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낙생고가 학생들의 성적에 따라 저녁식사 배식순서를 정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해당 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교 측을 비난하고 나섰다.
7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낙생고는 오후 6시 정규수업이 끝난 후 전교생 1246명 중 800여명이 남아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학교 측은 야간 자율학습시 A반(20~25명), B반(20~25명), C반(50명) 등 학년별로 100여 명씩의 성적 우수자를 뽑아 `특별관리`를 한다.
전교생 중 선발된 300여명의 학생들은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도서관 등 별도의 공간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혜택을 받는다. 반면 나머지 학생들은 교실에 그대로 남아 자율학습을 해야 한다.
성적 우수 학생들에 대해 학교 측이 제공하는 특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율학습 장소 별도 제공은 물론 저녁 배식순서에도 우선권을 주고 있다는 점. 나머지 대부분의 학생들은 성적 우수 학생들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기다린 뒤에야 식당으로 들어가 식사를 할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일부 교사들은 식당 앞에 서서 등수를 확인해 100등이 넘는 학생들을 찾아내는 일까지 맡고 있다.
● “소란스러워 질까봐...” VS “공부 못하면 밥도 못먹냐”
학교 측은 별 문제 없다는 반응이다. 낙생고 관계자는 "학교 급식소가 250여명밖에 수용할 수 없어 점심식사의 경우 학년별로 배식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야간 자율학습 시간 때에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장소가 달라 5층에 있는 A~C반 학생들이 학년별로 식사를 하게 되면 급식소를 왔다갔다 하면서 복도가 소란스러워 면학 분위기를 흐릴까봐 일괄적으로 함께 먼저 식사를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최창호 낙생고 교장은 "모든 학생들에게 기회는 동등하게 주고, 운영의 효율화를 위해 A~C반 학생들이 먼저 식사를 하도록 했으나 문제가 제기된 만큼 식사도 학년별로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부를 못하면 친구랑 밥도 같이 못 먹는다니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며 "학원도 아닌 학교에서까지 학생들을 서열화하고 밥 먹는 것까지 차별하는 것은 잘못된 교육"이라고 반발했다.
● 네티즌 “뒤쳐진 학생들에 동기부여, 장학금과 같은 논리”
그러나 네티즌들의 반응이 의외다. 학교 측의 입장을 두둔하고 있는 것. ‘성적이 뒤쳐진 학생들에게 경쟁심을 유발시키는 등 동기부여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네티즌들의 주장이다.
아이디가 `oosh82`인 네티즌은 "잘하는 사람 상으로 공부환경 제공해주고 밥 빨리 먹게 해주는 게 뭐가 그리 큰 문제냐"며 "이게 차별이라면 공부 잘 한다고 장학금 주는 것도 차별이다. 동기부여 차원에서 그런 것 같은데 별로 문제점을 찾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네티즌 `longdari101`는 "고등학교가 사회를 미리 배우는 곳이므로 실력 없으면 저렇게 눈치밥 먹는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며 "저게 공부 잘하는 애들에게 특혜 주는 것만 아니라 공부 못하는 애들 자극도 된다. 어린 학생들이 발전하려면 어쩔 수 없이 악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네티즌은 이어 "욕을 먹더라도 저렇게 해야 나중에 컸을 때 깨달을 수 있다"며 "사회 현실을 미리 배워서 지들은 밥이라는걸 깨달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서로서로 경쟁하며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저 학교 방침이 참 현명하다"고 덧붙였다.
`gaorun`라는 아이디도 "사회 경쟁에서 승리하면 모든 영광과 부를 누리지만 경쟁에서 패배하면 비참한 조소와 가난만이 따라다닐 뿐"이라며 "학생이 공부를 못한다는 것은 경쟁에서 패배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이런 대접밖에 못 받는다`는 것을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네티즌 `oosh82` 역시 "잘하는 사람 상으로 공부 환경 제공해 주고 밥 빨리 먹게 해주는 게 뭐 그리 큰 문제냐"며 "차별이라니 그럼 공부 잘한다고 장학금 주는 거 가지고도 걸고 넘어져라. 동기부여의 차원에서 그렇게 한 거 같은데 문제점을 못 찾겠다"고 말했다.
반면, 학교 측을 비난하는 의견도 올라왔다. `qkrwngus1275`는 "최창호 교장이라는 분도 교장 자질을 따져서 식사 순번을 정하면 진작에 굶어 죽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