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식사 자리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침울했다. 대화 중간 중간 참석자들 사이에서 한숨이 끊이지 않았다.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들은 "명백한 표적공천"이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현재 공천에서 떨어진 친박 의원들은 4.9 총선에서 무소속 출마를 서두르고 있다.
박 전 대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내 가슴이 찢어진다"며 의원들을 위로했다. "기준도 없는 공천에서 억울함을 당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다들 성공하시기를 바란다. 꼭 살아서 돌아오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친박 의원들의 무소속 출마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가 탈당에 동참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미 탈당을 강행할 시기를 놓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총선이 25일 앞으로 임박했다는 점도 탈당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다만 탈당을 공식화한 친박 의원들은 무소속 출마 혹은 이회창 총재가 이끄는 자유선진당과의 연대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이들은 이번 주말 각자의 지역구로 내려가 여론동향을 파악하기로 했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는 선거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과반 의석 확보가 불안한 당 지도부에게 박 전 대표의 지원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자신의 '가슴을 찢어지게 만든' 공천 결과에도 불구하고 당에 협력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결국 한나라당은 갈등 요인을 안고 쪼개진 채 총선을 치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지만 지금 한나라당의 모습은 분열로 갈등을 빚는 진보진영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영남권 공천의 후폭퐁은 결국 이번 총선구도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CBS정치부 장윤미 기자 jy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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