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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질타에도 '마이웨이', 강만수 '환율-금리 개입' 발언

이경희330 2008. 3. 26. 23:11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이 휘청대고 있다. 그를 바라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시선이 나날이 싸늘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위기다. 그러나 그는 '저항의 몸짓'을 하면서 시장에 일대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세간에서는 "정치권에서 이재오-정두언의 난이 일더니, 관료사회에선 강만수의 난이 일어난 게 아니냐"는 힐난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대통령 "이런 식으로 하니깐 모피아 소릴 듣지"

강만수 장관은 25일 국무회의에서 얼굴이 벌개졌다. 이 대통령의 호된 질책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맞은편에 앉은 강 장관을 바라보며 "재정부가 각종 명목으로 평가 태스크포스(TF) 등을 만들어 조직개편으로 떨어져나간 유휴인력을 한 방에 모아놓고, 민간 기업에 전화를 걸어 이사람들 좀 써달라고 부탁하고...제발 그런 나쁜 일 좀 하지말라"며 "업무에서 떨어져 나온 잉여인력으로 평가업무를 맡기면 제대도 된 평가를 할 수가 없다. 평가는 부서내 정원으로 하라"고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이같은 온정주의는 작은 정부에 역행하는 것으로 새 정부에선 통하지 않는다"며 "이런 식으로 일을 하니까 모피아란 소리를 듣는 게 아니냐"라며 모피아란 표현까지 썼다. 모피아란 '재정부(MOF) 마피아'란 뜻으로, 제식구만 챙기는 재정부 관료들의 집단이기주의 행태를 비판하는 단어다. 이는 재정부 사람들이 가장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며 싫어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강 장관에게 “다른 부처에도 교훈이 될 좋은 소재를 줘서 고맙다. 어떻게 보면 공을 세웠다”고 뼈 있는 말까지 던지면서, 회의에 배석하고 있던 원세훈 행정안전부장관에게 "정부 부처가 조직 정원을 제대로 줄였는지 직위와 명단을 빨리 상세하게 보고하라"고 지시하기까지 했다. 대통령이 질타하는 동안 강 장관은 얼굴이 벌개졌다고 참석자들은 전하고 있다.

◀ 이명박 대통령이 굳은 표정으로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과 함께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만수, 7개 TF 만들고 전광우 등에게 자리 부탁하고...

강 장관은 이 대통령의 소망교회 교우이자 서울시장 시절부터 지근거리에서 보필해온 핵심 측근. 그러나 요즘 들어 강 장관을 바라보는 대통령의 시선이 나날이 싸늘해지고 있다는 게 주위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한 예로 이 대통령이 이날 질타한 TF팀만 해도 그렇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정식 직제에 없는 7개의 TF팀을 만들었다. 보직을 맡지 못한 국장급 간부들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조직을 새로 만든 것. 누가 봐도 제식구를 감싸는 '모피아 행태'였다. 모피아들은 관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쓰리 턴(3 turn)", 즉 세번 일자리를 구해준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제식구 챙기기로 악명높다.

이 대통령이 질타한 민간기업에 대한 자리부탁도 같은 연결선상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강만수 장관은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발탁되자마자 전 위원장을 만나 "우리 양조직끼리 인적 교류를 하자"며 사실상의 자리 부탁을 했다.

금융위원장은 이 대통령이 "반드시 민간 출신으로 골라라"고 지시했을 정도로, 민간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확고한 생각이다. 이 대통령이 벤치마킹 모델로 여기는 두바이 국제금융센터도 민간 중심, 시장 중심이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모피아들은 내심 금융위원장까지 장악하려다가 욕심을 접어야 했고, 대신 전광우 위원장이 임명되자마자 강만수 장관이 직접 나서 자리부탁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속속 이대통령에게 보고됐고, 참고참던 이 대통령의 분노가 이날 마침내 폭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만수의 저항, 그리고 시장혼란

더 큰 문제는 이 대통령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강 장관는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료들 특유의 오기의 발동이자 저항이다.

강 장관은 대통령으로 질타를 받은 같은 날 저녁 서울 매경미디어센터 12층 중식당 '포시즌'에서 열린 매경이코노미스트클럽 초청 강연에서 "전일 언론은 대통령이 '성장보다 물가를 우선시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보도했는데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다만 현재는 원자재 가격이 너무 올라서 물가 안정을 우선시하겠다는 것"이라며 고성장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 22일 이대통령이 국내외 경제매체들과 가진 합동 인터뷰 내용을 전면 부인한 것.

강 장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대통령의 '물가 최우선' 발언후 970원대 중반까지 급락한 환율에 대해서도 "2002~2007년 한국 원화는 40.3% 절상됐는데 일본은 16.2%, 중국은 13.3% 절상됐다"며 "경상수지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데 이렇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여러분들이 판단해 주기를 바란다"며 수출 드라이브를 위해 '약한 원화' 정책을 계속 취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강 장관은 또 금리문제까지 언급하며 "현재 한미 정책금리차가 2.75%p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며 "2.75%p라는 한미 정책금리차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고 한국은행에 대해 노골적 금리인하 압박을 가했다. 그는 "통화금융정책과 관련 재정부 장관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갖고 있다"며 "법률상 환율정책도 주무부처로 규정돼 있다"며 한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그는 대통령이 신속한 추진을 지시한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서도 "공공기관 민영화는 싱가포르의 테마섹을 모델로 할 계획"이라며 "소유권을 민영화하기 전에 경영을 먼저 민영화해 탁월한 CEO를 한국판 테마섹 회장으로 스카우트한 후 민영화할 것"이라는 미온적 입장을 밝혔다.

하나같이 대통령의 생각과 엇박자를 드러낸 발언의 연속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시선이 차가워지고 있다는 세간의 인식이 부담스러운듯 "대통령께서 장관을 흔든다는 칼럼이 있는데 대통령께서 흔든 적이 없고, 저도 전혀 흔들린 적이 없다"는 묘한 말을 곁들이기도 했다. 해석하기엔 따라선 '마이웨이' 선언으로도 들리는 발언이다.

강 장관 발언이 알려지자 시장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대형금융기관의 한 관계자는 "완전히 대통령 말 따로, 장관 말 따로"라며 "이 대통령이 물가를 최우선시하겠다고 해 환율 등이 대통령 말을 믿고 움직이고 있는데 강 장관이 곧바로 이를 뒤집고 나서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시장의 최대 어려움은 국내외 경제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강만수 장관이 대통령 말을 뒤집고 나섬에 따라 초래된 '불확실성'"이라며 "이런 불확실성이 계속된다면 향후 경제는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빨려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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