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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하위공무원 도시개발 비리 핵폭탄 터진다

이경희330 2009. 5. 7. 00:13

직급은 낮아도 먹성은 단체장급
사진은 신문로 재개발 현장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우태윤 기자wdosa@ilyo.co.kr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는 지난 2월부터 서울 지역 지자체의 도시재개발 계획과 관련한 비리들에 대해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검찰은 도시개발 계획 인허가를 담당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하위공무원들의 ‘도덕적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재개발과 관련된 비리들은 통상적으로 고위 공무원이나 재개발 조합장들 사이에서 많이 적발됐다. 그러나 검찰은 오히려 하위 공무원들 사이에서 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파악하고, 이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또한 여기에는 지자체 의원 및 전문 부동산 브로커까지 끼어있는 것으로 드러나 이번 기회에 구조적인 비리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일선 지자체 도시개발 계획 관련 하위 공무원들 중 상당수가 옷을 벗거나 철창에 가야 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검찰은 올 2월부터 서울시 소속 지자체 재개발 관련 비리를 집중 수사해왔다. 원래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에서 인지하고 수사를 해왔으나 사안이 크고 중대하다는 판단 하에 검찰이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본격적으로 수사했다고 한다. 특히 도시계획 시설사업이나 재개발은 인허가권이 있는 공무원들의 ‘비리 온상’이라고 판단, 이 부분을 집중 수사 중이다. 사건을 특수부 중 선임부서인 1부에 배당한 것만 봐도 이번 수사에 대한 검찰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현재까지 검찰이 파악한 범죄 구조는 개발업자나 부동산 브로커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이 도시개발 계획구역에 포함되도록 지방의회 의원들이나 하위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런 비리는 구조적으로 관행화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것은 실무자들이 하위직 공무원들이라 수사기관이나 자체 감사에서 적발될 확률이 낮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 수사결과 하위직 공무원들이 받는 뇌물의 액수나 횟수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종로구청 6급 직원인 권 아무개 씨는 지난 2006년 종로구 송월동 뉴타운 지구 내 도시계획시설 사업부지에 있는 임대주택을 개인소유로 분양할 수 있도록 승인해달라는 모 업체의 부탁을 받고 수억 원대의 임대주택 분양권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종로구는 서울 성곽 근린공원 조성에 총 181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며, 송월동 일대 1만 662㎡에 있던 불량주택 85동을 완전 철거한 뒤 공원을 조성했다.

부동산 브로커가 소유한 땅을 도시 재개발 구역에 넣어준 대가로 5억 원의 뇌물을 받은 은평구 하위직 공무원 김 아무개 씨도 최근 구속됐다.

검찰 수사 결과 현재까지 뇌물 수수 혐의로 입건된 서울시 지자체 하위직 공무원은 15명이며 이 중 10명은 구속됐다. 이런 구조적 비리는 비단 하위직 공무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방의회 의원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월 구속된 구 아무개 전 서울시의원이다. 구 전 의원은 지난 2005년 서울 양천구 소재 부동산을 마을공원 조성사업 부지로 선정되게 해달라는 개발업자의 청탁을 받고 수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현재까지 구속된 지방의회 의원은 구 전 의원뿐이지만 검찰은 비슷한 혐의를 저지른 지방의회 의원들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은 수사가 진행될수록 뇌물을 받은 하위직 공무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에서는 최근 몇 년간 도시개발 사업이 광범위하게 진행돼 왔는데 이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검찰도 서울시 내 거의 모든 구청의 도시개발 계획에 대해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서울시 뉴타운 사업과 관련해 정치인들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수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과연 이번 수사가 단순히 하위직 공무원들 사이에 만연해 있는 구조적 비리에만 초점이 맞춰질 것인지 아니면 서울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뉴타운사업에까지 확대될 것인지 검찰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