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대기업·중기 “황당”… 보수진영도 ‘갈지자’ 불만
‘오늘은 기업프렌들리, 내일은 친서민, 모레는 ?’
이명박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경제행보에 산업계도, 학계도, 시민단체도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한마디로 방향성을 모르겠다는 말이다. 친서민정책을 하려면 제대로 하던가, 대기업의 기살리기를 하려면 그대로 밀고나가던가, 예측가능한 경제행보를 보여달라는 주문이 각계에서 쏟아지고 있다.
경실련은 26일 대통령의 대기업 견제에 대해 “취임 직후부터 친서민을 얘기했지만 정책은 대기업 중심으로 흘러갔다”며 “진짜 서민을 위한다면 친기업 기조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기업형슈퍼마켓(SSM)을 규제하는 법률은 정부 반대로 국회에서 막혀 있고, 금융위기 때는 환율을 높여 서민들의 물가부담을 높이면서 대기업의 수익을 보장해줬다. 또 종합부동산세 감면과 고소득층 감세를 통해 지난 2년간 ‘부자정책’을 탄탄하게 다져놨다.
이런 상태에서 캐피털사 금리 인하와 같은 지엽적인 대책은 서민들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풍선효과’로 인해 애먼 서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캐피털사가 고금리 사업하는 것은 전 국민이 다 아는 사실 아니냐”며 “이제 와서 새로운 것을 발견한 양 요란을 피우면서 캐피털사만 급하게 틀어막으면 서민들이 진짜 불법사채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같은 그룹 10개는 나와야 한다며 독려하던 때가 엇그제 같은데 당황스럽다”며 “중소기업·대기업의 상생이라는 경제적인 관점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관점에서 나오는 발언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의 반응은 되레 냉랭하다.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중소기업들을 위해 해준 것이 뭐가 있느냐는 피해의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한 대기업 하청업체 대표는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대기업에 납품하는 제품의 단가는 더 떨어졌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시정조치를 했다는 얘기를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은 이 때문에 말로만 대책이 아닌 합리성과 공정성 강화를 중소기업 대책의 필수 요소로 꼽는다. 이민화 기업호민관은 “중소기업의 사업제안서도 지적재산권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문서 없이 구두로 발주할 때는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하는 등 발주시스템도 합리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소프트웨어 업체 대표는 “말로만 지원이 아니라 성장성 있는 기업들을 명확하게 추려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보여주기식 서민정책에 대해서는 ‘진정성 있는 소통’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치적에 대한 욕심으로 대통령 혼자서 다할 생각하지 말고 어려움을 국민들에게 밝히고 여론을 모아 같이 바꿔나가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이다. 대기업 개혁을 외쳤던 노무현 정부도 국민을 배제하면서 결국 대기업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대기업들은 시장을 지배하는 힘이 있다”며 “정부는 있는 문제를 그대로 국민들에게 알리고, 같이 고민해가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점진적으로 고쳐나가는 것이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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