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신용평가기관인 미국의 무디스가 강만수 재정경제부장관의 환율-금리 개입을 강도높게 질타, 유사시 국가신용등급 하락을 경고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또다른 신용평가기관인 S&P도 강만수 경제팀의 환율 개입에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가뜩이나 최근의 남북관계 악화로 위태로와진 국가신용등급에 적신호가 켜진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무디스 "강만수, 해법 찾기보다는 방해하고 있다"
무디스 자회사 무디스이코노미닷컴(MEDC)의 대니얼 멜서 선임 연구위원은 2일 "한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3.9%를 기록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3년 내 가장 빨랐던 지난 1월과 같은 수준이 됐다"며 “한국 소비자들은 국제유가의 상승과 원화 가치 하락이라는 이중고로 때문에 높은 물가 상승률을 경험하고 있다”며, 물가폭등의 한 요인으로 강만수 경제팀의 환율 띄위기를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 경제는 기초체력이 좋아 최근 물가 상승과 같은 단기적 위기는 정책 조정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지만, 문제는 경제정책의 새로운 수장이 해법을 찾기보다 방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만수 장관을 정조준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강 장관이 최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에게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를 요구했는데, 이는 물가가 경제의 핵심 문제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요구”라며 강 장관의 금리인하 발언을 질타한 뒤, "한국 정부가 현재의 물가 상승 압력을 줄일 방법은 유가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일밖에 없다. 한국은행 역시 인플레이션 문제부터 해결하고 금리 변동을 고려해야 한다”며 금리인하에 반대하는 이성태 한은총재 손을 들어줬다.
그는 이와 함께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GDP) 전망치를 지난해보다 1%포인트 낮은 4%로 낮춰잡기도 했다. 6% 성장 목표를 고수하고 있는 강만수 장관에 대한 일침인 셈.
남북관계 긴장 고조에 '강만수 악재'까지
무디스는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가장 영향력이 큰 기관으로, IMF사태때도 뼈저리게 경험했듯 무디스의 부정적 평가는 한국경제에 치명적 부작용을 초래하곤 했다. 때문에 무디스의 공개적인 강만수 경제팀 비판은 사전경고의 성격이 짙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우려다.
문제는 무디스 경고를 강만수 경제팀이 일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일만 해도 외국인들의 주식매수로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자, 최중경 재정부 차관은 즉각 작전세력 조사 운운하며 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끌어올리려 했다.
이같은 재정부 행태에 대한 신용평가기관이나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자연스런 수급상황에 따른 환율 조정마저 인위적으로 막으려 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연일 질타하고 있는 '관치금융'의 대표적 행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무디스외 S&P도 비공식적으로 강만수 경제팀에 대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외국계펀드 책임자는 "최근 S&P 관계자를 만났더니 강만수 장관의 환율-금리 개입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계속 이런 식으로 나가면 신용등급까지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하더라"며 "가뜩이나 국가신인도에 결정적인 남북관계까지 악화되고 있는 마당에 강 장관이 신용등급 하락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야당 일각에서 '강만수 경질론' 꿈틀
정치권에서도 강만수 경제팀에 대한 불신이 급증하고 있다. 강만수 장관 취임 한달 되던 날, 강 장관을 질타하는 논평을 냈던 야당들 사이에선 총선후 강 장관을 경질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김현 부대변인도 3일 무디스의 강만수 비판과 관련, 논평을 통해 "이명박 정부는 수출과 투자로 우선 성장부터 해놓고 보자는 식으로 인위적인 금리인하나 환율상승만을 꾀하고 있다. 또 중장기적인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이나 가격 전가를 하고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서민과 소규모 자영업자의 희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질타했다.
그는 "정부가 집중관리 하겠다며 지목한 52개 서민생활 필수품 중 44개 품목이 오히려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며 "그런데도 강만수 장관은 성장정책에만 매달리는 등 747 대선공약을 실현해야 한다는 강박강념에서 사로잡혀 70년대식의 경제해법만 고집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10년의 경제발전을 불도저로 밀어내고, 파괴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고 강만수 경제팀을 질타했다.
청와대 일각에서도 최근 강 장관의 경제운용 방식에 대한 비판적 지적이 나오기 시작한 상황이어서 향후 강 장관의 거취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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