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복연설 직접 구술… 측근 의원들에 자제 당부
- 박근혜 한나라당 경선후보는 20일 패배를 승복하고 이명박 대선후보를 돕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경선 불복과 탈당이 전통처럼 굳어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사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그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는 경선기간 내내 “이 후보로는 안 된다”며 “정의(正義)가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는 그러나 이날 자신이 그토록 비판했던 사람을 도와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했다. 자신을 지지해줬던 당원들을 향해서는 “경선 과정의 모든 일들을 이제 잊읍시다” “저와 함께 당의 화합에 노력하자”고 했다.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로부터도 뜨거운 박수를 받은 박 후보의 승복 연설은 박 후보의 본인의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인근 메시지 팀장은 “박 후보는 이겼을 때와 졌을 때, 두 가지 경우에 대비한 연설문을 갖고 올라갔는데 승복 연설은 박 후보가 구술한 내용을 그대로 정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가 어려운 결심을 한 것은 경선 승복이라는 민주주의 원칙과 정권교체라는 한나라당의 숙원을 다른 무엇보다 상위 가치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원칙을 강조해 온 그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박 전 대표가 과연 승복하고 이 후보를 도울 수 있겠느냐고 갸우뚱거렸지만, 캠프 핵심 인사들은 한결같이 “박 후보는 누구보다 열심히 당선자를 도울 것”이라고 했다. 김무성 조직총괄본부장은 “박 후보가 어떤 사람이냐. 원리원칙대로 할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저녁 자택을 찾아온 유정복·유승민 의원에게 “캠프 인사들에게 ‘감사하고 미안하다. 그러나 제 의도와 달리 흥분하거나 다른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전해 달라”고 당부했다.
- ▲ 박근혜 한나라당 경선후보가 20일 경선 결과에 대한 승복 연설을 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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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박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하느냐 여부이다. 이명박 대선후보는 이미 박 전 대표에게 선대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박 전 대표가 이 후보로부터 공식 제의가 올 경우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하는 캠프 인사들이 많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당원으로서 백의종군하겠다”고 했지만, 정권교체에 밀알이 되겠다는 얘기이지 선대위원장 자리를 맡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캠프 인사들은 해석했다.
정치적 자산이자 부채이기도 한 ‘박정희의 딸’로서 아버지에 이어 대통령에 도전한 박 전 대표는 비록 이번엔 졌지만 정치적인 자산은 단단히 다졌다고 봐야 한다. 실제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이명박 후보를 432표 앞섰다. ‘당심(黨心)은 박근혜’라는 공증된 깃발을 확실히 꽂은 것이다. 최병렬 상임고문은 “이 후보에게 한참 뒤졌던 박 전 대표의 간절한 호소에 대의원과 당원, 일반국민 등 선거인단이 막바지에 궐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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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패한 박근혜 후보가 경선패배를 인정하였다. /조선일보 사진부 VJ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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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결과 발표과정은 한편의 잘 짜여진 드라마였다. 이명박, 박근혜경선후보와 나머지 두 후보를 모아놓은 발표현장. 갖은 억측과 기대(?)를 깔끔히 져버리고 경선승복을 단호히 결심한 박근혜경선후보는 "쿨"했다. /조선일보 이진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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