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는 새벽. 출근길 청취자들의 귀를 잡기 위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일대 전쟁이 펼쳐지는 순간이다. ‘대한민국의 아침을 여는 시사 프로그램(MBC·손석희의 시선집중)’ ‘청취자를 위한 시사 내비게이션(KBS·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백지연의 SBS전망대)’ ‘우리 사회 현안을 집중 분석(BBS·유용화의 아침저널)’ ‘출근길 시사 명품(PBC·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 ‘소통하는 시사(WBS·손석춘의 오늘)’ 등 6~7개 프로그램이 오전 6시10분부터 9시까지 매일 총성 없는 전투를 치른다. 춘추전국시대로 불리는 아침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중 절대 강자는 MBC 표준FM을 통해 방송되는 ‘손석희의 시선집중’. KBS의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와 SBS의 ‘백지연의 SBS전망대’가 2위 그룹으로 달리고 기타 방송이 어슷비슷하게 그 뒤를 따르는 형세다.
인터넷과 DMB 열풍 속에서도 최근 ‘올드 미디어’인 라디오가 새롭게 각광 받고 있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치인과 관료, 문화·예술인 등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핵심 인물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시사 프로그램의 역할도 적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MBC 표준FM ‘손석희의 시선집중’
그날의 관심인물에 대한 치밀하고 과감한 질문
최고 청취율… “숨소리까지 들리는 인터뷰가 목표”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2000년 10월 시작해 7년 반 동안 부동의 1위를 지켜왔다. MBC 100분 토론의 진행자인 손석희 성신여대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를 간판으로 내세워 뉴스의 핵심 인물에 대한 치밀하고 날카로운 인터뷰로 명성을 얻었다. 공식적인 청취율 조사 결과가 없어 각 방송사별 선호도 조사 결과가 산발적으로 나오지만 ‘시선집중’의 위치와 영향력에 대해서는 타 프로그램 관계자들도 이견이 없다. 유경민 PD는 “동시간대 청취자들의 방송 선호도가 90%대를 넘는다고 보면 된다. 한마디로 압도적”이라면서 “앵커의 카리스마와 오랜 시간 쌓아온 무형의 노하우가 청취자들에 어필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손석희 앵커는 “모든 사안에 대해 당사자와의 직접 인터뷰를 원칙으로 한다”면서 “편집 없는 생방송을 통해 숨소리까지 들리는 인터뷰를 내놓는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당사자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너무 몰아붙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때로는 청취자들이 듣기에 불편한 부분도 있겠지만 포장해서 전달하려는 인터뷰 당사자와 포장 없는 날 것 그대로 듣고 싶어하는 청취자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말했다.
“제 역할은 질문하는 것이지 논쟁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논쟁적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많이 있지요. 제가 잘 이해를 못 했거나, 상대의 답변이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거나 할 경우에는 재차 질문이 들어갈 수밖에 없지 않나요.”
손석희 앵커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인터뷰가 상대방의 의도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면서 “인터뷰가 왜곡되지 않으려면 충분한 자료 조사와 사전 준비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초창기에는 요일에 따라 고정 코너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많이 줄었다”고 했다. 요일별 코너를 만들면 제작하기에는 편하지만 시시각각 달라지는 뉴스를 따라가기에 제약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 그는 “결국 시사 프로그램의 본령에 더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했다.
손석희 앵커는 아침 5시 이전에 일어나 보통 11시쯤 잠자리에 든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오후에 학교에서 강의가 있다. 그는 “원래 술을 거의 못하는 체질이라 술 약속이 없는 것이 다행”이라고 했다.
KBS1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
주말 9시뉴스 앵커 출신… 매끄럽고 안정적인 진행
“청취자와의 접촉면이 TV보다 넓고 깊은 게 라디오”
백운기 앵커는 KBS 기자 출신이다. 1985년 입사해 사회부·기동취재부·정치부·방콕 특파원을 거쳤다. 주말 9시뉴스 앵커를 지내 진행이 매끄럽고 안정적이라는 평이다. 예기치 않은 큰 사건이 터졌을 경우와 같은 돌발 상황에서 순발력과 장악력이 돋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백운기 앵커는 “이제 라디오 방송 진행 경력 6개월의 ‘초짜’지만 라디오 프로그램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고 했다.
“라디오 프로그램, 특히 시사 프로그램은 얼굴을 내밀지는 않지만 TV에 비해 자신을 훨씬 더 많이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9시뉴스와 ‘(공개수배) 사건25시’ 때를 돌아보면 지금보다 훨씬 더 필터링 됐다는 느낌입니다. 라디오는 전달하는 사람과 전달 대상, 청취자와의 접촉면이 TV보다 더 넓고 깊죠. 쉽게 친해지기 어렵지만 한번 익숙해지면 충성도가 TV보다 훨씬 높습니다.”
백운기 앵커의 하루는 오전 3시30분 시작돼 밤 10시쯤 끝난다. 그는 처음에는 생활 리듬이 확 바뀌어 애를 먹었다고 했다. 여의도 집을 출발해 4시 전에 회사에 도착한다. 4시20분쯤 조간신문을 훑어보고 5시에 YTN 뉴스로 흐름을 살펴본 뒤 본격적인 질문 정리에 들어간다고 했다. 건강 관리를 위해 운동은 빼놓지 않는다. 약속은 저녁에는 일절 잡지 않고 대부분 점심으로 돌린다고 했다.
진행에 당파성과 편파성이 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백운기 앵커는 “제작진은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지만 진행자의 퍼스낼리티를 완벽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취자들이 듣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저더러 수구 보수 꼴통이라고 하고 ‘소속이 어디냐’고 따져 묻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즉흥적인 반응, 비방을 위한 비방은 솔직히 그리 아프지 않습니다. 두어 달 전 한나라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송을 했다는 일부 기사에 대해서는 정식으로 항의해 정정 기사가 나오기도 했죠.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로 아픈 지적을 해주는 청취자들도 적잖이 있습니다.”
SBS ‘백지연의 SBS전망대’
“정치적 중립 지켜야 시사프로 강자로 남아
청취자·출연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
백지연 앵커는 “그동안 많은 진행자들이 시사 프로그램을 정계 진출의 발판으로 삼았다”고 지적하며 “정치적 중립을 견지하는 진행자만이 시사 프로그램에서 강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스로 그 덕목을 계속 지켜오고 있다고 자부했다.
백지연 앵커는 시사 프로그램 진행의 진짜 매력은 역시 인터뷰에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탁구와 같아요. 아니 그보다 더 어렵죠. 상대의 공을 받아내면서 다음 서브까지 생각해야 하잖아요.” 그는 8년8개월 동안의 9시 뉴스데스크 앵커 경력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요즘은 시사 프로그램의 긴장감에 한층 끌린다고 했다.
“9시뉴스는 오후 2시부터 아이템이 나옵니다. 앵커에게도 충분한 준비 시간이 있죠. 미리 완벽하게 준비하고 진행하기 때문에 앵커의 순발력이 필요한 상황은 그리 많지 않아요. 그런데 라디오 인터뷰는 각본대로 진행되는 게 아니거든요. 치고받고 싸우며 전적으로 현장에서 진행되는 거죠. 2부 오프닝 멘트도 1부를 진행하며 수시로 고치고 새롭게 다시 씁니다. 그렇게 해야 현장감이 살아있어요.”
“시사 프로그램은 현안이 된 민감한 뉴스를 다루죠. 출연자는 날카롭고 예민하고요. 계획에 있든 없든 어떤 이야기를 끌어내도록 신경을 곤두세워 듣고 질문합니다. 행간의 뜻을 읽어야 하고 이야기가 어디로 튀어갈지 예상해야 하죠. 그런 문제일수록 목소리는 더 차분해야 합니다.”
가장 까다로운 인터뷰 상대를 묻자 백지연 앵커는 “막무가내식 인사”라고 말했다. 논리적인 논객들은 얼핏 까다롭게 보여도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지만 ‘떼법이 가장 어렵다’는 말처럼 생방송인데 막무가내식으로 나오는 사람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것. 백지연 앵커는 “방송이 유아독존(唯我獨尊)할 수는 없다”면서 “소통,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SBS전망대’의 이영일 PD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앵커의 장점을 살려 청취자와의 소통에 중점을 두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겠다고 밝혔다. 타 프로그램에서는 진행자의 주관적인 코멘트를 가급적 배제하지만 ‘SBS전망대’에서는 이것을 가급적 권장하고 살리는 방향으로 나간다는 것.
그는 “각 신문 1면 뉴스에 대한 앵커의 브리핑, 신문 만평에 대한 앵커의 의견을 좀더 강화할 것”이라면서 “정통 정치 시사에 문화와 생활 코드를 가미해 프로그램을 좀 더 연성화하겠다”고 말했다.
백지연 앵커는 “원래 ‘아침형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아 새벽 방송이 참 힘들다”라며 웃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방송하고, 대표를 맡고 있는 백지연 커뮤니케이션스 일을 보고, 엄마 노릇 하고 난 뒤 11시쯤 잠자리에 드는데 체력적으로 무리가 따르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봄철 개편 때 방송 시간이 조금 늦춰지는데 앵커에 대한 제작진의 ‘배려’ 차원이라고 귀띔했다.
BBS ‘유용화의 아침저널’
“차분한 설명과 대안 제시가 폭로·고발 이상 중요
`객관성이 생명력 좌우… 정치인과‘기 싸움’도 잦아”
지난달부터 BBS(불교방송 )‘유용화의 아침저널’을 진행하는 시사평론가 유용화씨는 여론을 이끌어가는 시사 프로그램의 정론적 기능을 강조했다. 센세이셔널한 폭로와 고발을 통해 청취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줘야 하지만 이와 함께 사안의 진행 방향을 차근차근 짚어주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능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는 것. 그는 “진행에서 객관성을 가져야 방송의 생명력이 생기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유용화 앵커는 “아침 출근길의 직장인이나 운전자들이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도록 논리성보다 정서에 어필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앵커의 멘트나 기획 내용도 이런 맥락에서 지나치게 거칠지 않으면서 설득력 있는 것으로 선정한다”고 했다.
인터뷰에 대해 유용화 앵커는 “자연스럽고 편하게 얘기하다 치고 들어가는 질문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정치인들의 경우 ‘기(氣) 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새 정부의 장관 인선 문제가 논란이 됐을 때 박희태 의원을 연결했습니다. CEO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의 단점을 노린 질문에 앞서 장점을 언급해 달라고 했는데 몇 가지를 이야기하던 박 의원이 ‘또 안 좋은 점, 모자라는 점 말입니까’ 하고 치고 나왔어요. 질문의 의도를 간파 당한 셈이었죠. 통합민주당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 때도 어려웠는데 처음에 부드럽게 얘기를 시작하기 위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으니 어떤가’ 물었더니 ‘정치권에 아직 들어가지 않았다’고 딱 잘라 말했어요. 순간 참 난감했죠. 공천과 관련한 민감한 문제에 대해 한참 질문을 하자 ‘다 듣지 못했다’며 다시 질문을 달라고 했고요. 결국 두 방 먹은 셈이죠.”
유용화 앵커는 “술을 좋아하지만 방송을 시작한 뒤 대부분의 약속을 점심으로 돌렸다”고 말했다. 목요일에나 가볍게 저녁 약속을 잡는 정도. 그는 맑은 목소리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 반 갑 정도 피우던 담배를 방송 시작하면서 일주일에 한 개비 정도로 확 줄였다.
그는 방송 프로그램의 고정 패널로 자주 나갔지만 앵커를 맡은 지금은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정치·경제·사회·국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쏟아지는 각종 이슈를 숙지하고 포털 사이트에서 관련 뉴스를 모니터링 하는 데만도 시간이 빠듯하다고 했다.
뉴스의 인물 모시기 전쟁
전날의 뉴스메이커 새벽 기습 섭외 비일비재
준비한 인터뷰, 밤새 상황 변해 휴지되기도
중요 인물은 1~2분 뒤 경쟁 방송에 연속 출연
오전 6~8시대에 비슷한 성격의 방송이 몰려있다 보니 제작진은 인터뷰 대상자 섭외에 피가 마른다. 프로그램 사이의 경쟁 의식도 강해져 누가 유력 인사를 섭외했느냐에 따라 ‘섭외 특종’ ‘섭외 낙종’이라는 말도 나온다. 일껏 준비한 인터뷰가 밤 사이의 상황 변화로 날아가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전날 마감 뉴스에 나온 관계자를 새벽에 섭외해 오전 방송에 나오게 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핫이슈와 관련된 핵심 인물의 경우 한 프로그램과 인터뷰 한 뒤 불과 1~2분 차를 두고 다른 프로그램과 전화 연결이 이뤄지기도 한다. 정치인들의 경우 대개 인터뷰를 반기지만 대기업의 오너나 CEO의 경우 인터뷰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제작진은 전했다.
PBC(평화방송) ‘열린세상’의 오동선 PD는 “전체 인력이나 네트워크 면에서 주요 방송사에 비해 열세인 것이 사실이나 일당백의 정신으로 ‘섭외 전쟁’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대의 청취율이 높은 프로그램에 한 인물이 나오면 바로 뒤 프로그램에서 인터뷰할 때 애를 먹습니다. 비슷한 질문과 답변이 나오면 청취자들의 다이얼이 돌아가지 않겠습니까. 상대 프로그램보다 한층 심도 깊고 디테일한 질문을 마련해야 하는데 주어진 시간이 짧아 쉬운 일이 아닙니다.”
WBS(원음방송) ‘손석춘의 오늘’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박종훈 PD는 “프로그램의 인지도가 낮아 솔직히 섭외에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정치 일정을 예측하고 미리 챙겨 다른 방송사가 선점하기 이틀 전에 발빠르게 섭외를 확정짓는 방법을 쓰고 있지만 방송 직전에 청취율이 높은 프로그램으로 ‘갈아타기’ 하는 출연자도 없지 않다는 것. 중복 출연과 시간 부족을 이유로 인터뷰를 고사하는 대상자에게는 방송 시작 30분 전쯤 미리 인터뷰를 진행하고 녹음한 뒤 바로 편집해서 붙이는 고육책을 쓰기도 한다. 7시 무렵 조찬 모임을 갖는 정치인의 경우 6시40분쯤 전화로 연결해 미리 인터뷰하는 방식이다. 박 PD는 “결국 발로 뛰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출국하기 전날이었습니다. 뉴스의 인물인 반 총장에 대해 당시 대부분 프로그램이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출국하기 전날 저녁 리셉션 현장까지 쫓아가 한 말씀 따올 수밖에요.”
새벽 생방송의 고충
별 보며 출근… 약속한 출연자와 연락 끊길 땐 사색
진행자와 설전 벌이다가 흥분해 갑자기 전화 끊기도
걸러지지 않은 돌출 발언·중립성 시비에 속앓이
시민들의 출근길에 맞춰 생방송으로 진행하다 보니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제작진들의 고충도 적지 않다. 노동 강도가 만만치 않아 오전 5시부터 한밤까지 뉴스에 파묻혀 신경을 곤두세우는 일상이 반복된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의 유경민 PD는 “순간순간 바뀌어 나가는 뉴스의 흐름에 따라 버려지는 아이템이 숱하다”며 “1등의 자리가 주는 스트레스가 간단치 않다”고 했다. 그는 “방송에 대한 항의는 물론 소송 제기도 많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작년 11월 22일 에리카 김 인터뷰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BBK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 김경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의 육성 인터뷰가 나온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허경영 후보의 “박근혜 전 대표와 혼담이 있었다” 같은 돌출 발언이 나오는가 하면 진행자와 설전을 벌이던 출연자가 흥분해 전화를 끊어버리거나 예정된 출연자가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도 생겨 제작진의 애를 태우기도 한다.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이 걸러지지 않고 방송을 타는가 하면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시비로 속앓이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새벽 생방송 시사 프로그램은 PD의 유배지”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어려움이 적지 않지만 아침 시사 프로그램 제작진은 ‘방송하는 맛’은 진하다고 입을 모았다. 생방송 중 폭발성을 지닌 발언이 나와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낼 때는 쾌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SBS전망대’의 이영일 PD는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사회의 호응도가 바뀐 것을 실감한다”면서 “남북 문제나 정치 관계, 기업 관련 이슈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이 주요 발언을 끌어내고 큰 뉴스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이나 사회 지도층 인사가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가 말하고 싶은 부분을 가감 없이 전할 수 있고 이런 발언들이 포털 사이트를 거쳐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 거죠. 출연자들의 발언이 그날의 톱 뉴스가 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TV의 서브 매체인 라디오가 아니라 아침 시간의 첫 뉴스 생산자로 역할이 달라진 겁니다.”
PBC ‘열린세상’의 오동선 PD는 “과거 시사 프로그램은 기존 뉴스를 해설하는 차원에 머물렀지만 요즘은 뉴스를 생산한다”면서 “1라운드가 방송 전쟁이라면 2라운드는 포털을 통한 인터넷 전쟁”이라고 했다. 각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주요 인물의 인터뷰 전문이 거의 실시간으로 실리고 언론의 인용 여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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