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이슈 부채질

'석방 양보' 이지영씨, 탈레반까지 움직였다

이경희330 2007. 8. 23. 23:39
  • 김경자·김지나씨, 알-자지라와 첫 인터뷰
    "탈레반 이지영씨 가족에 편지 쓰도록 허락"
    "곧 풀려날 것이라는 희망도 약간 비쳤다"
  • 연합뉴스
    •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납치ㆍ억류됐다 풀려나 현재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입원 중인 김경자(37), 김지나(32)씨가 아랍 위성방송인 알-자지라와 독점 인터뷰를 갖고 한국 인질들의 석방을 호소했다.

      이들은 23일 오후 8시(한국시간) 알-자지라 영어방송 뉴스 프로그램에 국군수도병원의 환자복 차림으로 등장, 탈레반에 붙잡혀 있는 나머지 인질 19명의 조속한 석방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인터뷰에서 김경자씨와 김지나씨는 침대에 나란히 앉아 있었으며 김지나씨는 담담한 얼굴로 “저희가 돌아와서 가족을 다시 보게 돼 기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남은 동료들 생각에 한 숨도 못 자고 있다”며 “그들도 빨리 가족의 품에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생명과 가족을 가장 우선하는 게 이슬람의 가르침이라고 들었다”며 “우리 동료를 제발 하루 빨리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김지나씨는 이어 “우리는 이지영씨가 남겠다고 자원했다는 것을 들었을 때 매우 걱정했다”며 “그러나 탈레반은 (스스로 남은) 이지영씨를 위로하기 위해 그의 가족에게 편지를 쓰도록 허락했고 곧 풀려날 것이라는 희망도 약간 비쳤다”고 설명했다.

      이지영씨는 아프간 현지에서 통역 역할로 샘물교회 봉사단에 합류했었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지영씨가 “내가 아프간에 있었던 경험이 많다”며 석방 기회를 양보했다고 보도했다.

      김경자씨는 울먹이며 “풀려났다는 기쁨보다 남은 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이들이 빨리 풀려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탈레반이 음식, 약, 담요같은 기본적인 것을 제공하는 등 자신들을 나쁘게 대우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 두 사람의 모습은 그간 한국 정부가 언론의 접근을 통제한 탓에 국군수도병원 입원 뒤 외부에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날 알-자지라를 통해 처음으로 노출됐다.
      카타르 도하에 있는 알-자지라 본사 관계자는 “어제 또는 오늘 인터뷰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