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화려한휴가>의 한 장면
최근 합천군의 금지 통보에도 일부 시민단체가 5.18 광주 민주항쟁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의 상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카페 `전사모`(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가 이를 제지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는 지난 13일 영화 배급사와 합의한 후 합천군에 공문을 보내 `일해공원에서 `화려한휴가` 상영을 허락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합천군은 16일 `군민 정서에 어긋나고, 주민의 취침을 방해하다`는 등 다소 황당한 이유를 내세우며 불허했다.
● 시민단체, "어떻게든 일해공원 내 상영 성사시킬 것"
그러나 `전두환(일해)공원반대 경남대책위`는 21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천군의 모든 훼방을 뚫고서라도 합천군 내 상영을 성사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는 오는 23일 오후 8시께 합천군 합천읍내 `일해공원` 내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대책위는 "`화려한 휴가`로 향하는 국민들의 발걸음은 과거사 청산과 역사 정립을 향한 의지"라며 "영화를 `일해 공원`에서 상영하는 것은 정의를 실현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장"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어 "합천군은 상영장소 불허 통보와 함께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합천 상영을 막겠다고 하고 있다"며 "합천군이 공원 내 상영을 물리적으로 방해하면 합천군청 앞마당에서라도 영화를 상영해 합천군 내 상영을 성사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기자회견 후 대책위는 이명박 후보와 김태호 경남도지사, 심의조 합천군수, 경남지역 국회의원, 합천군의원 등 32명의 정치인에게 영화 관람권을 발송했다. 아울러 대책위는 경남지방경찰청을 방문해 영화 상영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제출했다.
● 전사모 "민주주의 기틀 마련한 전두환 각하 ♡"
그러나 대책위가 영화 상영을 추진하고 있는 `일해공원`에는 `전사모`가 영화 상영을 반대하며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어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오마이뉴스>가 취재했던 지난 20일에는 전사모 소속 여성회원 1명이 이날 오전 9시부터 `일해공원` 안내간판 앞에서 침묵시위를 하고 있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곳에는 `I ♡ 대한민국 I ♡ 전두환`이라고 쓴 현수막과 두 동의 텐트가 설치돼 있다. 또, `일해공원 명칭확정을 적극 환영한다`와 `<화려한 휴가>의 진실은?`이라고 쓴 대형 피켓 3개도 설치돼 있었다.
전사모는 지난 16일 합천경찰서에 신고해 19일부터 오는 9월 15일까지 집회를 허락 받았으며 피켓과 현수막, 텐트 등은 `전사모` 회원 서너 명이 19일 오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사모`는 "일해공원 명칭 확정을 적극 지지한다"라는 제하의 피켓글에서 "오락 상업 영화인 <화려한 휴가>를 보며 진실인양 국민을 우롱하고 각하의 업적을 폄하하면서 자기들의 영익을 추구하는 일부 단체는 각성하라"고 촉구했다.
전사모는 "일해공원은 합천군민의 자존심이며 대한민국의 자랑"이라며 "민주주의의 기틀을 마련한 전두환 전 대통령 각하를 더 이상 모독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전사모는 5.18 광주 민주화 항쟁과 관련 "어떠한 이유로도 시민이 경찰·군인들에게 무장난동을 부려서는 안 된다"면서 "5·18의 단면만 보면서 그것이 진실인양 떠들어대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어리석은 짓을 더 이상 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영화 `화려한휴가`에 대해서도 "구시대의 유물인 지역감정 유발 선동을 그만하고 그 매체인 <화려한 휴가> 상영을 종영하라"고 촉구했다. 끝으로 전사모는 "순수한 청소년을 세뇌시켜 역사의 틀을 바꾸고 각하의 업적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왜곡하는 친북좌익용공 세력은 대한민국을 떠나 그대들이 좋아하는 북으로 가라"고 밝혔다.
● 네티즌, "국민 가슴에 박힌 못을 망치질 하는 전사모"
`전사모`의 주장에 대해 네티즌들은 분노의 감정을 폭발시켰다. `songvelly`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전사모를 향해 "당신들 이러는 게 민족 분열행위이자 국가 파괴행위라는 것을 알고 있냐"면서 "엄연히 전두환 일당은 역사의 죄인으로 명백히 법적 판결을 받은 국가를 능멸한 흉악범이다"라고 말했다.
이 네티즌은 이어 "전두환은 5.18을 자행해 무고한 사람들을 살상하고 권력을 이용해 임기 중 5천억이 넘는 돈을 갈취한 전대미문의 불법 부정의 원흉"이라면서 "그런대도 그가 위대한 영웅이라며 국민들에게 다시 능멸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으니 민족과 국가를 파괴하려는 자들이라고 지탄을 받아 마땅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계속 이런 무모한 행위를 자행한다면 국민의 이름으로 궐기하여 국가모독으로 징벌할 것을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parsii2000`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전사모의 행동을 보고 있자니 히틀러를 추안하며 폭력의 광기로 온통 독일의 거리를 물들이고 유태인을 색출하여 살육했던 나치 돌격대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상적인 인간의 심리로는 전사모가 절대로 될 수 없다"면서 "하나 같이 폭력을 즐기고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를 좋아하며 이성과 지성보다는 광기와 추태를 사랑하는 그런 비정상적 인간들의 집단"이라고 비난했다.
`tntroljk`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전사모에게 질문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1. 군인이 지키라는 나라는 안 지키고 국민의 혈세로 장만된 탱크와 병력을 몰고 휴전선에서 적이 쳐내려 오든 말든 부하가 상관을 하극상으로 기습하여 불법 구속하고 3권을 장악하고 국정을 마비시켜도 반란이 아니고 내란이 아니라는 이유는?
2. 국헌을 문란하고 내란과 반란을 일으킨 불법반란군을 상대로 저항하는 게 왜 잘못인지? (내가 당시 광주에 있었고 미사일이 있었다면 불법반란군에게 미사일을 쏘았을 것이다)
3. 전두환을 법원이 사형선고하고 국회가 5.18특별법을 제정할 땐 어디서 무엇을 하다가 지금에 와서 뒤늦게 역사가 인정하지도 않는 궤변과 억측으로 어거지 장광설을 늘어놓는 것인지?
4.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하여 기업인들을 협박하여 돈을 갈취하고 이를 횡령한 후 국가기관이 국법에 의거하여 이를 추징하려 하자, 자신의 수중에는 29만원밖에 없다고 하면서 호화생활을 하는 것은 정당한 행동인지?』
아이디가 `hjs8256`인 네티즌은 `역사를 알고 지껄이냐`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가장 많은 수의 추천을 받았다. 다음은 그가 쓴 글 전문.
『전두환이 저지른 짓은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짓이었다. 민주화 운동을 한다는 민간인들을 공수부대 투입해서 총칼로 짓이기게 한 게 사람이 할 짓이냐? 공수부대 투입하기 전에 부대원들을 3일 동안 굶겨 놓고 빈속에 술을 마시게 해서 제정신이 아니게 만들어 놨다. 그리고 광주에는 나라를 전복시키려는 놈들이 있다고 부대원들에게 세뇌시켜 놓고 투입한 거다.
그때 일어난 일은 직접보지 못한 사람들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얼굴을 형체도 못 알아 볼만큼 짓이겨 놓고, 부녀자를 강간하고, 평화적으로 시위한 사람들에게 무차별 난사를 하고, 그 참사현장의 사진을 보면 누구라도 얼굴에서 눈물이 흐를 것이다. 이건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는 거다.
광주사태뿐만이 아니다. 자기 아들 때문에 석사장교라는 제도 만들어 놓고 3개월동안 장교로 생활하게 한 다음 다시 제도 폐지시켜 놨다. 다른 사람들은 2년 넘게 군대에서 힘들게 훈련 받고, 누구는 장교로 3개월 동안 편하게 있다 나오게 하고 그게 대통령이 할 짓이냐.
그리고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두지 못하게 하려고 3S 정책을 펼쳐서 국민들 현혹시키고, 수천억원 빼돌려서 자기 이익 챙기고 이건 대통령이라고 말할 수 없다. 간혹 전두환이 나라경제 발전시켜 놨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그건 큰 착각을 하는 거다. 3저호황(저달러, 저금리, 저유가)에 힘입어서 경제가 발전한 거지 결코 전두환이 경제정책을 잘 펴서 경제발전을 일으킨 게 아니란 거다.
전사모에 가입한 회원들이 도대체 뭣 때문에 전두환을 찬양하는지 난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제발 근현대사 공부 좀 하고 진실을 알기 바란다. 광주 사람들의 가슴에 박힌 못은 아직도 빠지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