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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실세 이재오, 공천 '부메랑'에 사면초가…지역구도 '빨간불'

이경희330 2008. 3. 21. 00:08

낙천자들 파상 공세에 친李계 내부서도 눈총

[ 2008-03-19 06:00:00 ]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1등 공신으로 총선 공천과정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이재오 의원이 사면초가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친 박근혜 계보 낙천자들이 연일 파상공세를 펴고 있는데다 당 주류로 부상한 친 이명박 계보 내부의 시선도 곱지 않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한반도 대운하 '전도사'를 자처하는 이재오 의원에 대항해 대운하 저지의 기수를 자처하면서 서울 은평을 출마를 선언해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 격이다.

김무성, "이재오는 분명히 낙선할 것" 직격탄

친박의 좌장격인 김무성 최고위원은 18일 CBS에 출연해 이명박 대통령의 최대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해 "잘못된 정책을 비전문가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겠다고 난리법석을 떠니까 문제"라며 "이번 공천도 그런 식으로 밀어붙여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버리지 않았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17대 총선때 이 의원이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으로 간신히 당선됐지만 이번에는 분명히 낙선할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다른 낙천 의원들도 직접 대놓고서는 이재오 의원을 공격하지는 않지만 자신들의 낙천의 배경에는 이재오 의원이 있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한 김영삼 전 대통령도 한나라당 주류세력이 주도한 공천을 혹평하며 비판에 가세해 공천에 깊숙히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이재오 의원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18일 경성대 초청특강에서 "국민들이 지지하느냐 국회에서의 활동에 공로가 있느냐 하는 것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멋대로 자기 좋아하는 사람들만 공천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잘되고 있다 이렇게 말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통령의 발언에는 측근인 박종웅 전 의원 등 민주계가 대거 고배를 마신데 대한 서운함이 개입돼 있지만 이번 공천을 주도한 측근들의 전횡(?)을 겨냥한 측면도 짙다.

YS도 비판 가세, 이재오 "억울하다"

당 안팎의 사정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이재오 의원은 이날 언론을 통해 진화에 나섰다. 이 의원은 "대선 기간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 열심히 뛰었던 자파 의원 20명과 당협위원장 32명이 공천에서 탈락했는데 도대체 누가 나에게 공천을 좌지우지했다는 식의 누명을 씌우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이 의원은 당과 청와대에서 무슨 일만 있으면 '이재오 탓'으로 돌린다고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공천자의 면면을 볼때 친 이명박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150여명으로 압도적 비율을 차지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공천심사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힘겨루기 양상이 외부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원로그룹과도 갈등관계'

공천 과정에서 노출된 당 주류세력 내부의 갈등기류도 예사롭지 않다. 이재오 의원계로 분류되는 심사위원들이 고령 다선 의원간 형평성을 이유로 내세워 이상득 국회부의장 공천에 반대한 점이나 이 의원이 내각 인선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던 것은 이상득 부의장을 정점으로 한 MB직계와 이재오계의 긴장관계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김덕룡, 박희태 의원 등 6인회의 멤버들의 낙천 고배는 친박계와의 형평성 차원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지만 원로그룹 제거-->당권확보란 정치적 포석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선 1등 공신이면서도 박근혜 전 대표의 견제로 일선에서 물러났던 이재오 의원은 정권교체기를 거치면서 당내 지지세를 확산시켰지만 반대세력의 불만도 그만큼 키웠다.

내리 '3선'한 은평을에도 '빨간불'

여기에 총선을 불과 20여일 앞둔 상황에서 지역구에(서울 은평을) 기반이 전무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에게 조차 미치지 못한 지지율은 또다른 복병으로 떠올랐다.

이재오 의원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가 문국현 후보에 5~6% 뒤지거나 오차범위내 접전으로 나타나면서 총선에 '빨간불'이 켜지자 지역구에 총동원령을 발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긴장 상태라고 한다.

17대 총선에서 탄핵이란 초유의 변수가 있긴 했지만 무명의 여당 후보에 불과 2천여표 차로 신승을 거둔데다 최근 지역구 여론도 우호적인 것만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정권의 핵심실세이면서도 당락을 걱정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져 있다. 당권을 꿈꾸는 이재오 의원이 안팎으로 대두되고 있는 사면초가를 어떻게 헤쳐 나갈 지 주목된다.

CBS정치부 이재기 기자 dlworl@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