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이번 아프간 사태와 관련, 감정의 여과 없이 노골적으로 쏟아내는 반기독교적인 비난과 과도한 악플들은 우리 사회에 또 하나의 논란을 빚어냈다. 지난겨울 네티즌들의 무차별적 악플에 시달린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 사건 이후로 대한민국 네티즌들의 악플에 대한 ‘수위’ 문제가 또 다시 화두에 오른 것이다. ‘악플’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난 안티기독교와 기독교. 이들의 첨예한 갈등은 그 어느 때보다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 갈등은 해결될 수 없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가, 아니면 서로의 오해로부터 비롯된 상황인가? 지난 8일, 여의도에 위치한 <뉴스미션> 사무실에는 물과 기름처럼 도저히 섞일 수 없을 것 같던 두 사람, 곧 기독교인과 안티기독교인이 얼굴을 마주하고 앉았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성돈 교수와 이종격투기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박대범 씨가 그들이다. 조성돈 교수는 지난 4일 아프간 피랍사태 관련 자료집 ‘한국교회와 선교에 주어진 새로운 도전’의 편집을 책임졌다. 박대범 씨는 포털사이트 다음(daum)의 ‘클럽안티기독교’ 카페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으며 다음의 네티즌 토론광장 ‘아고라’에서 ‘死神six’라는 아이디로 아프간 피랍 사건과 관련한 글을 올려 많은 안티기독교인들의 지지를 얻은 바 있다. 대담은 <뉴스미션>의 젊은이 페이지인 ‘공감2030’ 김범인 편집장의 진행으로 약 150분 동안 이루어졌다. 긴 시간동안 두 사람은 차분하고도 솔직담백하게 자신들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다음은 대담내용을 정리 요약한 것이다. 편의상 조성돈 교수는 ‘목사’, 박대범 씨는 그의 다음 닉네임을 빌려 ‘사신’(死神)으로 표기하기로 한다. 우선 아프간 피랍자들이 돌아 온 것에 대한 양측의 소감이나 의견이 듣고 싶다. 목사: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데에 협력했던 사람으로서 그들이 살아온 것에 대해 우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돌아가신 분들 생각으로 마음이 아프다. 조금 전 고 배형규 목사의 장례식에 참석했는데 그 분의 어린 딸이나 유족들을 보며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다. 사신: 그들이 살아 돌아옴으로써 국가나 아프간에 있는 한국인들에게 여러 문제들이 발생했고 피해가 있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자신들의 재회의 감동만 얘기할 뿐, 다른 문제들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음은 물론 문제들은 더더욱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런 점들이 불만스럽다. (사신에게) 이번 사태에 대해서 아직도 의문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
목사: 어찌됐건 사람이 ‘산다’는 것은 중요하다. 다른 나라는 비슷한 경우 피랍된 사람들이 풀려났을 때 국민들이 매우 기뻐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이번 경우 우리나라는 국민들 사이에서도 매우 극명한 반응들이 나타났다. ‘그들이 풀려남으로 인해 우리나라에 피해가 있는 게 아닌가’라는 식으로 여론이 몰아져갔다는 점이 아쉽다. 특히 아쉬운 것은 국민들이 ‘그들은 기독교인’이라는 타인적 관점에서 바라보려고 하는 것이다. 그들도 국민의 한 사람이지 않은가. 국민의 한 사람을 구하는 국가의 노력은 당연한 것이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람보> 같은 영화를 보면 여러 사람이 희생되더라도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은가. 사신: 그와 같은 영화들의 경우는 국방의 의무를 진 군인이고, 이번에 피랍되었다 풀려난 이탈리아 기자도 사실 확인을 위해, 자국을 위해 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피랍자들은 국가에서 말렸는데도 아프간에 갔으며 국민의 자격이 아니라 기독교 단체, 한 교회의 자격으로 간 것이다. 국가가 기독교라는 단체를 포함하고 있다고는 하나, 그들은 세금도 내지 않는다. 결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그들을 구한 것이다. 그런데도, 불상사를 당했다고 해서 국민들에게 책임을 떠안기면서까지 그들을 구해야 하는가. 목사: ‘누군가가 유괴되었는데 유괴범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왜 위험하게 밤길을 다니다 험한 꼴을 당하느냐’라고 말하는 것 같다. 피해자가 죄인시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나는 그들이 세계에 전해 줄 가치가 있기 때문에 아프간으로 갔다고 생각한다. 이슬람 국가에서 전도한다는 것은 평생 해도 한 명 할까 말까다. 사람들이 아프간에 가서 할 수 있는 것은 봉사 활동뿐이다. 인류애, 박애정신으로 접근을 해보면 그들의 행위가 전 인류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들이 오지로 나아가 봉사 활동을 함으로 말미암아 대한민국에 대한 다른 시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사신: 동의할 수 없다. 한국은 이번에 탈레반과 협상하는 모습으로 국가 위상이 실추되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국 교민들이 그동안 노력하여 아프간 현지인들이 한국인들에 호감을 갖기 시작했는데 일부건 다수건 어쨌든 (이번 사태로 인해) 한 사람이라도 한국에서 마음을 돌렸다고 한다. 이건 안 좋은 것 아닌가. 결과론적 판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과 같은 결과를 알 수 없었다면, 그들의 의도 자체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해외 선교가 금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사신: 샘물교회에서는 분명 봉사 활동이 아니라 단기선교 형태로 보냈다는 자료를 봤다. 피랍자들 스스로도 선교 활동이라고 생각했다. 의료봉사를 하러 갔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의료봉사를 할 수 있는 지식이 없어 성지에 가서 기타를 치고 찬송가를 불렀다. 기독교의 선교적 목적이 강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그들의 의도나 원인이 좋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또한 정부나 국민들이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 아프간으로 가는 것에 대해 경고를 했고, 현지에서도 위험하기 때문에 오지 말라고 했지만 구태여 가지 않았는가. 그들이 아프간으로 간 원인이 인류를 위한 발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목사: 그건 오해다. 작년 모 선교단체가 추진했던 대규모 ‘평화대행진’ 사건과 이번 사건이 오버랩 되고 있는 것 같다. 한민족복지재단에 공식적으로 3월에 정부로부터 공문이 내려왔고, 그 이후의 활동에 대해서는 제재가 없었다고 알고 있다. 아프간 상황이 좋지는 않았지만, 가지 말라는 ‘권고’ 수준이었다. 편집장: 권고를 어긴 것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목사: 그들도 나올 때마다 ‘죄송하다’라는 말을 가장 먼저 했다. 뿐만 아니라 교계에서도 참회와 반성 선언문들이 많이 발표되었다. 교회 쪽에서는 수많은 얘기를 했는데 전해지지 않는 것이 한계다. 서로의 관점에 의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사신: 반성이라고 하는 것은 사회적인 문제다. 개인적인 반성이 아니라 사회적인 반성을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사과를 하고 성명서를 쓰는 것보다는 사회적인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면 몸값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 같은 것 말이다. 목사: 몸값은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고 있고, 구상권에 대해서는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에서 귀환자들에 대해 사용되어진 부가적인 부분- 항공료·병원비 등 -에 대해서 요구한 부분이 있다. 그 비용은 이미 샘물교회가 책임을 지기로 했다. 정부에서 공식적인 얘기가 나오기 전에 샘물교회에서 부대비용을 책임지기로 대책을 마련했던 것이다. 금전적인 보상도 생각하는 것 같은데, 여전히 참회나 반성의 모습이 없다고 보이는가? 사신: 금전적인 보상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정부가 요구하는 내에서 하는 것이라,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보상은 아니더라도 립 서비스 단계를 넘어선 심리적 보상, 하다못해 사회봉사 활동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목사: 샘물교회는 작은 교회일 뿐이다. 나는 그들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교회가 사회에 이바지해하고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교계에서도 앞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행사 준비에 대한 논의를 계속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퍼포먼스나 행사를 크게 하여 국민들에게 우리가 반성하고 있다는 것을 각인시켜주고 싶다. 다른 얘기를 해보자. 풀려나는 것을 양보한 이지영 씨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의 반응은 ‘영웅 만들기가 확실하다’라는 반응이었다. 이에 대해 양쪽의 의견은 어떤가. 사신: 그들이 풀려나기 직전부터 반기독교 측에서는 세금을 써서 살려야 하느냐는 의견에, ‘기독교 측에서 이지영 씨를 영웅으로 만들어 기독교의 부흥에 쓸 것이다’라는 추측이 숱하게 있었다. 예상대로였다. 목사: 사실하고 다른 부분에 대한 추측이 돌다보면 마치 그것이 사실인 것처럼 되는 것 같다. 탈레반 대변인이 ‘양보를 해서 놀라웠다’라고 말을 한 것을 마음대로 꾸며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사신: ‘놀라웠다’라고 얘기한 것은 우리나라 언론인 <조선일보>였다. 그리고 탈레반 쪽에서는 ‘예정대로 풀어줬다’고 말했다는 기사가 더 많았다. 객관성은 탈레반 쪽이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신뢰할 수 없다. 한국 언론도 기독교편을 들어주는 편이지만, 기본적으로 영웅 만들기를 하는 경향이 많다고 생각한다. 목사: 최근 겪은 일이다. 이번에 피랍 관련 자료집이 나왔는데, 인터넷에만 공개되어 있고 인쇄된 형태로 배포하는 것은 논의 중이다. 그런데 댓글을 보니 ‘이럴 줄 알았다. 이것 팔아서 돈 마련하려고 한다’는 식으로 여론 형성이 되어 있었다. 실제로는 모금이 원활하지 않아서 인쇄물로 돌리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웃음). 당사자로서 상당히 놀랐다. 돈 되는 일이 전혀 아닐뿐더러, 자료집의 내용은 교수 등 전문가들이 쓴 논리적인 글로 당사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다. 마치 그들에 대한 간증으로 채워진 것처럼 네티즌들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신: ‘그것으로 돈을 벌 것이다’라는 말이 아니다. 그들을 영웅으로 만들고 책을 냄으로써 이번 사태로 기독교를 떠나려는 사람들을 잡고, 기독교인들에게 긍지를 만들어주어 기독교에 빠지는 사람들을 늘리려는 의도라고 생각한다. 피랍자들이 귀환하고 이지영 씨가 석방 기회를 양보를 했다는 것에 대한 기사가 계속 나왔는데도 여전히 그것에 의심을 갖고 있는지. 사신: 탈레반이 계획한대로 석방해줬다고 생각한다. 목사: 이지영 씨에게 원래 병이 있어서 병이 있는 사람을 먼저 내보내려고 했단다. 즉, 이지영 씨에게 우선권이 있었는데 이지영 씨는 “내가 언어도 쓸 줄 알고 몸은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니 남겠다”라며 양보했다고 전해진다. 사신: 어쨌든 결정권은 탈레반 측에 있었다. 설령 양보를 했다고 해도 조금 더 봐줘야 할 것은 그 사람의 양보정신이 아니라, 탈레반 측이 그 사람들의 사정을 이해해서 보내줬다는 것일 것이다. 1부에서는 아프간 사태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 차이로 공방이 뜨겁게 전개되었다. 2부에서는 악플 문제와 기독교 내부의 본질적인 문제점에 대한 대담이 이어진다. (<뉴스미션>의 허락을 받아 전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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