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의원을 비롯한 친 이명박 대통령 그룹 연말 개각을 통해 ‘이명박식 정치’를 확실하게 한번 보여줄까.

여당발 연말 개각설 ‘형님 파워’의 실체

‘여의도 이력서’가 왜 죄다 그쪽으로?

최근 여당 내에서 연말 개각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이상득 의원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작용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권에 연말 개각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지난 9월에 ‘여권 연말 대개편론’이라는 ‘천기누설’을 한 뒤 당 안팎에서 “논의 시기가 아니다”라는 비판이 일자 이 문제는 일단 잠복해있던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근 금융위기가 확산되고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 급격히 추락할 조짐을 보이면서 여권 내부에서조차 ‘개각을 통해 반격의 모멘텀을 잡자’라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도 애초 개각론에 대해 본능적인 거부감을 보였지만 민심이반을 수습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할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 속에 최근 들어 개각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연말에 개각이 이루어질 경우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이번 개각에도 여전히 막후에서 인사 영향력을 발휘할지가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이재오 전 의원이 조기 복귀할 경우 이 의원과의 여권 컨트롤 타워 경쟁도 불꽃이 튈 전망이다. 연말 개각설 논란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권력투쟁 막후를 들여다봤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만성적인 낮은 지지도, 향후 각종 선거에 대한 불확실성, 금융위기의 장기화 가능성은 이 대통령이 연말에 개각을 단행하도록 만드는 중요한 명분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형태의 개각이 될까. 먼저 정치권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이상득 의원의 인사 영향력이 여전히 살아있을지 여부다. 이 의원은 이명박 정권이 출범할 때부터 ‘만사형통’(萬事兄通) 논란을 일으킬 만큼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청와대 인사 라인도 박영준 전 비서관이 물러나긴 했지만 여전히 Y, L 행정관 등 이 의원의 최측근들이 막후에서 여권 인사의 핵심 포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또한 수시로 여의도를 찾아 여권 의원들과도 인사 문제 등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점에서 이 의원은 현 정권의 인사 라인을 실제로 장악하고 있다는 평을 받을 만큼 현재로선 여권 최대의 실세로 통한다. 그래서 이 의원은 ‘보이지 않게’ 여권 내 ‘해결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의원은 불교계의 종교편향 반발이 일자 사찰을 순회하면서 ‘불심 달래기’에 나서는가 하면,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에 대한 당내 반발을 무마시키는 등 ‘전 방위 활동’에 적극 나선 바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를 잘 모르기 때문에 청와대 정무라인과는 별도로 이상득 의원이 여의도의 모든 사안에 대해 리베로로 활약하는 것을 용인하며 전적으로 그에게 정무 사안을 맡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 대통령이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선에서 정국 사안마다 자기 목소리를 내며 여권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로선 이런 그의 영향력이 이번 연말 개각에도 적극 반영될 것이라는 데 대한 여권 내 이견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 의원도 연말 개각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내에서 개각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개각의 폭과 시기는 전적으로 청와대의 몫이지만 그 필요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이 의원도 여론의 뜻에 따라 연말에 개각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인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의도 일각에서는 “인사철을 앞두고 이상득 의원 사무실에 정치인들 이력서가 쌓이고 있다”라는 소문마저 떠돌고 있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이 의원의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함을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선 이 의원이 이번 개각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는데 그 바로미터가 바로 친박(친 박근혜 전 대표) 그룹 또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그룹의 내각 진입 여부다. 향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교체될 경우 임태희 정책위 의장이 가장 유력하게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여권 일각에선 평소 박근혜 전 대표 세력과의 연대를 주장해온 이상득 의원이 이번에 ‘친박그룹’ 소속인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의 경제·사회 분야 입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경제통으로 기획예산처, 청와대, 재선의원 등 개인 경력에서도 부족함이 없고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배려도 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또한 이 의원이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세력의 입각도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두 사람은 지난 9월 25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비밀리에 회동한 사실이 드러나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 의원이 “장소에 구애 없이 (이 총재를) 만나고 싶다”고 먼저 제안했고, 이 총재 측이 장소를 정해 만남을 가졌다는 것이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국회의 뒷받침이 절실한 상황인 만큼 제3교섭단체인 선진과 창조의 모임 수장인 이회창 총재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겠느냐”라고 말했다. 여의도의 한 정치 컨설턴트는 “두 사람이 비밀 회동을 가질 만큼 일단 물리적 관계가 좋은 편이라고 본다면 향후 국정 운영에서도 여권이 이 총재 세력에게 도움을 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특히 친박그룹과의 관계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연말 개각에 이 총재 사람을 입각시키면 두 세력이 ‘공동정권’ 성격의 공조를 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회창 총재가 박근혜 전 대표와 지지기반이 겹칠 뿐만 아니라, 현재 지지율 면에서 한나라당이 고전하고 있는 충청권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이 총재와의 연대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 위기에 따른 민심 이반 수습이 이번 연말 개각의 핵심이라고 보면 여권으로서는 당연히 ‘탕평내각’을 추진해야 한다. 현재 여권의 권력구도상 그나마 온건파이자 원로그룹의 대표 격인 이상득 의원만이 친박그룹이나 이회창 총재 세력의 내각 진입을 적극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분석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연말에 개각이 이루어진다면 이번만은 ‘만사형통’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는 사람들도 많다. 현재의 여권 권력 구도가 너무 이상득 의원에 치우치고 있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도 그 운신의 폭이 좁아져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이 대통령이 연말 개각을 통해 이 의원에 치우친 권력의 무게 추를 어느 정도 균형 있게 맞출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 논리의 연장선에서 나오는 것이 이재오 전 의원의 컴백이다. 이는 연말 개각이 ‘정치인 내각’이 될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정권 초기에 정치에 대한 철학 부재와 불안감 때문에 친형인 이상득 의원에 의존했던 경향이 있었지만 집권 2년차를 맞으면서 강력한 친정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이 이재오 전 의원을 미국에서 불러 강력한 친정체제 구축을 통해 위기를 탈출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이상득 의원과도 건강한 견제장치를 만들어 한쪽으로 치우친 당내의 권력추를 균형 있게 만들 것이란 분석도 함께 나온다. 최근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 후배인 박창달 전 의원이 미국에서 이재오 전 의원을 만나 “이상득 의원이 대선 승리의 공신인 이 전 의원에 대해 매우 마음 아파하고 있다”고 전하자 이 전 의원이 “돌아가면 이상득 의원을 ‘형님’으로 모시고 일하겠다”라는 뜻을 전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그의 복귀설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도 그의 연말 복귀에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는 게 당 안팎의 공통된 전언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홍준표 원내대표가 천기를 누설하긴 했지만 흐름을 정확히 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홍 대표는 이재오 전 의원과 서울시장 후보직을 다툰 정치적 라이벌이지만 그의 복귀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만 봐도 홍 대표가 이 대통령의 ‘복심’을 미리 알렸다고 볼 수 있다. 총리에는 온건파이자 여권 대권주자로 꼽히는 강재섭 전 대표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의 컴백을 통해 여권 내 대권 주자들의 경쟁도 막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정치인 중심 내각 운용 계획은 내년이 실제로 이 대통령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국정을 운영할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내년은(2009년) 집권기간 중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 없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유일한 해로 연말연시 인사철과 맞물려 내각 개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각 개편의 필요성은 이제 이상득 의원을 비롯한 친 이명박 대통령 그룹에서도 광범위하게 대두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단지 그 시기와 폭은 전적으로 이 대통령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통령은 과연 연말 개각을 통해 ‘이명박식 정치’를 확실하게 한번 보여줄까.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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