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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2008]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로 되돌아본 정국...‘촛불’로 폭삭 ‘횃불’로 폴짝

이경희330 2008. 12. 28. 19:01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은 갖가지 사건과 파동으로 점철된 격변의 해였다. 지난 대선에서 50%에 육박하는 득표율(48.7%)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강·부·자, 고·소·영’ 논란 속에 급격한 지지율 추락세를 겪었고 전국을 촛불로 물들인 광우병 쇠고기 파동에 따른 촛불시위로 ‘땅바닥 지지율’을 기록하기도했다. 이 대통령은 8·15를 맞아 제2의 대한민국 신화 창조를 내세우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지구촌 금융위기와 국내 실물경제 악화로 인해 커다란 벽에 부딪힌 모습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지난 1년 동안 대통령의 지지율 변화는 극심한 변화를 기록했고 이는 우리나라가 처했던 상황과도 같다. 역대 대통령들 중 최고의 지지율 급락을 겪은 이 대통령이기에 이젠 남은 임기 동안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일만 남지 않았겠느냐”는 씁쓸한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과연 지난 1년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변화를 통해 우리 사회가 겪었던 각종 이슈를 총체적으로 되짚어 보았다.

2008년 한 해 동안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그야말로 ‘급변’을 겪어왔다. 임기 초반의 ‘강부자 내각’과 ‘코드인사’ 논란, 연이어 터진 공천 갈등과 친이 vs 친박의 대결, 그리고 전국을 촛불로 물들였던 광우병 쇠고기 파동까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급락시킨 요인은 다양했다. 이렇게 급락했던 지지율은 연말까지 큰 흐름상 정체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과연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지난 1년간의 대통령 지지율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윤희웅 연구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초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높은 수치는 아니었음에도 이후에 대폭 하락한 것은 여느 대통령보다 눈에 띄는 현상이었다. 쇠고기 파동으로 급락 폭은 절정에 이르렀고 이후 조금씩 회복 기미를 보이는 시기도 있었으나 현재는 대체적으로 20% 중반~30% 정도에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난 1년 동안 대통령의 지지율은 어떤 변화를 겪어왔을지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보자.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기 직전인 1~2월 당시의 지지율과도 비교해 보았다.

우선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지지도 조사 결과 1월~2월까지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취임 이전인 1, 2월 조사에서는 대통령의 ‘직무수행 기대감’으로 조사했다). 1월 30일 조사에서 75%를 기록한 데 이어 2월의 두 차례 조사에서 각각 77.2%(2월 12일), 83.7%(2월 26일)를 기록한 것. 12월 14일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2월 말 대통령에 취임하기 직전까지 이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얼마나 높았는지 당시의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다. 그러나 취임 직후엔 42.2%(3월 10일)→48.1%(3월 25일)→45.0%(4월 22일)로 취임 전에 비해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자료제공=한국사회여론연구소

문화일보의 국정운영 지지도 변화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2007년 12월 31일 조사에서 89.5%였던 지지율은 82.2% (2008년 1월 25일)→56.0%(3월 5일)→52.5%(3월 25일)로 변화됐다. 이렇듯 취임 직후부터 지지율이 계속해서 급격한 하락세를 겪은 것은 이명박 정부의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했다. 리서치앤리서치의 배종찬 팀장은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과 지난 노무현 정권에 대한 반감이 (취임 전) 지지율 고공행진의 이유였다면 역시 같은 부분에 대한 실망감이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지지율 급락을 ‘가속화’시킨 것은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었다. 당시 한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과 대통령 지지율의 상관관계가 크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산 쇠고기로 인해 우리나라에 ‘광우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의 대통령 지지율은 8.3%를 기록한 반면,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는 응답자의 대통령 지지율은 39.7%로 나타난 바 있다.

‘촛불파동’ 당시의 대통령 지지율은 그 여파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 결과 대통령 지지율은 5월 13일 조사에서 24.9%로 뚝 떨어지더니 촛불시위가 본격화된 6월에는 무려 15.2%(6월 11일)까지 하락했다. 4월 22일 조사 이후 두 달도 채 안 되는 사이에 무려 19.8%p나 지지율이 하락한 것. 리얼미터의 주간 단위 조사에서도 대통령의 지지율은 6월에 최저점인 16.9%(6월 4일)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조사에선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3~4월 동안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44.6% ~57.5%의 높은 수치를 보여왔다. 그러다가 4월 30일 처음으로 30%대(35.1%)로 내려앉았고 그 다음주 조사에서는 다시 20%대(5월 7일)로 더 하락해 역시 다른 기관 조사에서와 비슷한 ‘급추락세’를 보였다.

이 시기의 리서치앤리서치의 조사에서도 결과는 ‘처참’했다. 월별로 대통령 지지도를 조사하고 있는 리서치앤리서치의 6월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21.6%를 기록했다. 3월의 임기 후 첫 지지율 조사에서 53.2%를 기록한 데 이어 취임 후 100일 만에 무려 31.6%p나 주저앉은 것. 비슷한 무렵 언론사들은 취임 100일을 맞아 잇달아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중앙일보(19.7%), 내일신문·한길리서치(7.4%) 등 지지율 급락은 매 한가지였다.

이 같은 지지율 하락이 여당인 한나라당을 한층 더 긴장시켰던 이유는 한나라당 지지층 상당수가 함께 이탈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리서치앤리서치에서 5월과 6월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했을 당시의 월례조사를 분석한 자료를 살펴보면 한나라당 지지층의 대통령 지지율이 낮아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평가’에서 부정적 평가는 대구·경북 및 부산·울산·경남 등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 지역에서 10%p 이상 늘어나 타 지역의 변화 폭보다 컸다. 또 지지정당별 같은 조사에서도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는 긍정적 평가가 13.4%p 줄어들고 부정적 평가가 15.7%p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윤희웅 연구원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과 관련한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를 떠올려 주었다. 대선 당시 유권자들이 이 대통령에 대해 가졌던 이미지가 생각 외로 ‘진보적’이었다는 것.

윤 연구원은 “대선 이전에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어느 후보가 가장 진보적 성향을 가졌을 것으로 보는가’라는 문항에 유권자들은 민주당 정동영 후보보다도 이명박 후보를 더 진보적 후보로 평가했었다. 당시의 유권자들이 가졌던 기대감이 투표장으로 이어졌지만 정작 집권 이후 대통령이 내놓은 정책은 부동산정책 규제완화, 종부세 관련정책, 대북강경 노선 등 보수적 정책의 연속이었다. 이 때문에 실망감이 더했고 이중 상당수가 지지를 철회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후 7월 들어 촛불파동이 진정국면을 보이자 이 대통령의 지지율도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했다. 리서치앤리서치의 월별 조사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은 23.2%(7월)→28.5%(8월)→28.9%(9월)→36.6%(10월)→37.2%(11월)→38.5%(12월)로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워낙에 낙폭이 컸기에 미미한 상승만으로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라는 지적을 내놓았다. 상승폭이 애초 임기 초반의 지지율에는 한참 모자라는 수치라는 점도 상승국면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기엔 일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선 6월 최저점(15.2%)을 찍었던 지지율이 18.5%(7월 29일)→29.2%(8월 25일)→24.5%(9월 23일)→24.0%(10월 20일)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

이후 주단위로 발표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24.0%~27.6% 사이에서 거의 꾸준히 일직선 모양을 기록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12월 15일 조사에서도 26.2%를 기록해 전주 25.3%(12월 8일)와 큰 차이가 없었다. 리얼미터의 주 단위 조사에서도 매달 초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24.0%(7월 2일)→23.1%(8월 7일)→27.5%(9월 3일)→32.8%(10월 1일)→30.8%(11월 6일)→26.5%(12월 2일)로 소폭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큰 변화폭이 없이 ‘보합세’에 놓인 지지율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미국산 쇠고기 파동을 겪은 뒤 올 하반기에는 대통령의 지지율에 ‘타격’을 줄 만한 사건이 없었다는 점과 경제위기 상황이 계속되어온 점이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브레이크를 건 요인으로 보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연구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10% 가까이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지지율이 하락폭은 컸지만 일정수준의 지지층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위기 국면에서 이들 강경보수층이 정부가 하려는 경제정책을 흔들 경우에 대한 위기감과 불안 심리를 크게 느끼고 있기 때문에 더 견고하게 지지의사를 갖게 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베이징올림픽 ‘특수’가 대통령 지지율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윤희웅 연구원은 “올림픽 기간 동안 20% 초반에 머물러 정체돼 있던 지지율이 30% 가까이 증가한 일이 있었다. 대통령이 응원에 직접 참여하며 국민들의 감정에 동참하고자 했던 이미지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당시 주 단위로 실시된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서 7월 이후 20% 초반을 넘지 못했던 지지율이 8월 25일 한 차례 29.7%를 기록한 뒤 다음 주 20.2%로 다시 떨어졌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 쇠고기 파동 이후 7월에 소폭의 상승이 있었음에도 10%대 중반~20% 초반에 머물던 지지율이 올림픽 기간 동안 30.0%(8월 13일)→35.2%(8월 20일)→29.1%(8월 27일)를 기록한 바 있다.

조사기관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하반기 들어 대통령 지지율이 정체 중에도 대체적으로 ‘상승국면’에 놓여 있다는 것에 대해선 이견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이 상승국면이 한나라당이 바라는 ‘40% 지지율’까지 넘어설 수 있는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정부가 최근 내놓은 각종 경기부양책이 어떻게 실현되는지, 또한 연초에 예상되는 개각이나 이와 관련한 한나라당 내의 계파 갈등을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지지율 상승을 가져오는 일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9일 한나라당이 대선승리 1주년을 기념해 김포공항 스카이시티에서 개최한 ‘경제살리기 국민 한마음 희망대회’에 참석해 “한나라당이 지난 1년을 생각하면 할 말도 있지만 지금은 할 말을 다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과연 이 대통령이 말보다는 어떤 행동을 보여주는가에 따라 민심도 달리 움직일 것이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