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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주하는 정동영, 치고 올라온 이해찬…지지율 믿은 손학규, 조직에 당했다

이경희330 2007. 9. 17. 11:01

[중앙일보 김정하.조용철] 15, 16일 실시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4연전(제주.울산.강원.충북)의 선거인단은 전체의 12.2%(9월 10일 기준)에 불과하다. 대세를 판가름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경선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가늠케 하는 예고편의 의미는 충분하다.

경선 뚜껑을 열자 일반 여론조사에서 늘 앞섰던 손학규 후보가 정동영 후보에게 크게 밀렸다. 손 후보는 이해찬 후보와 2위를 다투는 신세가 됐다.

당 국민경선위 관계자는 16일 "일반 여론조사는 집에서 수동적으로 전화를 받는 것이지만, 경선은 투표장에 직접 나가야 한다"며 "실제 투표장에 나간 선거인단은 여권 충성도가 강한 핵심 지지층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나라당에서 건너온 손 후보보다 국민회의 시절부터 여권 기반을 닦아 온 정 후보가 지지자를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데 유리했을 것이란 얘기다.

투표율이 20%에 못 미쳐 '바람'보다 '조직력'이 판세를 가른 국면이 된 것도 정 후보에게 힘을 보탰다.

당내에선 정 후보가 특별한 연고도 없는 충북에서 52.7%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지역구가 보은-옥천-영동인 캠프의 최고고문 이용희 국회부의장이 한 달 전부터 현장에서 선거인단 조직화에 힘썼기 때문이란 말이 나온다. 그러나 손학규.이해찬 후보 측에선 "16일 충북 선거에서 오후 들어 투표한 1만여 명 중 4500여 명이 보은-옥천-영동에서 왔다고 한다" "정 후보와 이용희 의원이 민심의 코털을 건드려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동원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남은 경선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호남표의 향배다. 선거인단 중간 집계에서 호남지역 비중은 31.1%로 서울(18.8%)과 경기(11.8%)를 합친 것보다도 크다. 결국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처음 벌어지는 29일 광주.전남 경선이 경선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30일 열리는 부산.경남(14.4%) 경선에선 이해찬 후보가 친노 후보 단일화에 힘입어 역전을 시도할 수 있다. 부산.경남은 친노세가 강한 곳이다.

손 후보는 10월 7일(인천.경기), 14일(서울) 막판에 열리는 수도권 경선에서 열세를 만회하겠다는 작전이다. 다만 그 전까지 표차가 너무 벌어지지 않도록 관리를 잘 해야 '밴드왜건 효과'(선거일이 다가올수록 1위 후보에게 표가 쏠리는 현상)를 막을 수 있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