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탓인지 지난 여름 비가 지겹게 왔다. 비가 하루거리로 때로는 밤낮없이 내리는가 싶더니 멎었다 내렸다 되풀이했다. 어느 곳에는 수해가 날 만큼 폭우가 쏟아지고 그 사이 다른 곳에는 햇볕이 쨍쨍 들기도 했다. 7월이 지나면 멎겠지 싶었지만 8월 들어서는 더 자주 오는 듯했다. 9월 들어서도 멎을 듯 말 듯하다. 20여년 전쯤인가 싶다. 그 즈음 라디오에서는 “우리가 놀면은 놀고 싶어 노나…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엥헤야 엥헤이…”란 유행가가 자주 흘러나왔다. 가락은 경쾌하게 들렸는데 왜 그리 구슬프고 처량한지…. 날품팔이의 애환을 담아내서 그런지 한 잔 술에 읊조리는 이들도 많았다. 하늘에 구멍이 뚫렸는지 비가 그칠 줄 모르니 공친 이들이 참으로 많았을 것 같다. 양극화가 깊어져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소리가 높아지나 그 그늘은 더욱 짙어져 하루벌이 인생이 숱하게 늘어났다. 주로 하늘을 지붕 삼아 먹고사는 이들이다. 오늘도 궂은 날씨로 품삯을 접자니 나오느니 탄식뿐이다.
공사판 노동자는 날씨가 좋아도 동트기 전에 인력시장에 나가야 일거리를 얻을까 말까하다. 7, 8월은 태반이 공치는 날이었을 듯 싶다. 행상이나 노점상인, 포장마차도 마찬가지다. 비가 오면 재래시장을 찾는 손님도 뚝 끊어진다. 구두도 안 닦는다. 영세민에게는 지난 여름이 너무나 고통스런 나날이었을 것이다. 여름 한철 장사로 먹고사는 해수욕장, 수영장에도 피서객의 발길이 뜸했단다. 방학철, 휴가철에 재미를 보는 놀이공원도 사정은 나을 바 없다. 그곳에 생계를 거는 상인이나 일용노동자는 하늘을 무척이나 원망했을 듯싶다. 또 비가 내릴 테니 자동차도 안 닦는다. 세차장도 마찬가지다. 비가 오나 안 오나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물건을 살 일이 있어도 열대야로 지친 손님들이 가게를 잘 찾지 않는다. 에어컨이 빵빵 돌아가는 백화점이나 대형매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더위도 시킬 겸 쇼핑도 할 겸해서 말이다. 이래저래 서민이나 영세민에게는 더 할 나위 없는 고통스런 여름이었다. 월세는 밀리고 전기 값, 물 값 내기도 어렵다. 하루하루 살기가 너무나 버겁다. 그런데 청와대에서는 허튼 소리나 흘러나온다. 대권을 잡겠다는 이들은 많아도 누구한테서도 더불어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말장난 같은 공허한 소리나 하면서 입씨름이나 벌인다. 그런데 무심하게도 하늘마저 날품팔이의 날삯을 앗아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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