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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을 가정한 남북한 사이의 국지전에 대한 북한의 대남 군사행동의 수위를 예상해 본다

이경희330 2010. 5. 27.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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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북 군사대결을 원하는 분위기


저는 지난 주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반도의 두 개의 정치권력 사이에 군사적 충돌에 대한 욕구가 충만해 보인다고 진단한 바 있습니다. 남북 양측 정치권력은 상대방에 대해 험한 말을 하는 데 전혀 주저함이 없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조식으로 준비해 왔던 연구 자료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이미 한번 밝힌 것을 다시 서술형으로 정리해 본 것입니다. 회원님들의 각별한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미국의 딜렘마에 대한 분석은 워싱턴에서 Brookings Institution의 초빙연구원으로서 보고 느낀 것을 추가하였습니다.



 북한을 먼저 살펴 보겠습니다.

첫째, 북한이 아주 화가 많이 나 있으며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북한의 발언수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북한의 최근 성명과 입장 발표는 지난 20여년을 거슬러 올라가도 1993년 ‘서울 불바다’ 이외에 전례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입니다. 노태우 정부 이후 지난 20여년 시기 가운데 북측이 남측정부에 대한 적대적 감정과 불쾌감을 이렇게 강하게 표현한 적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환기시켜 드리고자 합니다. 매일 두세 건씩 노동신문에 내고, 군이나 정부에서 며칠 간격으로 계속 비난을 한 적이 없다. 둘째, 과거 어느 때보다 비대칭무력 과시를 통한 제한전 감행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연초에 김정일 위원장이 포병부대를 방문하여 포사격 훈련을 참관하고 장병들과 사진 촬영을 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행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였으며 연례적인 군사훈련을 격려하는 것으로 비쳐졌습니다. 그러나 지난 몇 주일동안 해안포훈련과 함께 지대함 미사일과 지대공, 지대지 미사일 발사 훈련을 계속 해 오고 있습니다. 장거리미사일로 전용할 수 있는 로켓 발사와 제2차 핵실험, 그리고 핵불능화 조치를 모두 뒤집고 재처리 연관작업을 개시했으며, 이는 자신들이 보유한 군사적 능력을 최대한 보여주는 데 서슴이 없음을 뜻합니다. 셋째,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PSI전면참여 방침에 대해 정치군사적 분야에서 과거 남북이 맺은 합의를 파기한다고 밝힌 데 그치지 않고, 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명의로 '정전협정 구속력을 상실했다'는 과거 귀에 익은 주장에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서 ‘법적으로 전쟁상태'에 있게 된다는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거의 모든 중요대남정책의 기조를 통전부가 아닌 북한의군 당국이 직접 나서서 이끌어 가고 있으며 그것은 그들 스스로 좋아하는 표현대로 ’초강경‘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북한 군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난해 하반기 간헐적으로 나오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남북간 군사적 전면대결태세'를 선언한 1월 17일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은 각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이후 '정치 군사적 긴장 완화와 관련된 합의 무효화 선언' 등 대남군사발언이 강한 톤으로 반복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북한의 외무성과 통전부도 이를 중심으로 강경한 입장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역시 북한에 대한 거부감을 표명하는 데 거침이 없습니다. 최근 청와대를 포함한 안보관련부처와 접촉한 학자들과 언론인들은 북한의 강경한 군사적 발언과 일련의 행동을 조용히 소화해내기 보다는 오히려 제대로 한번 걸려들기를 바란다는 식의 의사표시를 너무도 스스럼없이 해대는 모습을 보면서 차마 비판은 못하지만 진정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군사적 충돌의 먹구름을 걷어내는 노력을 하기 보다는 문제없으니 한번 해보자는 식으로 나선다면 과연 평화는 누가 지킬 것인 지를 이구동성으로 걱정하고 있습니다. 아주 새로운 현상입니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도 그런 모습은 별로 발견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통일부는 북한위협은 우리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또 북한의 최근 발언들은 상투적인 것이라고 합니다. 별거 아니라는 것입니다. 상황 파악에 진지함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국방부와 합참은 어제는 신형 구축함으로 때려주겠다고 하고 오늘은 공군력을 동원하겠다고 하는 식입니다. 정밀타격을 가하겠다는 표현은 어느 새 육해공 합동 대응으로 과해지고 있습니다. 서해에서 중국 어선이 대폭 줄어들었고, 북한군은 해안포에 쓸 포탄을 2배로 늘려 지급하고 있다는 등 군사 동향을 거의 실시간으로 흘리고 있습니다. 군사상황은 시시각각 지휘통제부에 보고되고 지시받지 않으면 현장대응이라는 이름을 어딴 일이 무책임하게 자초될 지 모를 일입니다.  그런데도 유사시 현장 지휘관이 먼저 즉각 대응하여 상황을 종료시킨 다음 보고하도록 지시했다는, 언뜻 보면 단호하지만 한발 만 더 따지고 들어가면 위험천만한 위기 조장 발언이 그 어떤 여과장치도 거치지 않고 터져 나옵니다. 상대방이 너무도 받다들일수 없는 주장을 토해내기 때문에 우리도 강하게 나가야 한다는, 절대로 물러설 수 잆다는 심정은 이해할 만 구석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이 흥분한 상태이므로 우리는 차분하고 체계적으로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대처방안을 수립해도 부족할 판에 이런 일이 며칠 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군사위기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위험한 충동에 사로 잡혀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할 정도입니다.


2. 연평해전, 서해교전 때와 상황이 다르다.


안보는 위기조장하여 상대방을 윽박질러 겁을 준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영어로 안보를 뜻하는  security라는 말의 어원은 '위협으로부터의 자유'입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1년 3개월동안 한반도에서 평화는 진작되었다고 평가할 수 없습니다. 최근 들어 그렇게 자랑스럽게 언론에 있는 그대로 보도되고 있는 이지스함부터 정밀타격 능력까지 모두 참여정부가 이욱해 놓은 우리의 향상된 군사능력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국방비를 경영학의 관점에서 보고 무차별적으로 10% 삭감을 군당국에 강압하면서 정작 노무현 대통령이 조용히 키워놓은 우리의 자주국방역량을 무슨 아이들 장남감 자랑하듯 하고 있습니다.

1999년 연평해전과 2002년 서해교전 때는 남북 양측이 확전을 막을 수 있는 정치적 메커니즘과 대화채널이 직동되고 있었습니다. 서해에서는교전이, 동해에서는 금강산 관광이 진행되는 지극히 모순된 삽화는 결코 모순이 아니었습니다. 군사적 충돌을 넘어서 남북화해 협력으로 전화해 가는 평화지향적 김대중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정책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거의 모든 남북대화채널이 닫혀 있습니다. 막혀버린 남북대화는 늘 잠재적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양측의 자극적 언동은 위기를 통제한 데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만약을 가정한 남북한 사이의 국지전에 대한 북한의 대남 군사행동의 수위를 예상해 본다면, 남한의 정책전환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지만 과도한 출혈은 원치 않는 것 같습니다. 전쟁지속능력이 현격하게 떨어져 있기 때문이며 정치적 과도기라는 북한 내부의 현시기 특수성이 도를 넘은 체제 스트레스를 감내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1회성의 우발적 충돌은 넘어서지만, 주한미군까지 동시에 상대하는 군사분계선상에서의 전면적 지상전은 감행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취약점이 되고 있는 서해에서 과거와 다른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하는 모의연습을 하고 잇을 것입니다. 서해는 유엔군사령부가 관할하는 지역이 아니라는 점에서 타깃이 되기 쉽습니다. 핵무기 등의 대량살상무기를 방패로 삼고 미사일 등으로 공격하는 형태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해상전력이 밀리기 때문에 함정 대 함정싸움으로는 승산이 없고, 서해안에서 해안포와 지대함미사일 등의 공격을 통해 서해 5도 일부를 수중에 확보하는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국내거주 외국인들이 소개되고, 수도권 공항의 운영에도 영향을 받을 것이므로 우리측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볼 것입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은 남한에 대해 수일간 지속되는 국지전 즉, 제한전쟁을 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매우 위험한 의도가 숨어 있다. 이미 일부 언론에서 국방당국자를 인용해서 보도한 바와 같이 3, 4일 정도 제한된 범위내에서 군사적 충돌이 계속되고, 국제사회에서 양측의 자제를 권하고 하고 한국정부가 휴전을 요청해오는 상황을 북한은 최선의 게임 플랜이라고 볼 것입니다. 국제적으로 '북한의 승전'으로 선전할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주장해온 서해해상군사분계선으로 서해상 분계선을 재조정하려 할 것입니다. 북한은 정치적으로 핵보유국 인정을 받지 못할 것이며, 우리도 그것을 막아야 하지만 자신들은 군사 기술적으로는 핵무기능력을 확보했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런 속에서 최근 진행하고 있는 동해와 서해상의 단거리 지대지, 지대함 미사일 발사훈련은 대남용이다. 전면전으로 가지 않으면서도 한국의 맞대응에 대한 보복을 통해 남측이 자신들에 대해 휴전을 요청하는,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3일 전쟁'같은 상황을 촉발하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그러나 핵실험 등 비대칭군사력을 과시하고 훈련을 강화하는 등 결정적 순간을 향해 움직이고 있지만, 이전처럼 전격기습을 감행하지는 않고 각종 함포와 미사일 훈련 등으로 행동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다시 좀 더 강한 톤의 대남 군사위협 발언으로 돌아가는 일종의 음악 악보에서 볼 수 있는 '도돌이표현상'을 노정하고 있습니다. 수시간-수일간 전쟁수행능력은 있지만 거기서 멈출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들도 확신이 없기 때문에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어떤 식으로 행동에 나설 것인지는 누구도 쉽게 단언할 수도 구체적으로 예측할 수도 없습니다. 지난 수개월간 북한의 언술과 행동을 면밀히 분석해 보면 북한은 단기에 국지적으로 남쪽에 치명적 타격을 주고 싶은 것인데, 방법적으로 결론을 못 내리고 있는 것 같다. 참여정부 기간중 국방력을 상당 부분 상화시켜 두었던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 즉, 능력 부족을 전술로 올라타넘어보려고 하는 데 역부족을 느끼면서 계속 틈새를 노리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3. 미국의 딜렘마


지금까지 오바마 행정부가 내놓은 대북정책은 'Obama is not Bush'라는 표어 하나입니다. 그러면서 '부시와 달리 당신과 대화할 용의가 있으니 당신이 잘해야 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북한이 굳이 제재를 언급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으로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면 오마바-클린턴 팀의 입지가 강해지고 진정으로 과감하고 건설적인 대북 포용정책을 펼쳤을 것이라는 데 이견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2008년 11월 대선 직후 뉴욕을 방문한 북한의 리근 외무성 국장이 ‘미국과 관계정상화가 되더라도 북한은 핵무기를 오랫동안 갖게 될 것’이라는 자극적 발언이 서서히 6자회담과 핵협상에 대한 북한의 정책으로 굳혀지고 있다는 인상이 고착되어 갔습니다. 대선기간중 김정일 위원장과 조건없는 대화를 하겟다던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은 북한이 지난 해 말부터 취해온 일련의 강경입장과 미사일(로켓) 발사, 불능화 조치 복원, 제2차 핵실험, 대남 군사위협으로 인해 완전히 퇴색해버렸습니다. 오히려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국무장관 모두 워싱턴의 보수파로부터 안보는 잘 모르는 지도자, 안보를 희생시킬 수 도 있는 인물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뭔가 단호한 태도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되는 국내 수요에 눌려 있습니다.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 이라크에서 철군, 고문 중단 같은 가치지향적 조치에 대해 부시정부의 딕 체니 부통령이 계속 비판을 가하자 안보 문제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도 강한 원칙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지 않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클린턴 국무장관 역시 오바마 후보와 민주당내 경선 시절부터 대통령이 되면 최고사령관으로서 임무를 감당해 낼 수 있겠느냐는 비판에 직면해 오던 터라서 인사청문회부터 대화와 제재를 동시에 강조해야만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대화와 협상 일변도의 주장에서 대화를 하되 북한이 합의를 깨면 제재를 다시 가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후퇴하였고, 2009년 1월 대남 전면군사대결태세 천명을 지켜보면서 ‘저것이 오바마에 대한 신호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신호이다.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신호는 따로 있을 것이다’는 마지막 기대가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도 강하게 나오고 유엔에서 의장성명과 결의안 채택에서 강한 입장을 내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오바마 행정부는 김정일정권과의 대화를 더 선호하며 제재는 일시직이어야 한다는 태도를 완전히 버리진 않았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가 바로 한국과 일본의 태도입니다. 부시행정부의 동아시아 안보정책 가운데 가장 잘못된 것은 동맹국가의 의사를 충분히 존중하지 않았으며, 막판에는 비밀협상으로 밀고 가면서 정보 공유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비판해 오던 터라 한국과 일본의 대북 강경입장을 외면할 수 없는 스스로의 덫에 빠져 있습니다. 애초에는 한국과일본이 악역(bad cop)을 자처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미국에 다가올 수 밖에 없고 이것은 꼭 나쁘진 않다는 판단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강경공세로 인해 북한과 직접 대화는 제대로 시동 한번 걸리지 못한 채 논의의 주도권을 한국과 일본의 강경파에게 넘겨주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북한이 변하지 않으면 미국도 건설적인 대북제안을 내놓지 못하는 구조에 빠져든 것입니다. 

 그러나 필자는 오바마의 대북 정책을 이란과 비교하고자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딜렘마에서 빠져 나올 수 없고 , 협상을 통한 핵폐기는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건설적인 이란정책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공개적으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에게 보냈습니다. 오바마쪽에서는 작년부터 중동에 대한 준비를 많이 해 왔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문화적 이해와 종교존중, 문명적인 화해를 통해 정치적 불신을 씻어가겠다는 대이슬람 정책의 근간을 만들었고, 대선이 끝나자마자 오바마 캠프의 고위인사들이 가서 비밀회담을 하면서 정지작업을 했습니다. 북한에 대해서는 이런 것은 물론이고, 정책라인도, 정책도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미국이 동맹국과 호흡을 맞춰 나가는 것과 함께 미국은 여전히 인내하며 대화를 우선한다는 입장은 분명히 견지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동맹국의 발언과 행태에 대해서도 적절한 주의 환기도 해가면서 현재의 대치국면을 대화로 반전시켜 갈  여지를 마련해야 합니다. 물론 이것은 북한이 계속해서 도발적인 조치를취한다면 거의 검토조차 할 수 없겠지만 지금이라도 미국의 메시지가 동맹국의 지나친 강경 발언 속에 묻혀버리는 현상을 넘어서야 한다고 봅니다. 이것은 만약에 잇을 지도 모르는 남북 군사적 충돌 이후를 대비하더라도 마찬가지로 필요한 일이 될 것입니다.

 



박선원 미국 Brookings Institution 초빙연구원, 전 청와대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