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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교수,,미국에서 시작된 부동산 버블 붕괴와 금융위기가 세계적인 국제 금융시장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경희330 2008. 11. 21. 23:48



●“세계 경기침체 최소 2~3년은 갈 것”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위기의 기운이 실물경기로 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경제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운 위기는 얼마나,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또 이 불황을 현명하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경제전문가들은 “현재의 경제위기가 대공황이후 세계경제가 처한 최대의 위기”라는데 공감을 나타내며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를 위축시키고 실물경제의 위축이 다시 금융불안을 조성하는 악순환의 고리로 접어들면 위기의 여파가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경제전문가들로부터 현재의 경제위기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들어봤다.


                                                          

지상좌담 참가자(가나다 순)

|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 이필상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금융위기의 여파가 실물경기의 침체로 나타나고 있다. 불황이 얼마나 갈까.

장하준 지금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다. 당장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과 영국의 금융기관들의 정확한 부실 규모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들 금융기관들의 추가부실이 밝혀진다면 제2, 제3의 금융위기가 올 수도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금융위기가 언제 마무리될지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이 위기의 여파가 적어도 2년 이상은 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필상 현재 세계경제는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자본주의의 심장이라는 금융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세계경제가 회복되면서 금융산업 자체가 전략산업화됐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시작된 부동산 버블 붕괴와 금융위기가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발전했다. 국제 금융시장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국제무역과 국제투자가 위축될 가능성도 크다. 개별 국가별로 생산과 소비가 줄어들면서 공황상태에 가까운 위기가 초래되고 있다. 내년 세계 성장률은 1%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상황이 몇 년에 걸쳐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전성인 이번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 경기의 침체는 그리 간단히 끝날 것 같지 않다. 오마바 신임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까지의 상황만으로 본다면 적어도 내년 하반기까지는 침체기조가 이어지지 않을 까 생각한다. 게다가실물경기 악화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금융불안을 다시 확산시키는 악순환이 벌어지면 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강석훈 향후 2∼3년 정도 실물경제의 침체가 예상되는데 문제는 실물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각국 정부가 푼 유동성이 앞으로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점이다. 실물경기가 다시 회복되는 시기에는 현재 과잉 공급된 통화를 회수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금리상승에 따라 실물경기 상승폭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현재와 같이 유동성이 말라붙은 상황에서 금리인하를 안 할 수도 없다. 금융위기와 실물경제의 침체가 동시에 왔다는 점에서 세계경제가 과거와 같은 성장률을 보이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기의 침체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필상 우리 경제는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해외의존도가 크다. 미국과 유럽의 마이너스 성장과 함께 중국 성장률도 7%대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동안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수출이 줄어드는 것이 큰 문제다. 벌써 10월 수출이 전달에 비해 3분의 1로 줄어들었고 내년에는 수출 증가율이 한자리 수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환율이 오르고 주가는 폭락하고, 금리는 오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생산비가 올라 공장 문을 닫고 금리상승의 영향으로 가계와 중소기업이 연쇄부도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주가폭락으로 기업과 개인의 자산도 급감했다. 금융위기가 각 경제주체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강석훈 세계경기의 침체로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악화시킬 것이다. 매출증가세가 둔화되거나 기업에 따라서는 마이너스 성장률이 나타날 수도 있으며, 수익성 하락도 불가피하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이에 따른 본격적인 고용조정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성인 특히 자동차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자동차는 대표적인 내구 소비재인데 우선 할부금융 제도가 위축될 것이고, 소비자 역시 미래의 소득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에 내구재를 선뜻 구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호황을 구가했던 조선업의 경기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 중국의 경기침체는 우리나라의 전 산업에 걸쳐 그 한파를 뿌릴 것으로 보인다. 아마 내년부터 기업과 개인 대규모 파산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비해 통합도산법을 정비해야 한다.

▶중국과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것은 도움이 안 되나.

강석훈 미국의 경우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금융위기의 여파가 워낙 커 실물경제가 침체되는 상황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재정지출 확대가 민간부문의 소비와 투자 감소분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으나, 재정확대만으로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중국의 경우에도 내수진작책을 사용한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세계경제가 침체인 상황에서 중국만의 고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장하준 물론 경기부양책이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금융부실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각국이 내놓은 경기부양책이 위기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더욱이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풀어도 이 돈이 궁극적으로 국민경제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상용되는가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일례로 대공황 당시 미국의 뉴딜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가난한 남부지역에 댐 등 대규모 SOC 건립에 나서면서 국민들의 소비를 진작시키는 한편 SOC 건설을 통해 국민경제의 효율성을 높였기 때문에 이후 1950년대의 고성장이 가능했다.

그런데 지금 미국처럼 금융기관이나 GM과 같은 특정 대기업에 돈을 풀어서는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이필상 앞으로 미국은 자국의 경제 살리기에 초점을 두면서 경기부양책을 펼칠 것이기 때문에 재정지출 확대와 더불어 보호무역주의도 강화할 것이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펴면 국내 자동차, 철강, 섬유 관련 기업들의 수출 타격이 예상된다.

전성인 침체기의 경기부양책은 침체의 기조를 되돌리기 위한 몸짓이다. 당장 큰 효과를 거두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미국의 경우 먼저 부실을 털어내는 수순이 다 종료되어야 비로소 경기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경우 향후 전망을 하는데 있어서 어려운 점은 부실의 성격과 규모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두 나라의 경기부양책이 어떤 효과를 낼지는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도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를 골자로 한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내수를 살리기 위해 감세와 재정지출 중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할까.

장하준 우리 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장 내수가 살아나야 하는데, 부자들을 상대로 한 감세는 부자들이 다시 남는 돈을 소비하지 않고 저축할 가능성이 높아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 또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현금을 보유하려는 상황에서 기업들을 상대로 한 감세도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당장 내수를 진작시키고 소비를 살아나게 하기 위해서는 감세보다는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지출 등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

전성인 법인세, 상속세, 종부세 경감이 기업투자, 민간소비 증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감세를 가지고 경기부양을 한다는 정책의 무모함은 미국에서 아버지 부시 대통령과 아들 부시 대통령의 경제정책 실패로 이미 입증된 사안이다. 아직도 감세에 의한 경기부양을 거론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실패를 다시 공부해야 할 것입니다. 당연히 재정지출 확대가 경기부양의 핵심이어야 한다. 다만 재정지출을 복지부문에 써야 할 것인지, 금융부문에 써야 할 것인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강석훈 물론 단기적인 효과를 내기에는 감세보다는 재정지출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감세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미 하기로 약속한 정책이기 때문에 정부의 신뢰성 확보라는 차원에서 실행해야 한다.

더욱이 사회복지지출의 확대는 구조적인 재정지출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기 쉽다. 한번 늘어난 사회복지지출은 줄이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한시적 대응책으로서 사회복지지출에도 일부 재정을 확대해야 하지만, SOC투자 등의 확대가 더욱 중요하다.

이필상 현재는 경제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무너진 상태다. 단기적으로는 재정지출이 효과가 크기 때문에 당장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재정지출 확대는 반짝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큰 데다 정부의 빚이 많아져 나중에 대책을 세울 여력이 없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무엇보다도 시장을 비롯한 경제 시스템이 이 스스로 살아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감세나 규제완화, 일거리 창출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중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해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게 해야 한다.

▶시중의 유동성을 늘리기 위해서는 금리도 중요하다. 한국은행은 이미 몇 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했는데 경제를 살리기 위해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필요한가.

강석훈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필요하기는 하다. 금리인하는 궁극적으로 가계와 중소기업의 대출 금리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금리인하와 더불어 현재 자금시장의 경색 국면을 타개할 수 있는 미시적인 자금시장 정책이 필요하다.

장하준 금리를 인하하면 유동성이 늘어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금리인하로 늘어난 유동성이 현재의 금융시장의 불안을 막는 데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지 살펴보면 그 효과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의 금융위기는 신뢰와 불확실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성인 한은의 금리인하에 반대한다. 한국은행법에 의하면 한은은 물가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다른 정책목표를 추구할 수 있다.

물가상승률이 일정 수준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한은은 다른 모든 정책목표를 희생하고 긴축을 하는 것이 법률상의 의무이다. 대부분의 기관들에 따르면 내년도 물가상승률은 한국은행법에서 정한 물가안정목표인(3년 평균물가상승율) 3%를 훌쩍 넘어 3.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한국은행은 긴축해야 한다. 한은은 지난 한달 사이에 기준금리를 1.25%나 인하했는데 한국은행법을 바꾸지 않은 상황에서 한은이 이렇게 금리를 내리는 것은 위법이나 다름없다.

이필상 지금 급하다고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사람 몸에서 피가 안 돌 때 인공수혈로는 부족한 것처럼 자금시장이 붕괴된 상황에서 금리인하가 큰 효과가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금융시장의 신뢰회복이 더 중요하다. 정부는 금융기관의 실상을 그대로 알려 안심시켜야 한다. 현재는 정책에 대한 신뢰와 금융기관 간 신뢰가 모두 떨어져 있다. 또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면 강만수 장관을 비롯한 현 경제팀을 교체해서라도 금융시장에 국민의 신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가계의 대출상환 능력이 하락하는 등 가계경제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는데.

장하준 금융위기로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환율상승으로 인한 물가소득으로 가처분 소득이 하락하니 가계의 상황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소비를 줄여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은 상황이 좀 낫다. 문제는 저소득층과 차상위계층을 비롯한 서민층이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이들 서민계층의 가계가 붕괴되기 시작하면 그때는 경제위기가 아니라 사회적인 위기가 될 수도 있다.

강석훈 현재 우리 가계 자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부동산이다. 가계부채 역시 대부분 부동산 담보대출이다. 따라서 가계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시중금리의 하락이 필요하다. 특히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도래되는 부동산 담보대출 만기연장과 관련해 은행들이 보다 융통성 있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또 부동산 가격의 연착률을 유도하기 위한 세밀한 정책조합이 필요하다.

이필상 향후 집값이 폭락할 경우는 기업과 금융권의 연쇄부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담보로 집을 구입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만기연장이나 금리인하를 해줘야 한다. 그러나 가계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수입을 늘려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전성인 우선 은행권에 유동성과 자기자본이 충분하게 존재해야 한다. 이것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둘째 은행이 만기가 돌아오는 가계대출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연장을 해 주도록 감독당국이 지켜볼 필요가 있다. 셋째 통합도산법의 개인회생 부분을 시급히 손질하여 가계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가계가 사채 등 더 큰 수렁 속으로 빠져 들지 않고 시급히 법원의 개인회생 절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금융위기로 인한 건전성 악화로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면서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흑자도산을 하는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는데.

전성인 당장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업무를 은행에 믿고 맡겨서는 안 된다. 금리를 인하하고 은행채를 매입하는 등 은행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은행이 돈을 받아서 중소기업에 대출한다는 보장이 없다. 가장 부실이 두드러진 곳, 부실이 다른 분야로 옮겨 붙을 만한 곳을 타깃으로 정해 목적성 정책자금을 쓰는 것이 나을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은행의 자기자본 확충이 시급하다. 지금 은행들이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것으로 임시변통하고 있는데 후순위채는 이자가 만만치 않다. 결국은 정부가 은행의 증자를 도와주어야 한다고 본다. 부분 국유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런 연후에 중소기업 대출을 유도해야 한다.

강석훈 일시적인 자금위기에 봉착한 기업이 있다 하더라도 은행들을 윽박지르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공적인 금융기관에서 정책자금의 대출확대나 보증확대 등을 통해 중소기업들의 흑자도산을 막아야 한다.

장하준 우리 은행들은 단기선 외화자금을 끌어다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장기대출을 하다 금융위기로 단기 외화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건전성이 악화됐다. 하지만 우리 은행들의 상황이 미국이나 영국보다 심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정부가 단순히 은행에 구제금융을 주는 것보다 출자와 같은 형태로 은행을 지원해 은행의 경영에 보다 깊숙이 개입해 외국인 주주들의 고배당 압력을 막고 은행의 대출행태를 바꿔나가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형구 기자 (lhg0544@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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