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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성 회장 우리금융의 사외이사진 ‘MB계 낙하산 무차별 투하’

이경희330 2009. 4. 9. 23:47

이팔성 'MB계' 수혈 내막
현 정권과 애니타임 애니콜?

지난 3월 27일 주총에서 무배당 결정으로 소액주주들의 비난을 받은 우리금융지주와 계열사들이 ‘친 MB(이명박 대통령) 성향’ 인사들을 사외이사진에 대거 등용했다. 최근 계열 은행들에 대한 권한 강화로 장악력을 높인 이팔성 회장은 MB계 인사들의 사외이사진 입성을 통해 더욱 큰 날갯짓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주요 상장사 사외이사진에 ‘MB계 낙하산 무차별 투하’ 논란이 일고 있는 와중이라 뒷말을 낳을 듯하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금융권의 대표적인 ‘MB맨’으로 꼽히는 인사다.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후배가 되는 이 회장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당시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를 거쳐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상근특보를 지냈다.

이팔성 회장은 지난해 6월 취임 당시 우리금융 안팎에서 MB맨 꼬리표로 인해 ‘낙하산 논란’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거치면서 우리금융그룹은 이 회장 리더십을 배가시킬 수 있는 환경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최근 우리금융지주는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 제도를 폐지하고 지주회사 산하에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 CEO를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행추위가 외부 인사들로 구성돼온 탓에 은행장 선임 과정에 지주회사의 영향력이 약해 지주사 회장과 우리은행장이 갈등을 빚는 사례가 잦았다. 업계에선 이번 행추위 폐지를 골자로 한 정관변경을 통해 이팔성 회장의 지배력이 한층 배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 측은 “행추위를 지주사 산하에 설치해서 보다 투명하게 CEO를 선출하자는 취지”라는 입장이다.

우리금융의 사외이사진 대폭 교체 역시 이팔성 회장의 입김 강화를 뒷받침할 대목으로 꼽힌다. 최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이 회장과 고려대 동문이거나 현 정부와 가까운 인사들이 우리금융 계열에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우리금융지주의 새 사외이사가 된 이두희 고려대 교수는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같은 과 후배인 동시에 이팔성 회장과는 동문이다.

더욱 시선을 끄는 대목은 이 교수 부인이 현 정부 초기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으로 임명됐다가 논문 표절과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80여 일 만에 사퇴한 박미석 숙명여대 교수라는 점이다. 이팔성 회장이 2007년 숙명여대 객원교수를 지낸 인연도 눈길을 끈다.

우리금융그룹의 사외이사진에 친MB계 인사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사진은 이팔성 회장.


이 교수 외에도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진 중에 현 정부와 돈독한 관계를 이어온 이들이 있다. 이번에 사외이사로 재선임된 신희택 서울대 법대 교수는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기업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던 인물이다. 그는 1975년 사법고시 수석합격, 1977년에 사법연수원 수석졸업으로 각각 대통령상과 대법원장상을 수상한 수재. 신 교수는 현 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을 지냈다. 김앤장 고문 출신으로 현 정부에서 각별한 신임을 받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역시 김앤장 고문 출신인 한덕수 주미대사와 더불어 현 정부의 김앤장 출신 중용 사례로 꼽힌다.

이팔성 회장의 고려대 법대 후배인 이영호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역시 우리금융지주 신규 사외이사진에 포함돼 주목을 받는다. 이 고문은 이헌재 초대 금감위원장 비서실장, 은행검사 4국장, 증권감독국장, 금감원 부원장보 등 금감원 요직을 두루 섭렵했다.

우리금융 자회사인 우리은행의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은 이팔성 회장의 고려대 법대 선배다. 이 전 장관은 신한은행장과 한국외환은행장을 거쳐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과 은행감독원장까지 지낸 금융계 원로다. 박정희 정부 땐 재정차관보, 김영삼 정부에선 재무부 장관을 지내는 등 역대 정권과도 돈독하다. 현 정권과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으면서 인연을 맺었다.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외곽조직이던 서울경제포럼에서 사무총장을 역임한 백창렬 씨도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현 여권과의 관계로 주목받는 신규 사외이사들도 있다. 우리금융지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헌 변호사는 여·야가 미디어관련법 처리를 논의하기 위해 구성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 한나라당 추천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진보성향 변호사 모임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대립각을 세우며 활동을 해온 시민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시변) 공동대표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변호사는 최근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 변희재 실크로드CEO포럼 회장과 함께 보수성향의 주간지 <미디어워치> 창간을 주도하기도 했다.

우리금융 자회사 우리파이낸셜의 신규 감사(상근)로 선임된 이기형 중국 연변과학기술대 겸임교수도 현 여권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인물이다.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제특보를 비롯해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재경위 부위원장을 거쳐 충남 서산·태안 당원협의회장까지 거쳤다.

시민단체 등에선 고려대 출신이거나 현 정부·여권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온 인사들의 사외이사진 합류에 대한 우려의 시각을 제기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지난 3월 26일 <경제개혁리포트> ‘사외이사와 이명박 정권’을 통해 “주요 상장사 신임 사외이사 중 10%가량이 현 정부와 긴밀히 관련된 인사들”이라며 “사외이사직이 정권에 대한 로비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외이사 선정과 관련, 우리금융 측은 “경제위기 상황 타개를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를 사외이사로서 초빙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두희 교수는 마케팅, 이영호 고문은 금융리스크, 이헌 변호사는 준법감시기능 관련 전문가적 역량을 고려해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특검’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희복 전 한국조폐공사 사장도 우리금융지주 신규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이에 우리금융 측은 “시장환경 변화대처 전문가로서 영입한 케이스”라고 밝혔다. 강 전 사장은 현재 시장경제연구원 상임이사로 재직 중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