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정부가 1·13대책을 발표한 후 한 달간 전세가격은 거꾸로 전국적으로 0.73%나 올랐다. 주택거래가 부진한 상태에서 전세수요가 공급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정부가 정책의 강도를 높여 2·11대책을 내놓았다. 이 대책은 크게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연간소득 3000만 원 이하의 무주택자에 대한 전세자금 대출한도를 6000만 원에서 8000만 원으로 올리고 대출이자율을 4.5%에서 4.0%로 내린다. 한편 주택임대업자 요건을 주택 5채에서 3채로 완화하고 취득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대폭 깎아주거나 면제해 준다.
그러나 이 대책 역시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우선 전세자금대출 확대정책은 대출신청 자격요건이 까다로워 해당가구가 많지 않다. 또 해당가구들도 이미 가계부채가 많은 상태라 추가적인 원리금 상환이 어렵다. 연 소득 3000만 원 이하의 서민들이 최장 4년간 8000만 원에 대한 원리금을 모두 상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한편 주택임대업자 확대정책은 관련세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4월 이후에나 시행이 가능하다. 더욱이 임대주택으로 전환될 수 있는 미분양주택들이 대부분 대형아파트여서 서민들의 전세용으로 보기 어렵다.
근본적으로 정부의 대책은 전세대란을 구조적 악순환으로 만드는 모순을 안고 있다. 서민을 위한 전세대책이 부유층을 위한 특혜의 성격을 띠고 때문이다. 전세를 찾는 무주택자에게 필요한 대책은 전세가격의 인하다. 이를 간과하고 전세자금 대출한도만 늘려주는 것은 부채를 추가적으로 사용하여 전세를 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전세 대책이 바람직한가? 우선 전세가격이 비정상적으로 폭등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이런 견지에서 전세계약을 갱신할 때 인상률 상한제를 적용하여 지나친 전셋값 인상을 막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시장기능을 위축시켜 전세물량공급을 오히려 줄이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시장기능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이익 범위 내에서 발휘되어야 한다. 과도한 독과점 이익을 허용하는 가격폭등은 오히려 시장기능의 실패를 유발한다.
근본적으로 전세 대책은 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데서 찾아야 한다. 따라서 공공부문에서 정부가 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획기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 동시에 민간부문에서 임대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임대주택 건설비율을 확대하여 의무화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최근의 전세대란은 주택거래의 장기적 침체가 주요 원인임을 감안할 때 실수요자 중심으로 거래가 활성화되도록 갖가지 규제나 조세정책을 조정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고려대 교수·전 총장
|
'이필상 교수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사회는 대학입시 위한 사교육에만 투자, 막상 대학에는 투자 안한다 (0) | 2011.04.26 |
---|---|
국가부채400조,실업자 400만 이러다 스태그플레이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0) | 2011.02.10 |
이필상 교수, 물가가 급등하여 서민경제의 숨을 막고 있다.. (0) | 2011.02.10 |
MB 가캬 그대 앞에만 서면 왜 작아지나요? (0) | 2010.12.20 |
이필상 교수 불안한 은행산업 빅뱅, 경영능력도 없이 몸집만 불린다.. (0) | 2010.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