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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정문 철책 사이로 의사당 건물이 보인다. 지난 2004년 모습. |
ⓒ 오마이뉴스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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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의 표현을 빌려 말한다면, 이제까지 한나라당 공천에서는 세 마리의 철새가 공천을 받은 셈이다. 정덕구씨와 최종찬씨와 이현재씨가 그들이다.
인명진 위원장은 "요즘 황사가 심해서인지 사람과 새를 구별 못 한다"고 비꼬았다. 졸지에 세 사람은 자기 당의 윤리위원장에 의해 새가 되고 말았다. 아마 인명진 위원장이라면 그들을 '덕구새', '종찬조(鳥)', '현재오리' 정도로나 호칭하고 싶어 할는지도 모를 일이다.
정치철새가 우대 받는 것은 분명히 한국적인 기현상임에 틀림없다.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에는 정치철새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손혁재 성공회대 교수는 "한국 정치가 '질의 정치'를 하지 않고 '수의 정치'를 하기 때문에 철새들이 활개를 친다"고 했다. 한국 정치에서는 속된 말로 해서 '대가리 수' 많은 자가 이기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씁쓸하기는 하지만 날카로운 지적이다.
이미 이명박 대통령은 '실용'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옥과 돌을 가리지 않고 내각을 구성했다. 그런데 내각수반 격인 국무총리에 전형적인 철새 행각을 벌여온 한승수 씨가 지명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한승수 총리는 한나라당과 민국당과 민주당을 오락가락하며 여러 요직을 누렸는데도 또 다시 건재를 과시한 것이다.
[덕구새] DJ정부에서 장관→참여정부에서 여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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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전엔 열린우리당 의원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이 열린 지난 2005년 10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덕구 열린우리당 의원이 이해찬 국무총리등에게 질문하고 있다. |
ⓒ 오마이뉴스 이종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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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충남 당진에서 공천을 받은 정덕구씨는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산자부 장관, 노무현 정부 시기에는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러다가 그는 작년 느닷없이 참여정부를 비판하며 탈당계를 냈다. 그는 고뇌 끝에 결단을 내린 거라고 말했다.
그가 당시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과 사전 교감을 가졌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이자 소망교회 신도이기도 하다. 그는 탈당 후 상공회의소 특강 같은 데에서 '실용'이라는 말과 '친기업'이라는 말을 자주 쓰기 시작했다.
이 특강에서 그는 스스로 '전문가'라는 용어를 7번씩이나 사용하며 '기업 규제 철폐'를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에 공천 신청을 할 때에도 자신의 이름을 비공개로 해 달라고 함으로써 만에 하나 공천에 안 될 경우에 대비하는 용의주도한 처신을 보였다. 아무튼 그런 그가 공천을 받았으니 ‘고소영 국무위원’에 이어 이제 ‘고소영 국회의원’이 나오게 되었다.
[종찬조] 참여정부 초대 건교부 장관... '10·29부동산대책' 주역
최종찬 공천자는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기독교인인 그는 참여정부에서 초대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낸 사람이다. 그는 참여정부의 최대 실책이라고 하는 '10·29 부동산 대책'을 만든 주역이다.
강릉이 고향인 그가 안양 동안갑을 선택한 데에는 특별한 사유가 있어 보인다. 안양 동안 갑에는 충청도 유권자가 많은데, 그의 장인은 임광수 임광토건 회장으로서 21년 동안 충북도민회장을 지냈다.
임 회장은 특히 지난 대선에서는 충청인맥을 활용해 이명박 후보를 전폭 지원했다. 이로써 볼 때 최종찬 씨의 공천에는 장인인 임광토건 회장이 배경이 된 것처럼 보인다. 현역인 송영선 의원을 따돌리고 대기업의 사위를 공천한 것을 보니 '친기업 조각'에 이어 '친기업 공천‘도 성사된 셈이다.
[현재오리] 참여정부 비서관·중소기업청장
경기 하남에서 공천을 따낸 이현재씨는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지낸 후 중소기업청장으로 옮겨 앉았다.
그는 막강한 경쟁자들을 모두 물리쳤다. 그는 유성근 전 의원, 조성민 한양대 법대 교수는 물론, 하남 공천을 희망했던 백기승 전 박근혜 캠프 홍보단장을 주저앉혔고 역시 친 박근혜 계인 이종범 당협위원장까지도 탈락시키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런 그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벌어지고 있다. 다만 그는 연세대를 졸업한 이방호 사무총장의 가까운 대학 후배라는 점이 알려져 있을 따름이다. 거기다가 철새를 우대하는 한나라당의 공천 분위기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전여옥 의원은 한때 한나라당 대통령 예비 후보였던 고진화 현역의원을 물리쳤다. 비례대표 의원이 현역 의원과의 지역구 싸움에서 성공한 경우다.
그런데 알고 보면 전여옥 의원이야말로 보수 세력 내의 철새로 통한다. 그는 정몽준 대선캠프에서 활약하다가 한나라당에 가서는 박근혜 대표와 가까이 지냈는데, 문득 지난 대선 직전 이명박 캠프로 옮겨갔다.
원조 철새들도 다음 국회를 향해 날고...
물론 정치인들의 철새 행각이 한나라당만의 행태는 아니다. 우리는 대표적인 정치철새로 '경선불복'의 대명사처럼 된 이인제와 이제는 '미스터 군소리' 쯤으로 전락한 조순형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 역시 다음 국회에 입성할 공산이 크다.
이인제는 민주당 공천 경쟁에서 안희정을 이길 가능성이 높고, 조순형은 자유선진당의 비례대표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자유선진당에는 민주신당에서 옮겨간 유재건도 비례대표로 출마하려 하고 있다. 유재건은 한 때 민주신당 예비대선후보로 나섰다가 여의치 않자 도중하차하고는 부인을 내세워 출마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불과 한 달 전 철새 정치인을 받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알고 보니 그것은 한나라당 문을 두드렸던 조순형을 견제하기 위한 발언이었던 같다. 지금 한나라당 공천에서 가장 우대받는 그룹은 철새 정치인들이다. 그것도 '실용'의 이름으로 그리 한다니, 이 실용정부의 앞날이 마치 이 봄의 황사처럼 혼탁해 보이기만 한다.
철새는 번식기와 비번식기에 여기저기를 옮겨다니는 새다. 그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따뜻한 기후와 먹잇감뿐이다. 그들은 다른 것을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가치관이나 소신은 물론 최소한의 이념 따위도 없다. 그들에게는 선악이 없으며, 그러므로 체면이나 부끄러움도 없다. 하물며 그들에게 좌·우가 있을 턱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