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교수 칼럼

국가부채400조,실업자 400만 이러다 스태그플레이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이경희330 2011. 2. 10. 23:20

 

이필상 교수

정부는 5%대의 성장, 3% 수준의 물가안정, 일자리 창출과 서민·중산층 생활향상을 올해 경제운영의 3대 목표로 정했다. 성장과 물가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 고용문제와 국민의 생활고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뜻이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는 녹색산업 등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정책을 계속 추진한다. 동시에 교육훈련과 정보교환 등 취업인프라를 구축하고 고용시스템을 유연하게 만든다. 여기에 2조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공공부문에서 55만5000개의 일자리를 만든다. 한편 물가안정을 위해 농산물 생산량 예측시스템을 과학화하고 유통구조를 개편한다. 또 물가정보를 공개하고 물가상승 조짐이 있는 품목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한다. 더 나아가 정부는 복지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삶의 각 국면과 계기마다 기회의 창을 열어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며 즐겁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맞춤형 복지로 촘촘히 혜택을 준다.

 

스태그플레이션 함정에 빠질 수 있어
그렇다면 정부는 올해 경제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가능성이 낮다. 자칫하면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고 실업과 물가불안이 동시에 악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세계경제의 불안이다. 우선 유럽의 재정위기가 심상치 않다. 대규모 구제금융의 투입에도 불구하고 위기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전 유럽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세계경제를 위기상태에 몰아넣은 미국발 금융위기는 끝난 것이 아니다. 과다한 정부지출로 인해 재정위기로 전이되어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새로운 요인으로 바뀌었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아일랜드를 거쳐 포르투갈과 스페인으로 번지고 있다. 이 위기가 바다를 건너 영국으로 갈 경우 전 유럽은 재정위기의 불안에 빠진다.

국가 부채가 400조원이 넘는 우리나라도 재정위기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더욱이 일본, 미국 등 경제대국들도 재정상태가 부실한 것은 마찬가지여서 재정위기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이와 같이 재정위기가 국제적으로 확산할 경우 세계경제는 일시 회복 후 다시 침체하는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 더욱이 중국과 인도 등 신흥경제국들이 과잉유동성으로 인한 물가와 투기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출구전략을 구사할 경우 더블딥의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지난해 세계경제는 각국의 경기부양정책에 힘입어 4.4%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세계경제는 다시 침체국면에 빠져 3%대의 성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시장 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나라 수출이 타격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 지난해 28%를 기록한 수출증가율이 9%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수의 확대도 쉽지 않다. 지난해에 이어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갈 경우 소비심리가 호전될 가능성은 있다. 더구나 증권시장이 활황세를 보일 경우 소비의 활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고용불안이 심각하다. 지난해 높은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사실상의 실업자가 400만 명을 넘었다. 여기에 개인금융부채가 880조원에 달해 국민들이 빚의 덫에 걸렸다. 따라서 내수의 증가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한편 경제성장의 척도라 할 수 있는 설비투자도 부진하다. 지난해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대규모로 한 상태여서 추가적인 투자를 꺼리고 있다. 지난해 23%에 달하던 설비투자 증가율이 올해 7%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대내외적인 악재를 함께 고려할 때 지난해 6.1%의 성장률을 기록한 우리 경제가 올해 다시 5%의 성장률을 기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지난해 6.1% 성장률은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기저효과가 크게 반영되었다. 따라서 올해 5% 달성이 지난해 6.1% 달성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다.

 

물가 고공행진…경제에 2중 압박
올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최대의 복병은 물가다. 새해 들어서자마자 식료품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며 경제 전반에 동시다발적인 물가상승을 야기하고 있다. 상황이 다급하자 정부는 물가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총체적인 관리에 나섰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나 하듯이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이다.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는 주요 원인이 다섯 가지나 된다. 첫째, 국제원유와 원자재가격이 상승하여 관련제품의 가격인상 압박이 크다. 둘째, 중국의 물가불안이 고조되어 농산물 등 수입품가격이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셋째, 600조원 이상의 부동자금이 시장에 떠돌며 가격거품을 일으키고 있다. 넷째, 공공요금이 줄줄이 올라 물가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다섯째, 수출증가와 경제성장을 위해 정부가 편 고환율 정책이 수출증가의 대가로 물가불안을 국민에게 떠넘기고 있다.
이번 물가상승은 경제에 2중의 압박을 가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한편으로 농산물과 생활필수품의 가격을 올려 서민생활고를 가중시키고, 다른 편으로 원유와 원자재 가격을 올려 생산과 투자를 위축시켜 경제의 성장 동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 우리 경제 운영은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먼저 성장률 대신 취업률을 높이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경우 양극화구조로 인해 성장률이 높을수록 국민의 고통이 커지는 모순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자동화 투자와 해외생산 확대로 인해 경제가 성장을 해도 실업이 늘어나는 악성구조로 바뀌고 있다. 그러면 고용창출 효과가 큰 내수산업과 중소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여 성장률이 낮아도 취업자가 늘어나는 정책을 펴야 한다.

한편, 물가안정을 또 다른 경제정책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저소득층은 물가상승의 피해자지만, 고소득층은 물가상승의 수혜자가 되는 모순이 심각하다. 물가가 오르면 저소득층은 당연히 생활고를 겪는다. 특히 식료품비가 물가상승을 주도할 경우 이들은 엥겔지수가 높아 물가상승에 따른 고통을 집중적으로 겪는다.

반면 고소득층은 물가가 올라도 생활고가 별로 크지 않다. 대신 물가상승과 함께 오르는 증권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상승으로 재산이 크게 늘어난다. 이렇게 볼 때 저소득층에게는 성장보다 물가안정이 더 절실하다. 무엇보다 전세와 집값이 안정될 경우 주거안정과 내집 마련의 꿈을 다시 가질 수 있다.

그렇다면 경제정책의 기조를 성장위주에서 안정위주로 바꾸어 환율절상과 금리인상을 단계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유통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여 중간상인의 농간을 배제하고 담합이나 사재기 등 불공정 거래는 엄격히 차단해야 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한마디로 일자리를 만들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서민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경제성장이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phillee@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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