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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테나] 여대생 ‘몰바’ 기막힌 현실..“공부하고 싶어 웃음 팔아요”

이경희330 2009. 5. 7. 00:19

사진제공=heymannews.com

최근 대학생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무슨 정치적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생존권 확보 차원에서 벌이는 시위다. 등록금 투쟁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요즘처럼 절박한 적은 없었다. 말 그대로 이대로라면 ‘빚지는 인생’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학생들의 주장이다. 한 학기에 500만 원, 1년이면 1000만 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을 내야 공부를 계속할 수 있다는 현실은 넉넉지 못한 부모를 둔 학생들에겐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그것이 지켜지기에는 아직 요원하다. 일부에선 여대생들이 삭발까지 하며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고 있지만 그것이 지금의 등록금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현재 상당수의 대학생들은 입학하면서부터 ‘채무자’가 된다. 빚에 대한 중압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졸업 후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학자금을 융자받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옥의 전쟁’을 방불케 하는 취업전쟁이 이어지면서 학자금 융자에 대한 부담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과거 상아탑은 우골탑이라는 말이 있었다. 소를 팔아야만 등록금을 댈 수 있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말도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어쩌면 이제 대학은 ‘소의 무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1970년대와 비교했을 때 과거에는 소 한 마리를 팔면 1년 등록금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소 두세 마리를 팔아야 가능하다. 4년제 대학의 경우 10여 마리를 팔아야 졸업을 할 수 있다.

이쯤되면 여대생들은 유흥가 알바에 대한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한 달 내내 주유소나 편의점에서 일을 해야 손에 쥐는 돈은 많아야 고작 100만 원 안팎. 여기에 생활비 같은 것을 빼면 실제로 모을 수 있는 돈은 많지 않다. 6개월을 꼬박 아르바이트 해야 겨우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시간 동안 공부는 손을 놓아야 한다는 것. 등록금을 벌자니 공부를 못하고 공부를 하자니 등록금을 낼 수 없는 지경이다. 한마디로 ‘진퇴양난’.

대학교 2학년까지 학교를 다닌 후 1년간 휴학했던 최 아무개 씨(21). 그녀는 처음 2년간 등록금 때문에 무려 1500만 원을 빚져야 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대학생인 동생의 빚까지 떠안았으니 늘 마음이 무거웠다. 결국 그녀는 1년간 휴학하고 독하게 돈을 모았다고 한다. 그 결과 그녀는 빚을 모두 갚고 다음 해 등록금까지 모두 마련할 수 있었다. 한 달 수입은 400만 원. 그녀는 밤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일하면서 겨우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다름 아닌 마음의 상처. 이른바 ‘여대생 마사지’ 업소에서 일했던 그녀는 이제 남자를 ‘믿을 수 없는 동물’ ‘성욕에 사로잡힌 짐승’으로 생각한다. 그만큼 그녀가 겪었던 일은 혹독했고 잊기 어렵다고 한다.

“과연 제가 나중에 배우자를 만나면 결혼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제가 본 손님의 알몸만 하루 10명이 넘어요. 모두가 유사성행위 서비스를 받으러 온 사람이죠. 그들 중 몇몇은 겉모습만 봐서는 마음이 혹할 정도의 꽃미남들도 많았어요. 하지만 일단 업소에 오면 사람이 백팔십도 달라지나 봐요. 예의는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자신의 쾌락만을 추구했죠. 당연히 우리를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않았죠. 맘에 안든다고 욕하는 건 기본이고 심지어는 인격모독을 하는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몇 만 원에 저를 산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죠. 그런 느낌을 받을수록 악착같이 돈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는 동안 내 감성은 사라졌고 독한 성격만 남은 것 같아요. 다른 일을 해서 등록금을 벌수 있으면 좋은데 그게 불가능해요. 속상해서 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최 씨의 경우는 그나마 ‘다행스런 경우’다. 어쨌든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뤄내고 그 바닥에서 ‘은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목돈을 마련한 다음 빠져나오겠다고 결심하고 유흥업소에 ‘취업’한 여대생들 중에는 ‘밤의 꽃’으로 전락한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아무개 씨(23)의 경우가 그런 경우다. 그는 등록금 때문에 강남의 한 룸살롱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리다 ‘초심’을 잃고 화류계에 젖어버렸다.

“계산상으로는 답이 나와요. 몇 개월 동안만 열심히 일하면, 그래서 얼마를 모으면 언제쯤 이곳을 탈출(?)할 수 있겠구나, 다시 캠퍼스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강의를 들을 수 있겠구나 하는 꿈을 꿀 수 있죠. 그런데 실제 이 생활을 해보면 그러한 계산은 현실과 너무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죠. 자신만 마음을 굳게 먹으면 된다고 생각들 하겠지만 그게 쉽지 않아요. 몸이 있는 곳에서 마음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여기서 화류계 아가씨들과 생활하다보면 ‘내가 언제 대학생이었던 적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고 그러다가 ‘정말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마저 생기죠.

등록금 때문에 시작한 일이지만 이제는 이게 생활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가면 한 달이 지나고 6개월이 지나가요. 지금도 마음은 2년 전과 똑같아요. 빨리 돈을 벌어서 캠퍼스로 돌아가는 것. 그러나 그게 언제가 될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어떨 땐 빨리 돈을 모아서 작은 가게라도 하는 게 빠르지 하는 생각이 들고…. 그러면 학교는 포기해야 되겠죠?”

여대생들의 이러한 심적 고통과는 별개로 유흥가 일부에서는 여대생들의 유입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불황이라 손님들이 부쩍 줄어들어 걱정이었는데, ‘여대생’들의 유입으로 아가씨들 중 일부가 ‘물갈이’되면서 버티게 된 측면도 있다는 것. 여대생이 경쟁력 있는 시대는 지났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아직도 유흥가 남성 고객들에겐 여대생에 대한 환상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한 유흥업소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물론 명문대에 재학 중인 여대생을 귀여워해 업소를 찾아주는 손님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단지 여대생이라는 이유보다는 ‘어린 여성’이라는 점과 여기에 ‘뭔가 배운 여성’이라는 이미지가 겹쳐 손님들의 ‘대접’을 받는 측면이 강한 것 같다. 유흥업소에 오면 이상하게 ‘나가요’가 아닌 ‘민간인’에게 더 좋은 느낌을 갖는 고약한(?) 취향의 남성들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게 남성들의 보통심리인지도 모르겠다. 이유야 어찌됐든 업소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 아가씨들의 공급이 많아질수록 우리들은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지고 그만큼 수질은 더욱 좋아진다. 손님들도 더 만족하게 되고. 요즘 학생이라며 업소에서 일하고 싶다고 면접을 보러온 아가씨들에게 왜 이 일을 시작하려고 하느냐고 물어보면 대략 80% 이상이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대학을 다니지 않아서 과거의 등록금을 잘 몰라 현실감은 떨어졌지만 얼핏 들어도 적지 않은 금액이더라.”

요즘 대학생들은 자신들을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어렵게 졸업해봐야 ‘88만 원 세대’가 되는 ‘절망적인 세대’라고 자조한다. 그만큼 사회에 내딛는 첫 출발부터가 쉽지 않다. 정부도 절망적인 이들 세대를 구출하기엔 아직까지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88만 원 세대’의 발버둥과 일부 여대생들의 ‘유흥가 외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1세기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구성모 헤이맨뉴스 대표
heymantoday@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