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연구실 벽을 허물었죠"
올해로 강단에 선 지 23년이 되는 이필상 고려대
교수(경영)는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학생들과의 면담을 위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2∼4시 사이엔 아무런 일정을 잡지
않는다.
자신이 맡고 있는 '선물옵션'과 '기업경제학' 강의를 듣는 2백여명의 학생들과 속내를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기
위한 것이다.
이 교수는 "강의가 대형화되면서 학생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고 거리감도 많이 느꼈다"며 "학점 주는 사람으로
여길까 걱정이 돼 비록 늦었지만 얼굴을 맞대고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기 초마다 면담시간이
정해지고 수업계획서를 통해 공지되지만 학생들은 면담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아예 모르거나 알아도 찾아 오는 일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 교수가 처음에 "의무라고 생각하고 와라. 연구실이 어떻게 생겼나 구경이라도 해보라"고 한 뒤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학생들이 하나 둘 찾아 오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진로상담을 받거나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 놓으려고 오는 제자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릴 정도가 됐다.
지난 학기에 강의를 들었던 한 학생은 e-메일을 보내와 "왜 지난 학기엔 이런 기회가 없었나요.
예전에 수업을 들은 사람은 면담이 안되나요"라며 애교 어린 항의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면담 내용은 학생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취업난을 반영하듯 진로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고시를 준비하려는 학생에게는 '3∼4년 떨어지더라도 자책하지
말고 최선을 다할 자신이 있으면 준비를 하라'고 합니다. '왜 경영학과에 들어와 고시준비를 하냐'고 다그치지 않으니 오히려 본인이 당황해
하더라구요."
이 교수는 "학생들은 고민을 해결해주기를 바라고 오지 않는다. 해결책은 본인이 들고 온다"며 "단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확신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수는 그 걸 도와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가끔 수업시간에 가르친 내용을 물어보는
학생이 있는데 그럴 땐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이 정도 밖에 전달이 안 됐구나 싶어 반성을 하게 된다. 제자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배우는 점도
많다"며 "면담시간을 계속 늘려갈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