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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인 지난해 12월 28일 오전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경제인 간담회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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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선 직후 새정부의 대기업 정책 변화가 재벌의 지배구조 변화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 몇몇 사람들과 이야기해 본 일이 있다. 이명박 정부의 친재벌 관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으나 많은 이들은 보수 친재벌 정부라 할지라도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시대의 흐름에는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할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전망의 근거는 재벌을 지키기 위한 방어책이 새로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하고서였다. 그러나 이런 전망이 흔들리게 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는 '포이즌필' '황금주' 등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어할 수 있는 경영진의 권한을 법제화하려고 하고 있다.
이런 경우를 가정해 보자. 지배구조가 비정상적이어서 적대적 M&A의 위협에 놓인 기업이 있다. 그러면 이를 회피하기 위해 재벌 총수는 여러가지를 '결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만일 반 M&A법이 제정된다면, 그래서 적대적 M&A의 위협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재벌총수는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그러나 기업의 이익에는 반드시 필요한 '결단'을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우려가 법무부의 적대적 M&A 방어권한 법제화로 현실이 되고 있다.
적대적 M&A, 적대적으로만 볼 게 아니다
흔히 적대적 M&A는 상당히 부정적 인상을 지니고 있다. 특히 적대적 M&A가 극히 드믄 한국의 경우 M&A 시도를 하는 기업 자체를, 기업을 망가트리려는 기업 사냥꾼 정도로 생각한다. 또 재계는 적대적 M&A의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 등을 '저투자'의 원인으로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상당히 많은 적대적 M&A가 진행돼 기업 가치가 상승했다. 경영진에 있어서도 이러한 적대적 M&A의 위협은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기업가치 향상에 힘쓰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만일 경영진이 적절한 투자를 통한 지속적인 성장과 투명한 지배구조를 통해 기업을 통제하고 있다면 적대적 M&A의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
적대적 M&A는 잠재적 기업가치가 현재 시가총액에 비해 상당히 클 때 일어나게 된다. 예를 들어, 소버린의 SK 주식회사 인수 시도는 SK 글로벌 사태로 당시 최태원 회장이 구속되자, 순환출자 구조 속에서 최대 주주의 통제력이 약화돼 우량기업인 SK 주식회사 주가가 다른 계열사와 동반 하락하면서 일어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적대적 M&A는 무조건 나쁜 것이고 이는 반 M&A법을 만들어서라도 막아내야 한다"는 논리는 기업을 경영자 측, 특히 재벌 일가와 동치하는 관점에서 출발한 것이다. 실제로 80년대 말과 90년대 초반 미국의 많은 주들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는 명분 아래 앞다투어 반 M&A법을 제정하였는데, 그 결과 기업의 가치는 실제로 하락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규제 완화한다면서 반 M&A법?... '비즈니스 프렌들리'의 모순
새 정부의 경제정책 중 핵심은 규제완화일 것이다. 좋다. 필요없는 규제는 완화해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의 태도는 정말 필요한 규제는 안 하고 필요없는 규제는 하려는 듯하다. 공보험 체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폐지하려 하고, 시장의 선택에 의한 적대적 M&A는 규제로 막아내려 하는 이중적 행태, 무언가 일관성이 없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한가지 일관된 원칙을 찾을 수 있다. 즉, 특정 집단의 이익은 일관성 있게 보장해주려 한다는 것이다. 앞의 두 사례를 규제완화 측면에서 보면 모순되지만 재벌총수 일가의 관점에서 보면 전혀 모순되지 않는다. 둘 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며, 줄기차게 주장해 왔던 바다. 새 정부는 규제완화 정부가 아니라 특정 이익집단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주는 그들만의 정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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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1일 3·1절 행사를 끝낸 뒤 취임 이후 첫 민생 행보로 서울 근교 중소기업인 (주)케이디파워를 방문해 직원들과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 청와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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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는 출범 전부터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friendly) 정부가 되겠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비즈니스'가 동네 구멍가게부터 글로벌 기업까지 너무 큰 편차가 있어서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으나, 현재 정책을 보면 아마도 '재벌 프렌들리' 정책이 아닌가 한다. 이명박정부의 정신이 시장중심의 경제체제라면 '시장 친화'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기업의 이익과 총수 일가의 이익은 일치하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이익과 이건희 회장 일가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반 M&A법은 현재 불안정한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는 재벌 일가에게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건전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투명한 경영을 실현해야 하는 기업의 이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 M&A법은 시작일 뿐이다. 이를 허용하면 앞으로 금산분리 완화·출총제 폐지 등 소위 재계의 숙원이 모두 풀어질 것이다. 사후감시체계가 사실상 전무한 한국에서 이런 식의 변화는 지난 10년간 불완전하지만 지속되었던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을 다시 후퇴시킬 것이다. 또다른 한보·대우 사태가 오지 말란 법이 없다.
IMF 사태가 다시 올 수 있음을 새정부는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