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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 허무하게 하는 독재권력의 유산

이경희330 2007. 8. 10. 00:19
지난 대선 때 노무현, 386, 노사모, 김대중 사단의 연합작전에 한국민들이 휘둘리는 모습에 참담했는데 지금 박근혜 캠프와 박사모가 경쟁자를 모질게 찌르고 째며 심각한 상처를 입히는 모습에는 황당하다.  
박근혜는 유신 공주다. 왕과 같은 절대 권력을 행사한 유신정권의 대통령 딸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구테타로 권력을 잡은 독재자의 품안에서 아양과 머리 조아림을 받으며 귀하게 높게 살았다. 직장에 들어가 업무를 익히고 세상물정을 배울 나이인 22살, 대학 졸업 6개월만에 유신제국의 공주로 우러러 모심을 받는 독재자의 내조자로 등장했다.

22살에 걸스카웃연맹 명예총재를 시작으로 이사장, 총재, 고문, 대표 등 원로급 인사들이나 앉는 직위들을 차례 차례 차지했다. 유신권력이 배경이고 아버지의 유산이다.
출근 하지 않아도 온갖 심부름을 해줄 비서와 직원이 있고 기사 딸린 고급승용차에 매달 거금을 가져다 쓰고 살았다. 권력이 남의 재산을 빼앗아 바친 재단에서다. 독재자인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아버지의 텃밭인 대구에서 국회의원 3선도 했다. 김대중 아들들의 목포와 마찬가지로 박정희의 딸의 정치권력 세습은 대구가 시작이다. 이젠 대통령 바로 그 자리까지 세습하려 하고 있다. 유신권력의 정치적 자산을 이용해서다.

미친 여자 널뛰듯 하는 국민정서라는 것이 노사모 충동에 헷가닥 했듯이 유신공주 대통령을 탄생시키려는 박사모의 충동에 또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김대업과 설훈을 영웅으로 만들고 애꿎은 미군 전차 사고를 살인규탄 촛불시위로 전개시키는 국민정서라는 괴물이 말이다.

박정희의 고향인 영남지방과 아버지와 동업자였던 김종필의 텃밭인 충청도에서 그녀의 인기가 유별나다. 박정희 추종 세력도 그녀를 옹위하고 있다. 그들은 뭉쳐야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고 뭉침의 중심이 필요하다. 독재의 고통을 겪지 않은 젊은이들에게는 박정희의 마피아식 권력이 멋져 보이고 경제개발도 잘했다니 그 멋쟁이의 딸이니 좋아 보일게다. 일찍 부모를 잃은 공주에 대한 연민과 박정희의 카리스마를 오버랩시키는 아줌마 할머니도 엄청 많다.
그들은 그녀가 손 한번 잡아주면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절에서 귀양살이 하는 전두환에게도 줄줄이 몰려가 문안 인사 드리는 사람도 많았듯이 순박하고 우매한 국민은 독재자를 키우는 영양분이다.

노무현의 영광을 보자. 세상은 좋은 대학 나오고, 돈 많이 벌고, 출세한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훨씬 많다. 장교보다 사병이 훨씬 많은 건 당연하지만 장군 진급에 누락한 대령도 자신을 소외 계층이라 할 수도 있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원칙인 “다수결”이 갖는 취약점의 저수지이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아픈 것은 못참는 데다 냄비근성까지 겸비한 국민정서를 가장 효과적으로 써먹은 사람이 노무현이다.

배아픈 대상을 신명나게 공격하면서 열광적인 지지세력을 얻는 능력은 천부적이었다. 천박하지만 용감하고 영특하며 별난 입심의 노무현은 경쟁자의 흠집을 내야 선거를 이긴다는 마타도어 선거전략의 대가 김대중의 지원을 받아 이회창을 패배시켰다. 마타도어에 인품, 학식, 경륜 따위는 힘을 못쓰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한 것이 지난 대선이다. 한편 학생때부터 익힌 대중 선동과 운동권 동지애를 갖춘 좌파 386은 든든한 행동대였다.

미군 전차 교통사고의 촛불 작전, 김대업의 병풍 작전, 설훈 작전, 기양건설 작전, 호화 빌리지 작전 등 큼직한 마타도어 작전들은 김대중 노무현 연합군이 좌파 386, 노사모, 검찰, 동교동 팀 등을 동원한 총공세였다. 결국 배아픈 괴물 국민정서는 노무현에게 대권을 안겨 주었다.  
개인 기업에서도 기업주의 자식을 일선 업무부터 시작해서 경영자로 만든다. 박근혜는 공익재단이나 공공단체의 최고위직들만을 차지하는 특혜를 누려 왔다.

대통령의 딸로 태어났다는 한가지만으로 대통령까지 바라고 있다. 보통사람들의 처지와 심정을 헤아림 없이 오직 대권을 위한 전진 뿐이다. 보통사람들과 별다르지 않게 사는 선진국 대통령 딸들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퍼스트 레이디 시절 힐러리가 설칠 때 미국민들은 경고카드를 보이곤 했었다.  힐러리는 백악관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한몫을 담당할 수 있는 실력과 경륜을 인정 받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대통령을 배경으로 설치지 말라는 것이었다.  

박정희는 한국 경제 부흥에 지대한 역할을 한 대통령이다. 박정희의 새마을 운동, 수출제일이 근대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산업화, 조국 근대화의 영웅이 맞다. 그러나 공적이 있다고 과오를 덮을 수는 없다. 권력의 독식은 능력 있는 지도자의 출현을 원천 봉쇄하니 공적도 독식할 수 밖에 없다.
히틀러, 스탈린, 모택동, 김일성도 독재자이고 영웅이지만 공과 사는 별개이다. 국민들이 공포분위기에 인권을 유린 당하고 권력에 미움을 받으면 감시, 미행, 체포, 구금, 고문으로 고통 받고 신음하며 죽어 간 것은 똑 같다. 박정희는 국민의 원성이 극에 이르러 부마사태라는 국민적 저항이 일어나고 그 연장선상에서 독재권력의 수문장인 측근 중정부장의 총격으로 숨졌다. 도심지 빌딩의 창문이 청와대쪽이면 모두 폐쇄시킬 정도로 신변보호에 신경을 썼지만 결국은 국민적 항거를 측근으로부터 당한 것이다.

박정희가 수출입국을 외칠 때는 교통경찰이 교통위반한 수출품 적재 화물차량을 정차시키면 운전사가“이 차에 실린 화물의 수출에 지장이 있으면 당신 책임질거요?”하고 큰소리 치던 일도 있었다.
독재 권력은 정적 김대중을 납치하여 동해바다에 수장하려다 미국측의 제재로 실패했고, 중정부장 김형욱은 배반자로 찍히고 나서 파리에서 행방불명되었다. 유신 반대 거목인 사상계 발행인 장준하가 의문의 시체로 발견된 것도 그 시대이다. 노조 만들려는 자, 정권 비판 기자, 말 안듣는 여당 간부는 중앙정보부 고문실로 끌려가고 머리털이 귀를 덮은 남자, 스커트가 무릎 위로 올라간 여자, 한강다리에서 통행금지에 걸린 사람들은 군헌병대로 끌려 갔다. 박지만이 입학하는 해는 시험 없는 뺑뺑이 추첨이고, 공부 안하고 방송국 DJ 찾아다니자 생방송을 녹음방송으로 편성하게 한 권력이었다. 박근령은 당시 최고명문 경기여중고와 서울大를 번갈아 미술과 음악 특기생으로 입학했다.

권력에 찍히면 취직도 못했다. 독재 권력은 광고주들이 정권에 비판적인 동아일보의 광고를 모조리 취소하도록 한 일도 있다. 몸서리 치는 이야기들 수도 셀 수 없지만 그 시대의 고통을 겪지 않은 젊은 세대는 마피아 영화의 대부같이 멋져만 보일 것이다. 마피아 대부가 딸의 죽음에 절규할 때 모두 가슴이 찡하지만 그가 죽인 사람들은 소모품같이 보인다. 부모 잃은 박근혜는 애처롭지만 박정희에게 탄압받은 사람들의 또래 젊은이들에게는 무심하다.

천리마운동의 김일성과 새마을운동의 박정희는 독재운동 경쟁도 같이 했다. 정말 ‘그놈의 유신헌법’이란 것은 대통령에게 제왕의 권력을 부여한 것이었다.
박근혜가 아버지의 과오를 책임지라는 말이 아니다. 독재자와 공범이나 하수인이라는 말도 아니다. 노무현의 과거사 정리식으로 재산몰수를 하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수많은 사람의 희생과 고통을 안겨준 독재권력의 유산으로 이렇게 오래도록 온갖 것을 혼자 다 누리면 대한민국이 공정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나라가 된다는 말이다.

혈연, 지연, 학연에 따른 불공정은 독재권력 유산에 비하면 새발의 피이다. 노력한 만큼 능력에 따라 공정한 대우를 기대하며 공부하고 일해서 성공해보자는 보통사람들을 허무하게 하고 상실감을 안기는 일이다.
수차례 마약 복용으로 검거되었으나 번번이 처벌을 면하는 박지만을 생각하면 형무소의 재소자들은 억울하고 불쌍한 보통사람일 뿐이다. 유신공주가 대통령까지 세습 ! 이건 정말 아니다.

먹고 살기위해 일 한번 해본 적 없이 독재자의 유산으로 높은 자리, 풍족한 생활 누리다 국회의원이란 권력의 세습까지 이룬 유신공주 박근혜에게 대통령까지 세습되는 세상이라면, 노력해서 잘사는 사람까지 증오한다고 노무현을 탓할 수도 없고 파업하는 노동자들에게 무노동 무임금을 말할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