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의 이른바 `귀신` 발언이 회자되고 있다. 17일 인사청문회에서 최 내정자가 증여세 탈루 의혹과 관련해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며 "귀신이 땅을 사서 팔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
최 내정자는 이날 자신에게 쏟아질 사퇴 압박을 예상한 듯 "대통령의 측근이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온다는 얘기를 듣고 무척 가슴이 아팠다"며 "대통령과 잘 아는 사이지만 남은 인생에서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오류를 범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모두 발언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통합민주당을 위시한 야당은 청문회가 시작되자마자 `비리 3관왕`, `자격미달 운운하며 최 내정자의 부동산 투기 및 증여세 탈루 의혹을 제기했고, "대통령의 최 측근이 방송의 생명인 독립성, 중립성을 지킬 수 있겠느냐"고 내정자를 압박했다.
▲ 인사청문회가 열린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 회원들이 최시중 내정자 반대 1인시위를 벌였다.
● “탈영이라니! 교통편 불편해 3일후에 복귀한 것뿐, 탈영은 아냐”
증여세 탈루 의혹과 관련 "귀신이 곡할 노릇" / "귀신이 땅사서 팔았다는 얘기냐" / "그렇다"
먼저 정청래 통합민주당 의원은 최 내정자가 1959년 군복무 중 탈영을 한 기록을 언급한 뒤 "아들도 과다체중으로 인해 군 면제를 받았다"며 "탈영, 투기, 군면제 등은 한국사회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인 만큼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최 내정자는 "탈영한 적이 없다. 휴가 갔다가 3일 후에 귀휴한 것일 뿐 탈영은 아니다. 당시 교통편이 안 좋아 고향인 포항에서 최전방에 가기가 어려웠다. 부대에서도 양해해줬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증여세 탈루 의혹에 대해선 정청래·이광철 통합민주당 의원이 나섰다. 이 의원은 "소득 및 재산이 일천했던 아들이 90억원대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가 15회에 걸쳐 매각했다"며 "최 후보자의 증여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인데 아들에게 증여나 양도한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최 내정자는 "아들은 당시 합법적 방식이던 조합원 분양권을 500만원에 매입했고 아파트 분양대금 2억1300만원은 5년간 직장생활을 통한 저축과 은행대출금을 활용했다"며 "15건의 토지거래는 이름이 도용된 것으로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특히 정청래 의원이 "아들에게 900평의 땅을 증여한 기억이 없냐"고 묻자 최 후보자는 "전혀 없다. 내가 기록을 보고 아들에게 물었더니 아들이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하더라"라고 답했다. 이어 정 의원이 "귀신이 땅을 사서 팔았다는 얘기군요"라고 말하자 최 내정자는 작심한 듯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송 중립 불가론도 제기 됐다. 유승희 통합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걸 후보자도 인정했는데 인사 자체는 부적절하다"며 "차라리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면 이런 얘기가 안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선택 자유선진당 의원도 "방송의 독립성·중립성 침해 논란에 부동산 투기 등 각종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며 "특히 방송이나 정보통신 분야에서 일해 본 경험이 없는 만큼 자격미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최 내정자는 "내가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진입했다고 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표현"이라며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 언론 장악할 사람 있냐"고 되물었다. 최 내정자는 이어 "비리 3관왕 운운하는데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안 된다"며 "나는 투기한 적도 없다. 너무 지나치게 윽박지른다. 그러지 마라. 최측근이라는 것은 인간관계이지, 업무수행에서 방송 독립을 절대 훼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최측근이라는 이유로 방통위원장 내정을 반대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최 내정자를 일방적으로 옹호했다.
특히 이재웅 의원은 "최 내정자는 1972년 5월 편집국 정치부 기자로서 상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박정희 유신정권 때 고문을 견디며 취재원을 보호해 기자정신을 지켜 받은 상"이라고 최 내정자를 추켜세웠다. 최 내정자도 "밤새 온갖 형태의 고문을 당하면서 취재원 보호를 위한 결의를 꺾지 않았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이광철 의원은 이후 행적을 문제 삼으며 "1974년 동아일보가 박정희 정권에 저항하는 기자들 113명 강제 해직했을 때에도 최 내정자는 그 명단에 없었고 오히려 1988년 언론을 통제하던 문공부 직원을 만나 회사 내부 이야기를 했다. 언론 30년 세월 동안 권력자 외에 동료 기자나 독자의 편에 선 적이 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최 내정자는 대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