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리스트가 본국 사회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한 신인여배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살아생전에 성상납을 했다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이름이 담긴 이른바 '고(故) 장자연 리스트'와 전직 대통령의 후원자로 널리 알려진 기업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인들의 이름이 담긴 '박연차 리스트'가 그것이다. 신인여배우와 전직 대통령의 후원자.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절묘하게도 정계와 재계 그리고 언론계를 양분해 흔들고 있다. 워낙 얽히고 설킨 인물들이 많아 본국 언론에서 마저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 리스트의 인물들은 누구일까. <선데이저널>이 두 리스트의 주인공들이 누구인지 집중 취재했다. <편집자주> |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가 대한민국 언론계와 재계를 뒤흔들고 있다. 장 씨에게 성상납 등을 강요한 인사들이 적혀 있다는 문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본국의 한 방송사가 보도하면서 파장을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선데이저널>도 지난 호를 통해 이 리스트에 올라있다는 인사를 이니셜로 공개했다. 본국 언론이나 포털사이트에서는 이 리스트가 퍼질 경우 일어날 사회적 파장 때문인지 쉽사리 공개하지 못하고 있었으나 본지가 이니셜로라도 거론되는 인 사들을 공개하자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특히 장 씨의 유족이 리스트에 올라있는 인물 4명과 전 매니저 등 총 7명을 고소하면서 리스트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 이제 관심은 장 씨 유족이 고소한 인물들로 옮겨가고 있다. 만약 성상납 의혹 등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장을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피고소인들의 사회적 지위가 워낙 높아서 일각에서는 리스트에 대한 진위 논란도 일고 있다. 누군가가 의도를 갖고 허위로 작성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선데이저널>은 유족들이 고소한 인물들이 실제 성상납을 받았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유족들이 정식적으로 경찰에 고소한 인물들의 사회적 지위 등을 판단했을 때 실명을 공개하는것이 옳다고 생각해 실명처리하기로 했으나 아직 경찰 수사가 지행 중이니 자제해 달라는 요청에 의해 마감 직전 이니셜로 바꿔 보도한다. < 특별취재반 >

고 장자연 씨 유족이 고소한 인물은 총 7명이다. 이 중 3명은 전 매니저 유장호씨와 이번 사건을 처음 보도한 KBS 기자와 데스크 등 3명은 고인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문서를 공개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 나머지 4명은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올라 있는 인물들이다. 즉 유가족들은 이들이 장 씨로부터 성상납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본국 언론에서 '언론사 대표'로 표현하고 있는 C언론사 B사장이다. B 사장이 실제 장 씨와 어떻게 연을 맺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경찰이나 유족 측이 함구하고 있으나 일단 피고소인인 만큼 경찰이 조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B 사장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검찰에서는 이번 사건이 경찰에서 송치됐을 때 이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 지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 B 사장이 굳이 신인 여배우를 불러 술자리를 함께 했다는 고소인 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다른 한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잘 알려진 W금융지주 L회장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서울시립교향악단 이사장이던 이 회장은 영남(경남 하동) 출신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나와 ‘고소영’으로 불린다. 지난 대선 때는 ‘금융포럼’이란 외곽 단체를 이끌면서 당시 이 후보를 측면 지원하기도 했다. 이 후보의 대통령 취임 이후 그는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됐으나 낙하산 인사라는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마지막은 MP3 플레이어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며 잘 알려진 R기업 창업자 Y 사장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출신 인 Y 대표는 지난 1999년 1월 직원 7명, 자본금 3억원으로 레인콤을 설립했다. 2000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멀티 코덱 CD 제품을 개발해 6개월 만에 미국 시장 수위에 올랐다. 2002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벤처 업계의 신화적인 인물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언론사 기업인 금융인이 한 신인배우의 자살로 최대위기에 직면하면서 한국사회에 메가톤급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성매매특별법으로 고소되어 있는 거물 인사들은 이번 수사에 의해 명백히 결백을 밝히지 못하면 ‘惡魔’ ‘色魔’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귀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리스트 진위 여부
현재 경찰은 이들에 대한 소환 조사보다는 문건의 진위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건이 허위로 드러날 경우 굳이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필요없기 때문이다. 경찰은 유 씨가 출석하면 장자연 씨가 문건을 작성하게 된 경위와 이를 복사해 보관한 방법 등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유 씨는 "장 씨가 2월 28일 사무실에 스스로 찾아왔고 피해 사실을 담은 4쪽짜리 문건을 6시간 동안 작성했다"며 "3월 1일에도 장씨를 만나 (나에게 쓴) 3쪽짜리 편지를 건내 받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유 씨는 앞서 경찰조사에서 원본과 복사본 등 문건 14장을 갖고 있다가 지난 12일 유족을 만나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모두 소각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모 방송이 유 씨 기획사 사무실 복도 쓰레기봉투에서 문건을 발견, 추가 사본의 존재가 확인됨에 따라 유 씨의 앞선 해명은 신빙성이 떨어졌다. 경찰은 유 씨가 복사한 사본이 더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사본 존재 여부를 캐는 한편 경찰이 확보하지 못한 편지 형식의 나머지 3장 소재를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앞서 유족 등의 진술로 미루어 편지 형식의 문건 3장에 장자연이 관련인들의 이름을 적은 '리스트'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언론에 공개된 2건의 문건 형식이 각각 다르다는 점에 주목, 다른 원본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KBS와 노컷뉴스가 각각 공개한 문건은 글자 사이 간격이 다르고, 유족들도 KBS에 방송된 문건과 유족들이 태운 문건 형식이 달랐다고 주장해 제3의 문건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히 경찰은 장 씨 자살(3월 7일) 이전에 문건 내용이 사전 유출된 정황이 확인됨에 따라 이 부분이 사건 수사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집중 추궁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유 씨가 장 씨 동의 없이 문건을 유출하거나 작성 사실을 외부에 알리고 장 씨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이러한 유 씨의 유출 시도가 자살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또 다른 배후 있나
또 장 씨 자살 전에도 문건 내용을 유 씨 이외 다른 사람이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난 만큼 이들이 문건 작성과 관련됐는지, 문건 작성과 유출의 배후가 있는지 등도 수사 대상이 됐다. 중견 드라마 PD A씨는 유 씨 회사 소속 여배우 B씨가 장 씨가 자살하기 전인 이달 초 전화를 걸어와 "장자연이 소속사를 나오려고 한다. 그런데 김씨(장자연 소속사 대표)의 성격 아시지 않느냐. 난리를 치고 있다"면서 "장씨가 몇 장 써놓은 것이 있는데 내용이 기가 막히다. 보시고 김씨를 야단쳐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의혹들이 확인된다면 문건 유출 혐의에 대한 수사는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넘어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전망이다. 장 씨가 남긴 휴대전화 녹화파일과 문자메시지 등 조사에서는 아직 사전유출을 확인할 특별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한편, 탤런트 고(故) 장자연이 자살 직전 작성한 문건의 존재를 적어도 다른 여배우 1명과 한 드라마 PD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중견 드라마 PD A씨에 따르면 여배우 B씨가 이달 초 전화를 걸어와 "장자연이 소속사를 나오려고 한다. 그런데 김씨(장자연 소속사 대표)의 성격 아시지 않느냐. 난리를 치고 있다"면서 "장씨가 몇 장 써놓은 것이 있는데 내용이 기가 막히다. 보시고 김씨를 야단쳐 달라"고 말했다. 여배우 B씨는 장자연과 같은 기획사 소속이었다가 지난해 유장호 씨가 대표로 있는 호야스포테인먼트로 이적한 배우로, B씨가 통화에서 언급한 '장씨가 몇 장 써놓은 것'은 장자연이 남긴 문건으로 추정된다. 이에 앞서 유 씨는 장자연이 지난달 28일 자신을 찾아와 소속사로부터 당한 부당한 대우를 담은 7장짜리 문건을 작성했다고 밝혔고, 이 문건이 언론을 통해 부분적으로 공개된 상태다.

소송 리스트 이외 성 상납리스트 존재
현재 일본에 체류 중인 소속사 대표 김씨는 연예계에서 ‘게이’로 알려져 있는 인물로 일본에 체류 중인 이유는 마약 복용과 관련 피신 중에 있다는 말들이 한국 사회 전반에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 마약을 복용했다는 김 대표는 6개월이 지나야 피 속에 남아있는 마약복용 증거를 없애기 위해 현재 일본에 체류중이라는 말이 김 씨 측근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결국 이번 사건과 무관하게 일본에 체류 중이라는 사실이다. 고 장자연씨는 이들 거론 인사들을 이른바 ‘악마’로 표현하고 있으며 인간같지도 않은 인간 틈바구니 속에서 마치 인형처럼 살아야 했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죽어서 이들 악마들과 맞싸우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고소된 7명은 실제로 사건과 무관할 수 있다. 실제 장자연씨의 성 상납 리스트엔 한국 굴지의 대기업 총수이자 호색한으로 알려진 L씨와 역시 조선일보와 관련있는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으나 정작 유가족에 의해 고소된 인물 속엔 이들 이름은 없어 의혹이 일고 있다. 리스트에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 중엔 이미 미국 등 해외로 도피(?)한 인물들도 본지 취재진에 의해 확인되고 있다. 유가족이 아무런 증거나 이유없이 대 언론사 사주와 대통령 최측근까지 싸잡아 고소를 했을 리 만무하다는 것이 여론의 향배다. 이번 사건에 대해 본질을 알고 있는 인사들은 이들을 연결시켜준 또 다른 강남의 실력자(여)가 있으며 한국 정재계 언론계 인사들을 소속사 김 대표의 부탁으로 연결해 주었다라는 말도 신빙성있게 흘러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은 수사본부인 분당경찰서를 방문해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건 발생 10일이 지나서야 삼성동 소속사 건물을 압수수색해 ‘뒷북 수사’라는 비난에 직면해 있으며 대통령 최측근이 L 모 회장까지 수사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모든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