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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광재 의원, 안희정 최고위원, 이강철 전 수석. | |
여의도 정치권을 겨냥한 검찰의 칼날이 심상치 않다. 3월 국회 휴회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정치인 사정몰이를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3월 이후 국회 폭력사태를 비롯한 개인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정치인과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들이 연루된 이른바 ‘친노 게이트’ 의혹 사건 수사에 본격 나서는 등 강력한 사정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치권 주변에선 신춘정국을 뒤덮고 있는 ‘검풍’이 4월 재·보선 정국과 맞물려 메가톤급 태풍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야권 일각에선 여권 핵심부와 사정당국이 ‘친노 게이트’ 사건 등 그간 초읽기에 들어갔던 ‘시한폭탄’을 재·보선 정국에서 터트릴 것이란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정치인 사정몰이를 넘어 4월 재·보선 판세를 좌우할 수 있는 메가톤급 핵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는 ‘검풍’ 속으로 들어가 봤다.
2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3월 3일)를 신호탄으로 현역 의원들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4월 임시국회가 열릴 때까지 현역 의원의 ‘불체포 특권’이 정지되는 만큼 각종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들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검찰은 김재윤 민주당 의원에 대한 보강 수사에 주력하고 있다. 김 의원은 2007년 6월 제주도에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한 항암치료제 개발업체인 N 사로부터 병원개설에 따른 인·허가 및 관련법 개정을 위한 로비청탁 명목으로 3억여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3월 6일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 의원을 재소환(8일)하는 등 보강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김 의원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는 한편 불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더라도 반드시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검찰은 또 강원랜드 비리 의혹과 관련해 지역 건설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무소속 최욱철 의원을 지난 9일과 11일 잇따라 소환 조사하는 등 사법처리 수순을 밟고 있다. 최 의원은 2005년 강원랜드 상임감사로 재직할 당시 지역 건설업체로부터 강원랜드 공사를 하청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연말연초 국회 폭력사태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들에 대한 수사도 탄력이 붙고 있다. 검찰은 국회 폭력사태 고소고발 등과 관련해 경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의원들을 직접 불러 조사키로 하는 등 신속한 수사 방침을 정한 상태다. 이에 따라 국회 사태 이후 5번이나 경찰 소환에 불응한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과 4차례씩 소환을 거부한 한나라당 박진·신지호·구상찬 의원과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 등은 검찰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들과 참여정부 인사들이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각종 사건들에 대한 검찰 수사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광재 민주당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 원에 약식기소(3월 3일)했는가 하면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구속(3월 13일)하는 등 친노 인사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 의원은 2004년 부인이 S 해운으로부터 1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데 정치자금법으로 기소돼 벌금 100만 원 이상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이 전 수석의 경우 2004년 총선과 2005년 보궐선거 당시 대구 동구 후보로 출마하면서 자금을 관리했던 측근 노 아무개 씨(구속기소)를 통해 사업가 조 아무개 씨로부터 1억 5000여만 원을 받고, 조영주 전 KTF 사장에게서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의원과 이 전 수석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동시에 정치보복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의원은 3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기소 내용이 진실이 아니다.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이 전 수석도 3월 9일 검찰 조사 후 귀가하면서 “수사한 지 6개월, 내사한 지 1년이 됐는데 정치보복은 끝내줬으면 좋겠다”며 ‘표적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친노 인사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본격화되면서 또 다른 친노 인사들이 조만간 검찰 사정망에 걸려들 것이란 관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구속된 박 회장은 여야를 망라한 마당발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연차 리스트’ 등 정·관계 로비 의혹을 규명할 핵심 당사자로 지목받고 있고, 강 회장 역시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 실세들과의 각별한 친분을 이유로 ‘강금원 리스트’가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여의도 정가와 사정당국 주변에서 끊임없이 나돌고 있는 ‘박연차 리스트’는 단순한 ‘소문’ 수준을 넘어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내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는가 하면 참여정부를 비롯한 전·현 정권 실세들에게도 박 회장이 수억 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이 △박 회장 주변인물들의 계좌추적을 통해 조성과정이나 사용처가 의심스러운 거액의 뭉칫돈을 찾아내고 △박 회장과 여야 정치인들의 통화 내역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만간 연루 정치인 소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숨 고르기’에 돌입한 강금원 회장의 비자금 사건도 조만간 수면 위로 재부상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강 회장의 횡령 등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인 대전 지검은 3월 8일 강 회장 소유 창신섬유와 S 골프장의 경리 업무를 총괄하는 강 아무개 씨 등 회계 임직원 3명을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강 회장을 사법처리하기 위한 수순 밟기에 돌입한 형국이다. 검찰은 또 강 회장과 관련된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통해 강 회장이 2005년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의 추징금 납부를 위해 빌려줬다는 1억 원 외에 수 차례에 걸쳐 많게는 2억여 원씩 모두 10억 원에 육박하는 돈을 안 최고에게 건넨 사실을 밝혀내고 이 돈의 성격과 불법성 여부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검찰이 ‘박연차·강금원 리스트’를 확보하고 여권 핵심부와 수사 대상 및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여권이 이른바 ‘친노 게이트’ 사건을 4월 재·보선 정국에서 승부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연 여의도 정가를 뒤덮고 있는 ‘검풍’이 4월 재·보선 정국을 뒤흔드는 핵뇌관으로 부상할지 정치권의 이목이 서초동 검찰청사로 쏠리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