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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교수..은행에 대한 책임을 엄밀히 묻고 구조조정을 선행해야 한다”

이경희330 2008. 12. 22. 14:38

정부가 펀드를 조성해 2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은행에 주입하겠다고 밝히자 은행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은행들은 공식적으로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정부 간섭에 대한 우려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펀드 조성으로 ‘책임론’과 ‘구조조정설’이 다시 한번 고개를 들면서 일부 은행들은 정부자금을 받지 않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가 한국은행 등을 통해 최대 20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18일 은행연합회 소속 18개 은행 은행장들은 오후 들어 긴급 간담회를 열고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은행장들은 간담회 후 “펀드 조성으로 손실 흡수 능력이 제고돼 실물경제를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며 “중소기업과 수출기업을 적극 지원하고 경영 합리화를 통해 은행 건전성을 더욱 제고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은행들의 속내가 겉으로 드러난 것처럼 편한 것만은 아니다. 자본확충으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수 있게 된다고 해도‘정부’자금을 받았다는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임승태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자본확충 대상 은행과 양해각서(MOU) 체결을 검토중이라고 밝혔고, 한국은행 역시 나름대로의 요구조건을 내걸 것으로 보인다.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다. 은행들의 방만경영에 대한 비판과 구조조정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필상(경영학) 고려대 교수는 18일 한 케이블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은행들이 돈벌이 차원에서 방만한 경영을 해서 부실채권이 발생했고, 이 때문에 경제가 무너졌다”며 “현 상태에서 자본을 확충해주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된다. 은행에 대한 책임을 엄밀히 묻고 구조조정을 선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비판을 염두에 뒀기 때문인지 은행장들은 이날 간담회 후 “자본확충 조치는 필요한 은행만 자율적으로 신청해 지원받는 것이기 때문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백업(back-up)’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은행들은 정부자금을 받지 않기 위해 서둘러 ‘자력갱생’ 방안을 찾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날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신한은행에 8000억원을 증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수진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