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과 심형래. 아무런 접점도 없어보이는 이 두 명은 사실 비슷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 미국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 시장이라고 해야 할까. 박진영은 작곡가와 PD로서의 능력이 통하지 않자 자신이 기획한 가수들을 보내려고 하고, 코미디언인 심형래는 희한하게도 영화감독으로서 미국에 자리잡으려 한다.
둘 중 심형래는 정말로 순수하게(?) 미국에 대한 동경과 사랑에 빠져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한국 제작사나 한국인 감독이 헐리우드에서 영화를 찍거나 미국 전역에서 와이드 릴리즈 개봉하는 것을 "누군가는 해야 할 일"로 표현하고, 때문에 자신이 (일신의 영달마저 포기하고) 뛰어들었다고 설명한다. 그리하여 민족-국가적 사명을 띠고 낯설고 물선 곳으로 나선 '개척자'로 자신을 명명한다. 그는 "길을 닦아놓는" 사람이 된다.
감독 심형래는 아마 마이클 베이나 스필버그를 자신의 이상적 모습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마이클 베이는 심형래가 적극적으로 바랄 만한 인물이다. 마초적인 세계관 내에서 천문학적 비용의 CG와 특수효과로, 적당히 애국애족심을 만족시키는 영화들이 마이클 베이의 그것 아니던가.
내가 보기에 심형래는 (만약 보았다면) 특히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보면서 감동했을 것이다. 동시에 걱정을 했을 거다. -"이걸 어떻게 이길까?"-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심형래는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을 보면서 '비교가 안 되는 자본력'을 생각했을 것이고, 이후 그것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했을 거다.
그러나 자본력에만 집착한 까닭에, 감독으로서의 심형래는 실망스러운 결과물만을 내놓았다. <용가리>의 내용은 '나가리'였고, <디 워>는 영화를 '지워'버리고 싶게 했다. 특수효과와 그것을 마련하기 위한 제작비에만 골몰해서, 정작 특수효과들을 영화적으로 어떻게 구성하고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영화를 위한 특수효과'를 만드는 대신, '특수효과를 위한 영화'를 만든 것이다.
심형래의 마케팅 방식인데, 그는 영리할 정도로 애국 마케팅을 해 왔다. 그가 헐리우드에서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고생한 일화를 듣다보면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극장으로 향해야 할 것 같다. 그의 화술은 적절히 애국심과 애족심을 혼합하여 자극한다.
그러나 박진영과는 달리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 심형래다. 그의 작품을 보고 실망하면서도 다음 작품을 잘 찍기를 바랐다. 감독 심형래가 포기하지 않길 바랐고, 그의 작품이 발전하기를 바랐다. 그가 내게 큰 웃음을 주었던 코미디언이어서가 아니다. 그의 영화가 괜찮은 작품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마 그와 영화가 어떤 서사의 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일 거다.
다시 말해 심형래 그 스스로가 영화라는 세계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인물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아마 나는 그래서 감독 심형래의 새로운 작품을 기대하는 것 같다. 어쨌든 도전하는 자아의 이야기라는 것은 감동스러운 면이 있는 것이다.
그의 신작이 곧 개봉한다. 비로소 그의 장르로 돌아온 것 같아 더욱 기대된다. 이 영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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