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한국에 강도가 횡행하는 바람에 민심이 매우 어수선했다고 한다. 옛날 같으면 인적이 뜸한 시골의 새마을 금고나 농업협동조합 같은 곳에서나 강도 이야기가 들려 왔었는데 요즘은 도심 번화가, 거기다가 카메라가 24시간 감시하는 은행에도 예사로 강도가 드나든다.
그런데 이번의 강도는 좀 특별나 청와대와 집권여당에까지 침투해 들어 왔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도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강도가 왔는데도 너 죽고 나 죽자 하면 둘 다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른바 “강도 대처론” 이라고 했다. 그러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집안에 한 사람이 마음이 변해서 강도로 돌변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며 “강도 돌변론”을 이야기 했다.
어디서나 강도를 조심해야 하는 건 어린 아이들도 알고 있다. 그런데 두 사람 다 일반적으로 한 이야기지 누구를 지칭한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국민은 무슨 말인지 다 안다. 그래서 야당 대변인은 서로 강도가 아니라고 하니 그러면 국민이 강도란 말이냐며 싸움을 거든다. 그런 싸움을 지켜보는 국내외 동포들은 너무나 불안하고 피곤하다. 이러다가 정말 그 나라에 강도가 들어오면 어떻게 하려고---
“상록수”를 부르며 서민 곁에서 살다 떠난 노무현 대통령은 너무 서민적이고 권위를 마다하는 바람에 말의 실수도 자주 있었다. 아슬아슬 한 적이 많았고 그 때문에 욕도 많이 얻어먹었다. 못 배워서 그렇다고 대 놓고 비난하는 정말로 “못 배운” 사람들도 있었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솔직하게 털어 놓는 이야기 속에는 그래도 순수함과 진솔함이 배어 있었다는 말들을 한다.
그런데 지난 정부의 사람들이나 지난 시절의 치적에 대해서는 저주에 가깝게 부정하는 이 정부가 왜 그렇게 말이 거칠어졌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욕하면서 배운 때문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하자마자 “한국에는 이제 자기와 경쟁할 사람은 없다”고 선언한 적이 있었다. 정치적으로 초연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한 말이겠지만 그 표현은 듣기에 너무 거북했었다. 그 이후로 계속해 국내 정치를 향한 이명박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는 포용과 겸손 대신에 언제나 투쟁과 독기와 결기가 가득 차 있었다.
이번의 표현이 박근혜 전 대표를 두고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그전에도 강도 이야기를 자주했다고 했지만 대통령이 위기를 극복하자는 뜻을 강조할 때 마다 끔찍하게도 강도 예화를 썼다면 대통령의 화법과 수사(修辭)에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세종시를 하고 안하고가 그렇게 국가의 위급한 사태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도 보통 문제가 아닌 것 이다.
요즘 국격(國格)이라는 말을 자주 쓰고 있는데 국격 이전에 지도자의 인격이 중요한 것이며 지도자의 언행에는 일정 수준의 품격이 있어야 한다. 지도자들은 신비로움까지야 필요 없다고 하더라도 다른 이들과는 그래도 조금은 다른 인품과 다른 분위기를 갖추려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막가다가는 현재의 집권당이며 다음에도 집권이 유력한 정당이 언젠가는 “차떼기 당”이라는 별명이 붙었었지만 이러다가 앞으로는 “떼강도 당”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맹자는 끊임없이 자기를 돌아보고 그 품성을 바로 하기에 노력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맹자의 “이루상(離壘上)”이란 데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어린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로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으라.“는 노래가 있다. 공자께서 이 노래를 듣고 ‘자네들, 저 노래를 들어 보게 사람도 모름지기 스스로를 모욕한 후에 남이 자기를 모욕하는 법이며 한 나라도 반드시 스스로를 짓밟은 연후에 다른 나라가 짓밟는 것이다.”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비슷한 표현이 불경에도 나오는데 빠알리 경전에 보면 “사람이 태어 날 때 입안에 도끼가 생긴다. 어리석은 사람은 나쁜 말을 하여 그것으로 자기 자신을 찍는다.”고 했다.
굳이 대통령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에 있는 사회 지도층 인사나 종교 지도자 누구라도 끊임없이 자기수련이 있지 않고는 언제 실족 할런지 모를 일이다. 지도자들은 한마디의 말, 한 발자국의 발걸음일지라도 신중해야 할 이유가 거기 있는 것이다.
김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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