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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싸움

이경희330 2010. 3. 26. 21:03

스포츠맨의 싸움(경쟁)은 오래 걸리지 않아 승패가 나뉜다. 승패가 나뉘면 더는 싸울 일은 없다. 결과가 명확하고 대부분 결과에 승복하고 말 뿐이다. 아이들의 주먹다짐이야 며칠 지나면 지나간 일 일 뿐이다. 정치도 상당수의 싸움은 금방 끝난다. 원하는 결과가 만들어지거나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순식간에 싸움을 접고 웃으며 사진도 찍는다.

 

하지만 모든 싸움이 쉬 끝을 맺는 것은 아니다. 때론 끝없이 이어진다. 이 끝없이 이어지는 싸움이 심각하기까지 하다면 무서운 일이다.  삶 자체가 얼마나 처절하겠는가. 가장 무서운 싸움은 무엇일까? 내가 옳다는 생각이 가득 찬 사람이, 역시 자기가 옳다는 생각에 충만한 다른 사람과 싸울 때가 아닌가 한다. 두 가지 상반되는 믿음을 가진 각자의 사람 혹은 집단이, 반대편의 상대를 없어져야 할 대상으로 여길 때. 그 싸움은 가장 무서운 싸움이 된다. 이런 싸움은 서로가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고 상대에 대한 아량도 찾기 힘들다. 상대의 숨통을 끊고 기뻐하는 참혹한 싸움이 되기도 한다. 싸움의 당사자는 패배하는 경우 어떻게 될지를 알기 때문에 그 싸움에 목숨을 건다.

 

일부 해외를 보면 종교싸움으로 인해 사람이 무더기로 죽어나갔다는 소식은 더 이상 뉴스거리도 아니다. 그들의 싸움은 참혹하고 오래 갈 것이다. 종교 싸움에 정치싸움까지 더해지면서 자신이 속한 집단이 옳고 상대의 집단은 단죄 받음이 마땅하다는 생각을 서로가 갖는 순간. 그 싸움의 결과는 너무나도 뻔하다. 외국에만 있었는가? 우리나라에도 해방이후 얼마나 많은 사상의 싸움이 있었던가. 얼마나 많은 양민들이 무고하게 죽어나갔는가. 좌파, 우파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무지한 사람이 가진 그릇된 신념과 행동으로, 자신과 같이 무지했던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아니 당연히 죽어야 될 사람으로 생각하고 죽여버린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들에게 그릇된 신념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끔 주입시키고 이용한 사악한 무리는 또 얼마나 많았는가.

 

지금 우리나라에 그런 싸움이 새로이 고개를 들고 일어나는 것 같다. 과거 사상의 싸움에서 파생된 지역감정이 이제 약간은 풀이 죽은 것 같다. 투표결과까지 바꿀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서로를 같은 한국사람으로 생각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여기까지 오는데 그 긴 시간이 걸렸는데, 지금은 다른 생각의 싸움이 일어나는 것 같다.

 

4대강, 세종시, 용산참사, 돈의 싸움이다. 대권의 문제도 과거 빨갱이 싸움의 단계에서 지금은 경제문제 즉, 돈의 싸움이 되었다. 이제 전라도와 경상도로 상징되던 이들의 색깔 싸움은 많이 사라졌다. 전라도를 빨갱이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이 사라졌고, 경상도인이 집권한다고 해서 전라도를 탄압할 것이라는 생각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서로에게 표를 던지지 않는 이유는 “돈” 때문일 것이다. 돈이 이제 옮음의 판단 기준이 된 것이다. 이 싸움 역시 내가 옳기 때문에 일어난다. 사상이 옳기 때문이 아니라 나의 이익이 있기에 그것이 옳다. 그리고 패배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과거와 마찬가지로 물러날 곳도 없고 아량을 베풀 겨를도 없다. 과거 혐오시설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한 님비현상이 그 시작점이 되었다면 지금의 싸움은 그 심화반 정도라고 하면 될까? 인간은 이상을 꿈꾸지만 자신의 이익 앞에서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세상은 결국 다수가 끌고 가기 마련이니...

 

우리 사회가 망가짐을 한탄 하면서, 그렇게 만든 이를 욕하면서도, 자신의 이익과 결부되는 순간. 내가 옳다. 나의 이익이 가장 옳다. 인간이니까. 단례로 수도권 과밀은 나쁘다는 생각. 누구나 원론적 차원에서 가지고 있으나, 수도권 사람에게 지방으로 가라면 대부분 싫다고 한다. 그들을 탓할 근거는 없다. 그들에게 무엇인가를 강제로 포기시킬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으니까. 그들이 그 권리를 지키려는 것도 사람이니 당연한 것이다. 길게 보면 나쁘지만 일단 내가 수도권에 산다면 수도권의 이익이 옳다. 수도권 과밀은 예로 든 것일 뿐, 지방이라고 안그런가? 사회 모든 시스템이 그렇게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돈은 과거 사상이 가졌던 그 포지션에 자리 잡은 것 같다. 이건희회장이 너무 쉽게 풀려나고 불쑥 복귀한 것도 이와 멀지 않다. 사실 예상하지 않았나? 이 돈의 싸움은 앞으로 또 얼마나 긴 시간 우리를 괴롭힐 것인가?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