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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체제 건재..‘大馬不死’... 김정일, 당분간은 더 간다

이경희330 2009. 3. 21. 23:20

북한은 지난 8일 우리나라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대의원선거를 실시한 데 이어 오는 4월께 제1차 회의를 열고 이른바 ‘김정일 정권 제3기 체제’를 본격적으로 출범시킬 전망이다.
이번 선거에서 북한은 예상대로 100%에 가까운(99.98%) 선거 참여율을 보이며 687개 선거구에서 100%찬성으로 각각 대의원을 선출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선거 전 모든 선거구에서 대의원 후보로 추대됐으며 이 중 군부대 선거구이자 김 위원장을 이번 선거에서 대의원 후보로 가장 먼저 추대한 제333호 선거구의 대의원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김 위원장의 3남인 김정운은 대의원으로 선출되지 않았으며 장남인 김정남과 차남인 김정철도 대의원 당선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선거는 김 위원장의 유일영도체제를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김정운 등 세 아들 당선자명단 포함 안돼

북한은 선거 결과를 보도한 지난 9일 김 위원장의 대의원 당선과 관련, “이것은 위대한 혁명 영도의 수십 성상 백두에서 개척된 주체혁명 위업을 승리의 한길로 이끄시어 조국청사에 길이 빛날 불멸의 업적을 쌓아올린 김정일 동지에 대한 전체 인민군 장병들과 인민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다함없는 신뢰의 표시”라고 평가했다.
방송은 이어 “김정일 동지를 높이 모셔 자랑찬 백승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우리 공화국은 앞으로도 불패의 위력을 지닌 주체의 사회주의 국가로 강성 번영할 것이며 김일성 동지의 위업, 주체혁명 위엄의 종국적 승리는 반드시 이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후계구도에 관련한 동향을 읽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이번 선거에서 김정운을 포함한 김정남·김정철이 모두 대의원으로 선출되지 않은 점은 북한이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불식시키는 한편 건재함을 과시하고자 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이로써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1인 독재 체제가 안정돼 있다는 것을 대내외에 천명함으로써 내부 결속 및 대외 협상력을 유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대표는 “후계자를 내정할 경우에는 체제를 이끌어갈 동력도 떨어지고 대내외적으로 정변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불안정한 혼돈의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어떤 나라도 김 위원장과 협상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이어 “김 위원장이 사실상 후계자를 내정하는 순간 김 위원장의 권력은 레임덕에 빠지게 되는 것과 다름없다”며 “김 위원장은 오히려 체제를 안정화하고 강화하는데 모든 포석을 둘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와 관련,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이번 선거 결과 후계구도와 관련한 특이 동향은 발견되지 않았고 주목할 만한 변화도 없었다”고 평가해 당분간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북한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군부 인사들 거의 당선

또 이번 선거에서는 대남 협상 실세들보다 친척 및 군부 인사들이 다수 당선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친척과 가신그룹(Kitchen cabinet·권세가의 집에 딸려 그들을 섬기던 사람)들의 득세가 여전했다”며 “선군정치에 걸맞게 군부 인사들은 거의 모두 당선됐다”고 분석했다.
실제 김 위원장의 삼촌인 김영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명예위원장, 고숙인 리용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4촌 고모부인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매제인 장성택 당 중앙위 행정부장, 여동생인 김경희 당 중앙위 경공업부장, 외사촌인 강영섭 조선기독교도연맹 위원장이 당선됐다.
가신그룹으로는 김양건 당 중앙위 통전부장과 오극렬 국방위 부부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과 당 중앙위의 리제강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장성택 행정부장·김기남 비서, 강석주 내각 외무서 제1부상 등이 꼽힌다.
군부에서는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부장을 비롯해 리을설·리종산 차수 등과 인민무력부의 김영춘 부장·박재경 부부장·김명국 작전국장, 김원홍 군보위사령관 등이 지위를 유지했다.
김영철 국방위 정책실장과 리정부 포병사령관, 황강철 강건종합군관학교장 등은 새로 선출됐고 안민흘 중장 등 4명과 리태섭 소장 등 14명의 신진 군 장성들이 등용됐다.
아울러 숙청설이 돌던 실세 최승철 전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과 정운업 민경련 회장의 이름은 대의원 당선자 명단에 오르지 못했으며, 대신 군복을 입고 개성공단에서 통행 제한 조치를 경고한 김영철 국방위 국장은 선출되는 등 강경 세력들이 부상한 점도 특징적이다.
한편 이번 선거를 통해 교체된 인원은 45%정도로, 제11기 50%와 제10기 64%에 비해 교체폭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일 3기 체제 출범을 앞두고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사일 발사로 대미 협상 여지 남겨

이런 가운데 북한은 다음달 4~8일 인공위성인 ‘광명성 2호’를 발사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에 통보했다. 또 외기권조약 및 우주물체등록협약을 맺는 등 우주발사체 발사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북한은 1998년 대포동 1호(북한은 위성인 광명성 1호라고 주장)를 발사했을 때에는 국제규범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미일 외교안보당국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와 미일의 요격 움직임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분석하고 있는 한편 북한이 실제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북한은 특히 최고인민회의 12기 대의원 전체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4월 초에 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천명했다. 북한은 1998년에도 8월22일 대포동 1호를 발사한 뒤 9월5일 제10기 대의원 1차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1차 회의는 김 위원장을 국방위원장으로 재추대함으로써 내부 결속을 다지고 체제를 공고히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북한은 이즈음에 (위성)로켓을 발사, 과학기술개발의 발전을 과시하고 향후 장거리 미사일 활용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정권 재출범의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과의 협상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제2차 핵 위기가 정점으로 치닫던 2006년 7월25일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를 한 데 이어 10월 핵 실험을 강행해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 바 있다.

北 미사일 정치경제학

북한이 다음달 4~8일 사이 인공위성 '광명성 2호'를 운반 로켓인 '은하 2호'에 실어 우주로 보낸다고 공표했다. 우리 돈으로 수천억 원이 들어가는 인공위성을 쏘아 북한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1999년 북ㆍ미 협상 과정을 복기해 보면 북한 인공위성은 '흑자' 사업으로 결론날 가능성도 있다.
현재까지 자력으로 위성발사체를 쏘아올린 국가는 순서대로 러시아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영국 인도 이스라엘 등이다. 아직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진 못했으나 지난달 초 이란도 인공위성 자력 발사에 성공했다.
'광명성 2호'를 우주 궤도에 올려놓으면 북한은 10번째 인공위성 발사 국가가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첫 자력 소형 위성발사체 'KSLV-1'과 통신해양기상위성 발사 시기를 7월 말로 연기한 상태다.
2012년 '강성대국' 완성을 노리는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 성공과 동시에 남한을 제치고 10대 위성 강국이 됐음을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4월 9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최초추대일, 15일은 김일성 주석 생일이 있어 정치 선전에 좋은 시기다.
인공위성 자력 발사는 곧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 기술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KSLV-1' 로켓 기술을 제공한 러시아 흐루니체프사는 냉전 시절 대표적인 ICBM을 인공위성 발사 로켓으로 개조했다.
실제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 국가들은 ICBM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5대 군사 강국들이 ICBM을 보유하고 있고, 군사전문가들은 일본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도 기술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본다.
북한이 노리는 궁극적인 목적은 2012년 '강성대국' 완성에 필요한 돈이다. 북한은 현재 강성대국의 3대 축 가운데 '사상' '군사'는 완성됐고 '경제'만 완성하면 된다고 대내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북한은 98년 '광명성 1호'(한ㆍ미ㆍ일은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1호' 추정)를 쏜 후 인공위성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99년 전개된 북ㆍ미 협상 때 북한은 사거리 300마일(약 500㎞) 이상 미사일 생산과 개발, 배치를 포기하는 대신 미국이 해마다 10억달러 규모(당시 북한 명목GNI의 16분의 1 상당) 식량 등을 지원하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부시 행정부 출범으로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현재도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에 핵시설 불능화 대가로 중유 100만t을 제공하고 있다. 북한은 인공위성 포기 대가로 훨씬 많은 돈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인공위성)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북한으로선 남는 장사인 셈이다.

선데이저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