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배우자

영어학습의 원칙에 대한 오해 (12): 영어학습은 듣기가 우선이다?

이경희330 2007. 9. 6. 01:52
언어를 배우는 올바른 순서는 듣기/읽기/말하기/쓰기 순이라구요? 그래서 우선적으로 많이 듣는 것이 중요하다구요? 그러나 무엇을 어떤 방법으로 학습하는 것이 더 좋으냐 하는 것은 학습자 개인의 학습목적과 학습스타일(learning style)에 따라 다른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영어를 처음 배우는 어린이에게는 무엇보다도 먼저 음성언어에 노출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성인 학습자의 경우도 그럴까요? 기초적인 회화만을 담아 놓은 오디오 테이프를 듣는 데 시간을 집중 투자하는 것이 비즈니스나 복잡한 문제 해결을 위해 영어를 써야하고, 당장 영어로 e-mail도 써야 하는 성인 학습자에게도 옳은 방법일까요? 물론, 원칙적으로는 성인도 어린이가 모국어를 배울 때처럼 충분히 듣고 나서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시간적으로나 상황적으로나 현실적인 여건은 어디 그런가요?

또, 문제는 성인 학습자의 영어실력이 아무리 초급수준이라 하더라도 그 사람의 인지수준은 성인 원어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영어수준이 초급인 사람도 회화책에 나오는 전형적인 상황의 기초 표현 이외에, 특정 상황에서 자신의 견해/태도/감정 등을 우리말로 할 때처럼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런 성인 학습자들께 시중 오디오 테이프 수준의 영어를 듣는 것과 병행해서 자신의 인지수준에 맞는 자료를 많이 읽을 것을 권합니다.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 외국인과 토론하고 싶으면 한국 문화에 대해 영어로 쓰여진 내용을 여러 번 읽는 것이 직접적으로 큰 도움이 되니까요.

학습 초기에는 문자를 기준으로 기대하는 발음과 실제 원어민의 발음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되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일단 영어의 자모음과 발음과의 관계, 그리고 영어의 강세 구조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뭐니뭐니 해도 폭넓은 reading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것 없이는 자기의 인지수준에 맞는 내용을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휘와 그 어휘들이 만드는 수많은 조합들 그리고 폭넓은 reading을 통한 배경지식이란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회화 테이프를 듣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은 학습자가 해야 할 훈련 중의 극히 일부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