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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태 방출 역풍

이경희330 2008. 3. 4. 22:19
우리 히어로즈의 투수 정민태(38)가 결국 자유계약선수로 풀리게돼 강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우리 박노준 단장은 4일 “정민태를 자유계약선수로 풀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박 단장은 “정민태가 첫 재계약 협상 때부터 마치 갈 팀이 있는 것처럼 자유계약 선수로 풀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며 “선수 본인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구단으로서도 더 이상 협상할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구단이 내친 것이 아니라 선수 자신이 원해서 풀었다는 얘기다.

이로써 정민태는 연봉협상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우리 고액연봉자들 중 자유계약선수로 풀리는 첫 선수가 됐다. 지난해 3억 1080만원의 연봉을 받았던 정민태는 구단으로 부터 무려 75%가 넘게 삭감된 8000만원을 제시받은 바 있다. 이 같은 충격적인 삭감폭이 정민태를 더 이상 팀에 남기 어렵게 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문제는 정민태가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까지 연봉협상 진행 상황을 살펴보면 제 2. 제 3의 정민태가 줄줄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구단과 베테랑급 고액 연봉자들의 입장차가 너무 커 접점을 찾기 힘든 분위기다. 선수들은 연봉감액제한 폐지에 반발하며 버티고 있고 구단 측도 60~80%의 삭감안에서 요지부동이다. 그나마 선수들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정한 계약 마감시한인 7일이 너무 촉박하다며 연기를 요구하고 있으나. 박노준 단장은 “마감시한 연기는 절대 없다. 무조건 7일까지 연봉계약을 끝낼 방침”이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우리 선수들은 정민태가 자유계약선수로 풀렸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즉각적인 강경 대응은 아직 없는 상태다. 그러나 동료가 구단의 강경 방침에 따라 팀을 떠나게되는 상황을 맞아 시즌을 눈앞에 둔 선수단 분위기 악화와 그에 따른 전력차질은 불가피하게됐다. 역시 고액연봉자인 외야수 전준호는 “그저 황당할 뿐”이라고 말했고 포수 김동수 역시 “같이 뛰었던 동료였는데 너무 아쉽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 2일까지 제주도 전지훈련을 소화한 정민태는 우리 투수들 중 가장 빠른 페이스를 보여왔다. 개인 훈련을 통해 이미 1월부터 하프피칭을 소화하며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지난 3년의 부진을 말끔히 씻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이광환 감독은 팀 내에서 정민태의 컨디션이 가장 좋다고 판단하고 그를 8일 사직에서 열리는 롯데와의 첫 시범경기 선발로 내정했을 정도였다. 우리 정명원 투수코치는 “안타깝다. 정신력과 구위가 모두 살아나 올 시즌에는 뭔가 일을 낼 줄 알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광환 감독이 구상한 투수 운용 역시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정 코치는 “정민태가 5선발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 자리를 젊은 선수들로 채워야 할 것 같다”며 고민을 드러냈다.

정진구기자 jingooj@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