선자가 원하지 않는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는 것이 당선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시사IN은 김 씨가 지난해 12월 5일 기자회견을 취소한 배경에 대해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5일 에리카 김 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윌셔프라자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다. 에리카 김씨는 “이명박씨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검찰이 편파 수사를 하고 있다는 내용을 구체적 증거와 자료를 가지고 다 밝히겠다”라는 보도자료까지 돌았다. 에리카 김 씨는 기자에게 “이명박을 깨끗하게 만들어주면 동생이 풀려날 수 있다는 검사의 제안에 넘어가 진술을 바꿨다. 그런데 검찰에게 완전히 속은 것 같다”라고 충격적인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에리카 김은 기자회견장에 나타나지 않고 잠적했다. 검찰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검찰의 회유 메모가 공개되자 검찰은 에리카 김 씨에 대해 범죄인 인도 청구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압박했다. 에리카 김 씨도 겁을 잔뜩 집어 먹었다. 몸 상태가 극도로 나빠져 에리카 김 씨는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동생 김경준씨가 검찰에서 시달리는 것도 무섭고 두렵다고 했다. “한글을 삐뚤빼뚤 쓰는 것처럼 경준이는 한국에서는 초등학생이다. 검찰이 이러자고 하면 이러고, 저러자고 하면 저러는 어린애다. 메모가 나와서 자존심을 다친 검찰에게 당할 경준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전했다. 그러나 에리카 김은 경우에 따라서는 모든 것을 걸고서 진실의 실체를 밝히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향후 ‘에리카’의 거침없는 행보가 이어질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진퇴양난의 에리카 김
지난해 김경준 씨 송환에 따라 ‘BBK사건’에 대한 한국검찰의 수사발표가 있은 후인 12월 12일 BBK특별수사본부의 최재경 수사팀장(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은 "에리카 김의 범죄 사실을 확정하기 위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김경준 씨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고 있으며 김씨 회사 관계자들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검찰은 3년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벌이고 있는 옵셔널캐피탈(옛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측 변호인 메리 리 변호사가 최근 서울중앙지검에 김 씨의 누나 에리카 김 씨와 김경준씨의 아내 이보라 씨도 김 씨를 공범으로 형사 처벌해 달라는 요청서가 제출됨에 따라 이들 2명에 대해 기소 중지처분을 내리며 에리카 김 씨에 대해서만 ‘범죄인 인도요청’을 했음을 밝혔다. 이 같은 한국검찰의 수사방침을 보면 에리카 김 씨와 김경준 씨의 부인 이보라 씨는 한국에 가더라도, 또는 미국에 있더라도 수사를 피할 길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입국 시 통보 및 출국금지 조치를 한 것으로 보여 두 사람은 형사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부부 동시 구속을 피하는 한국법에 따라 이보라 씨는 체포되더라도 구속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검찰은 최근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의 최측근 인사가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 김경준 씨의 국내 송환 과정에서 김 씨 및 그의 누나 에리카 김 씨 측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접촉했는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국정원 내에서 김 원장과 매우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 인사는 김 씨가 입국하기 전 LA총영사관에 근무하다가 최근 귀국해 국정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LA한인사회에서는 에리카 김 씨와도 평소 친분관계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사실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검찰은 김 원장의 최 측근이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김 씨를 면회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한 달 전 미국 법무부에 김 씨의 교도소 접견 기록을 요청했다. 또한 검찰은 이 인사 외에 다른 국정원 관계자가 추가로 김 씨를 접촉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만약 김 씨의 입국에 국정원 인사가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면 김 원장이 북한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나눈 대화록 등을 유출한 사건 못지않게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김 씨의 ‘기획 입국’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있더라도 김 씨에게서 의혹을 시인하는 진술을 확보해야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씨는 지난 2주 동안 “검찰이 아닌 특별검사에게 조사를 받겠다”며 검찰의 소환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준 메모의 진실
한편 지난해 김경준 씨는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이 한국검찰로부터 회유와 협박을 당하고 있다’라는 메모를 가족에게 보냈는데 이 사실을 에리카 김씨가 ‘시사IN’의 주진우 기자와 현지인터뷰에서 문건을 제공해 파문이 일어났다. 이 보도에 대해 BBK 수사 검사들이 <시사IN>과 담당기자를 검찰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했다. 이에 대해 메모를 제공한 에리카 김씨는 ‘시사IN’과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사실을 보도한 것이 명예훼손이 되는가. 검찰이 언론을 고소하는 것과 형사가 아닌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 이해가 안 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의 김경준 씨의 메모 유출과정에 대한 내용이 최근 시사월간지 ‘신동아’ 1월호에 다르게 보도돼 관심이 되고 있다. ‘신동아’는 <검찰이 김 씨를 회유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킨 김 씨의 자필 메모가 에리카 김을 통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보라 씨 친정과 에리카 김 사이에 ‘사인’이 잘 안 맞아 생긴 ‘실책’으로 보인다>면서 김 씨의 메모가 주간지 ‘시사IN’을 통해 공개된 직후, (김경준 씨의 장인이며 이보라 씨의 친정아버지인) 이두호 전 보건사회부 차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2007년)11월23일에 우리 집사람이 경준이 어머니하고 면회 갔을 때 (메모를) 받아온 게 맞아요. 경준이가 한국말이 서툴러서 우리 집사람이 말을 잘 못 알아듣겠으니까 종이에 적어보라고 했던 모양이에요. 책상 위에서 밀고 당기면서 필담을 주고받았는데, 어디 버릴 데가 마땅치 않고 또 나한테도 보여주려고 집사람이 집으로 가져왔어요. 면회할 때 분위기가 아주 자유로웠고, 녹음이나 녹화 같은 것도 없었다고 합니다. 보라하고 전화 통화를 하면서 이런 게 있으니 보내주겠다고 팩스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는데, 얘가 에리카 김 사무실 팩스번호를 알려준 모양이에요. 나는 사실 경준이가 지금 검찰에서 이런 처지에 있으니, 자꾸 언론을 통해 검찰과 대립하는 모양새를 취해봐야 좋을 게 없다는 걸 알리려고 메모를 보낸 겁니다. 그런데 그게 결국 태풍의 핵이 돼버렸어요.” 또한 ‘신동아’는 이 글에서 <12월5일 검찰이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이명박 전 시장의 무혐의’를 발표하자, 이보라 씨가 친정에 전화를 해서 “한글 메모가 공개되는 바람에 우리 측에 유리하게 나올 수 있었던 결과도 모두 이명박 쪽으로 틀어지고 말았다”며 울먹였다고 한다.>고 했다.
“재판에서 진실이…”
시사월간지 ‘신동아’는 김경준 씨의 부인 이보라 씨 집안에 대해 소개했다. <이 씨는 현재 미국 LA에 머물고 있지만 실은 서울 토박이다. 노태우 정부 때 보건사회부 차관을 지낸 이두호 씨의 2남3녀 중 셋째로 이화여대 정외과를 졸업했다. 이 전 차관은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소박한 단독주택에 40년 가까이 살고 있다. 번지수만 대면 동네 사람들이 단번에 ‘이두호씨 집’이라고 말할 정도. 2007년 4월 당뇨 합병증으로 한쪽 다리를 절단한 뒤 거의 집 안에서만 생활하는 이 씨는 딸과 사위가 외국계 투자회사에서 만나 결혼했다고 말했다. “이 집을 지어서 37년을 살았으니, 우리 애들 5남매가 모두 이 근방의 학교를 다녔어요. 내가 공직에 있어 사립학교는커녕 학원 보낼 여유도 없었지만, 보라가 공부를 잘해서 휘경여고 졸업할 때 전교 3등인가 했어요. 내가 서울대 정치학과 나와서 행정고시를 봤기 때문에 보라는 외무고시를 준비했으면 했는데, 애가 머리는 좋은데 끈기가 좀 부족해요. 우리 막내(현직 판사)는 책상에 앉으면 진득하게 공부하는데, 보라는 그러질 못했어요. 결국 내가 시킨 대로 안 하고 그냥 졸업해서는 신라호텔에 들어갔지요. 거기 있다가 스미스바니인가 하는 투자회사로 옮겨서 경준이를 만난 거예요. 경준이는 미국 명문 코넬대를 나와 모건스탠리 한국지사에서 근무한 엘리트예요.” 김경준 씨는 외환위기 직후 국내에 들어와 모건스탠리 서울지점과 환은살로먼스미스바니 서울지점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다고 알려져 있다. 김 씨와 이보라 씨는 환은살로먼스미스바니 증권사에서 인연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결혼한 김경준?이보라 부부 사이엔 현재 일곱 살 된 딸이 있다.> 이보라 씨의 아버지 이 전 차관은 지난동안 온 나라를 뒤흔든 BBK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잘 알 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40년 넘게 앓고 있는 당뇨의 합병증으로 1995년 신장이식 수술을 받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풍까지 맞아 오른팔이 마비된 상태라 바깥활동을 안한 지 벌써 수년째로 자신의 딸 이보라 씨가 미국으로 떠난 뒤 전화통화만 했을 뿐 얼굴 한 번 못 보다가, 얼마 전 미국에서 기자회견하는 모습을 TV로 시청했다고 한다. 이 전 차관은 ‘신동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BBK 사건이 정치적 공방을 일으키면서 한나라당이 ‘김경준 가족 사기단’으로 몰아붙이는 데 대해 “폭언이고 명예훼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고 한다. “사건이 빨리 종결돼서 우리 애들도 풀려나고, 다시 BBK를 만들든지 해서 일어서야죠. 경준이 전공이 그 분야니까요. 코넬대가 어려운 데입니다. 하버드에 댈 게 아니에요. 모건스탠리에서 장래가 촉망되던 젊은이를 이렇게 망쳐놓을 순 없지요. 아들 같은 애를…. 내가 보기에 이 사건은 이명박이 주범이고, 김경준은 공범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재판에서 진실을 가려야죠. 내가 이명박 씨를 나쁘게 말한 건 미안합니다. 하지만 부모가 자식을 믿는 건 죄가 아니지 않습니까.” 이두호 씨는 ‘어떤 의미에서 이 같은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 것일까?’ 자식을 믿는 부모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한국 사회 전체를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은 <김경준-에리카 김-이보라> 3인의 엘리트들의 돈과 물질적 만능 우선의 정신상태 소유자들이 과연 부모들의 신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해 볼 대목이 아닐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