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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상대로 전쟁하라고 부추긴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는 그렇게 ‘국민 통합’ 강조하더니

이경희330 2009. 1. 30. 22:26

조율.1] 조선일보의 어제

소위 '잃어버린 10년' 동안 조선일보가 권력자들에게 끊임없이 요구했던 한 마디가 있다. 바로 국민통합이란 네 글자다. 조선일보는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있을 수 없다는 듯, 틈날 때마다 입을 벌릴 때마다 "분열의 상처 극복하고 국민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고, "자신을 반대했던 국민들의 목소리도 소중하게 경청해야 한다"고 주야장천 노래를 불러댔다, 가령 이런 식이었다.

1997년 12월 20일, 그러니까 야당후보였던 김대중 씨가 1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다음날, 조선일보는 <김당선자에 바란다>는 제하의 사설에서 국민단합과 사회통합을 당선자의 제1성으로 주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절체절명의 과제는 경제회복이며 사회안정이고 그것을 위한 국민단합이다. 그래서 우리는 김당선자가 당선 제1성으로 사회의 대통합을 선언하기를 바랐다. 그는 그를 지지하지 않은 60%의 유권자가 무엇을 우려했는가를 제일 먼저 읽어야 한다. 그것은 거기서 연유할 수 있는 막연한 사회적 불안상태와 관망적 태도라고 말할 수 있다..."

그 다음날, 조선일보는 <악연의 해원>이라는 사설에서 적대적이었던 세력과도 화합,화해하고 진정한 국민통합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화 세력과 개발독재 세력、 소외지역과 정권창출 지역、 통치세력과 저항세력…운운하던 지금까지의 균열상을 뛰어넘어 이제는 진정한 국민통합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상처주고 상처받고 하던 싸움의 악순환을 끊는 화합과 화해의 정신을 모두가 발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1998년 2월 25일「국민의 정부」가 출범했을 때, 조선일보는 통합능력이야말로 정치력의 관건이라며 모두를 감싸안는 '열린 정치' '뚫린 정치' '트인 정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이 폭넓은 이해력을 가지고서 우리 사회의 여러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참을성있게 조정하고 타협시켜나간다면 국민은 그 치우침없는 통합노선에 안도와 신뢰를 표시할 것이다. 「통합능력」이야말로 정치력의 관건으로서 새 정부의 가장 기조적인 통치철학이 됐으면 한다... 왜냐 하면 미래지향적인 국민통합 없이는 우리가 오늘의 경제난국을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며, 경제난국 극복없이는 백가지 다른 계획과 의욕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사설, <「통합」과「경제」두 축을>)

「국민의 정부」에 대한 이런 주문은 훗날 조선일보가 김대중 정부를 비판하는 뗄감으로도 활용됐다. 여야 대립이 극심했던 정권 중반기에 조선일보는 한국정치가 적대적 대립과 충돌로 시종하고 있다고 질타하면서 통합기능을 상실한 정당정치를 큰소리로 꾸짖었다. 이렇게...

"한국정치의 죄목은 두 가지다. 첫째는 분열을 흡수 지양하는 통합기능의 상실이다. 국가진로와 국정현안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대결, 보수적 접근법과 진보적 접근법의 적대적 충돌, 이 지역 저 지역을 가르는 고질적인 구태를 좀처럼 치유하지 못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상호보완 관계에 설 수 있는 그런 모든 문제들을 갈수록 상극의 길로 내모는 일에 정당과 정당정치가 첨병노릇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사설, <통합의 정치로 나가야>, 2001.08.09)

노무현 정부 들어서도 통합을 노래하는 조선일보의 레파토리는 바뀌지 않았다. 바뀌기는 커녕, 볼륨이 더 커졌고 목소리는 더 악착스러워졌다. 2002년 12월 20일, 노무현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을 때, 조선일보가 그에게 주문한 첫번째 과제는 선거과정에서 심화된 우리 사회의 분열을 치유하고 국민적 컨센서스를 이루라는 것이었다. <노 당선자 ‘분열의 상처’부터 아물려야> 사설의 몇 대목을 발췌.소개한다.

"노 당선자는 무엇보다 먼저 선거과정에서 심화된 우리 사회의 분열을 치유하는 데 힘과 지혜를 쏟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허심탄회한 자세로 패자와 그를 지지한 층을 성심껏 포용해야 한다... 노 후보는 이제 특정 정파나 계층의 대표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대표가 된 만큼 자신의 철학과 국정운영 원칙에서 보다 보편적 타당성을 추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대통합'을 요구하는 조선일보의 절박한 목소리는 그 다음날에도 이어졌다. <노무현 당선자의 ‘대통합론’>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둘로 나뉜 대한민국을 하나로 묶는 일이야말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직면한 "최대과제"요 "노 당선자가 풀어야 할 가장 급한 현안이면서 동시에 그의 임기 5년 동안 지속적인 노력을 요구하는 과제"라고 거듭 거듭 환기시켰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직면한 최대과제는 둘로 나뉜 대한민국을 하나로 묶어 평화와 번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이 같은 분열의 극복이야말로 지금 노 당선자가 풀어야 할 가장 급한 현안이면서 동시에 그의 임기 5년 동안 지속적인 노력을 요구하는 과제다..."

2003년 2월 25일 「참여정부」가 닻을 올리던 날, 전체국민을 차별없이 보듬어야 한다는 조선일보의 통합가는 다시 울려 퍼졌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요구와 달리 '적을 늘리면 개혁'으로 가면 대한민국은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을 은근슬쩍 곁들이기도 했다.

"열쇠는 결국 리더십이다. 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는지 여부도 전적으로 여기에 달려 있으며, 그것은 어느 특정 지역과 세대·계층의 파당적 지지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러려면 노 대통령 스스로 국민에게 다가서야 한다. 특히 자신에게 투표하지 않은 51.1% 국민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노 대통령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한다... 만약 노 대통령이 ‘친구가 아닌 적을 늘리는 개혁’ ‘자신들만의 개혁’으로 치닫는다면 대한민국은 또 한번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사설, <‘노무현 시대’ 3대불안 극복해야>)

이후 노무현 정부가 ‘자신들만의 개혁’을 추진하려고 할 때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야당인 한나라당의 방해가 격해지고 나라가 출렁일 때마다, 조선일보는 노 대통령이 국민을 적으로 만들고 있다며 무시로 격한 비난을 쏟아냈다. 조선일보의 독기서린 음성을 몇 개만 들어 보시라.

"대통령이 남은 1년 반 동안 국민을 위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대통령도 조용히 살고, 그래서 국민도 조용히 살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국민 뜻과 다른 ‘숙제’를 하겠다며 나라를 다시 휘젓지는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다..."(사설, <대통령의 기억, 국민의 기억>, 2006.08.31)

"대통령이 이끄는 3년8개월 동안 대한민국과 세계와의 거리는 동해바다보다도 더 벌어진 것이다.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이런 사태를 만든 근본원인인 대한민국 대통령과 대한민국 국민 사이의 이 위태위태한 거리를 직시해야 한다..."(사설, <東海바다만큼 벌어진 대통령과 국민과의 거리>, 2006.09.18)

"이 정권은 집권 3년반 만에 한 나라 한 국민을 한 나라 두 국민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정치에 의해서 두 쪽으로 분열된 국민들이 지금 무엇보다 절실히 기다리고 있는 리더십은 국민을 다시 한 나라 한 국민으로 되돌아가게 해 서로를 격려하고 서로를 위로하는 국민으로 만드는 리더십이다..."(사설, <大選走者 제1요건은 국민 상처 아물게 할 리더십>, 2006.10.03)

"지금 이 나라에선 국가 네트워크의 중심축인 대통령이 자신의 팬클럽을 제외한 국가의 모든 세력과 반목·대립·불화하고 있다. 친구를 늘리는 대신 적을 만들고 늘리고, 앞선 이들의 노고를 인정하는 대신 선인의 발자취를 모두 뭉개버리는 리더십의 말로란 이처럼 막막하고 적막한 것이다. 그러니 이 나라에선 대통령하기보다 국민 노릇하기가 더 어려운 것이다..."(사설, <노무현 대통령 모시고 국민 노릇하기 어렵다>, 2006.12.05)

"국민은 대통령을 쳐다보고 있다. 국가적 난제에 대한 답을 찾고 국민을 단결시켜 이끄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밤잠을 못 자고 고뇌해야 할 것은 이들 문제에 대해 국민들에게 어떤 대답을 주어야 하느냐이지,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들에게 분노의 반격을 퍼붓는 일이 아니다...대통령이 또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더 이상 국민들 마음에 손톱 자국을 내지 말라는 것이다..."(사설, <임기 1년 남은 대통령의 使命>, 2006.12.27)

"대통령답다는 것은 그를 지지하든 반대하든 국민이 보기에 그래도 나라와 국민의 안녕을 지키는 최후 보루라는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대통령제 국가는 이 믿음 위에 서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노 대통령은 지금 나라의 뿌리라고 할 그 믿음을 스스로 그 싹까지 밟아 뭉개 가면서 동서남북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다. 대통령이 대통령답지 않으면 실제로는 대통령은 없는 것이다..."(사설, <대통령이 국민 향해 ‘붙어볼래’ 하는 나라>, 2006.12.29)


그러더니 급기야 정권 말기인 2007년엔 '대한민국 헌법 제1조'까지 꺼내 들었다. "이명박 OUT"을 외치던 촛불집회 현장에서 울려 퍼졌던 바로 그 노랫말을 조선일보가 1년 앞서 노무현 정부에게 써먹었다는 사실이 참 재밌지 않은가. 합법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향해 "국민을 잘 섬기지 못하면 독재다"는 무시무시한 말을 입에 담았다는 사실 또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 이 나라 헌법의 제1조다.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게 주어지는 권력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잘 섬기라고 국민이 맡긴 국민의 권력이다. 이 기본 원리를 거역하는 것이 독재다. 이날 노 대통령의 화난 표정과 국민을 향해 던진 위협적인 언사는 마치 과거 권위주의시대의 청와대 필름을 다시 돌리는 것 같았다..."(사설, <점점 두려워지는 대통령의 생각>, 2007.01.05)

[조율.2] 조선일보의 오늘

이처럼 말끝마다 '통합'을 달고 다니며 '국민 우선'을 외쳤던 조선일보 입에서 돌연 '좌파와의 전쟁' 얘기가 흘러 나왔다. 좌파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무슨 일을 하려고 할 때마다 사사건건 발목을 잡으며 반대만 하고 있으니 그들을 끌어안기보다 그들을 상대로 "급진적. 파격적.혁명적으로" 일전을 선포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적 페르소나라 할 수 있는 김대중 고문의 2009년 1월 28일자 기명칼럼에서 나온 소리다.

▲ 2009년 1월 28일자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 칼럼 

김 씨의 논리를 잠시 따라가 보자. 그는 "이명박 씨가 대통령이 된 후 무슨 일을 하려고 하면 누군가, 무엇인가가 발목을 잡는다"며 두 가지를 지적한다. 임기 첫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국정이 마비되다시피 한 것이 그 첫째고, 용산 철거 참사가 그 둘째라는 것이다.

김 씨는 "이쯤에서 이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으로서 일을 하는 데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걸림돌인지를 냉철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이 대통령의 장애물로 인사의 문제와 좌파의 문제를 거론한다. 그런데 '인사'가 용인술에 관한 이 대통령 자신의 문제라면 '좌파'는 그가 싸우고 다스려야 할 객관적 상황이다. 이하의 글에서 김 씨는 인사 문제에 대해 짧게 언급한 다음, 이 대통령이 맞서 싸워야 할 외부의 적 곧 '좌파와의 전쟁'에 대해 길게 서술한다.

그러면 '좌파'란 어떤 사람들을 일컫는 것일까? 김 씨의 설명에 의하자면, '좌파'는 "사사건건, 호시탐탐 그(이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목표는 "MB정권의 퇴진"에 있다. "쇠고기 수입의 문제도, 각종 MB입법도, 그리고 용산 철거 참사"도 모두 'MB퇴진'을 부르짖는 이들 좌파의 작품들이다. 그들은 "조금만 문제가 있으면 모두 곧바로 'MB'로 연결"시킨다. 그들에게는 "정책의 옳고 그름에 대한 논쟁"도 없고, "빌미만 생기면 기다렸다는 듯이 이미 준비된 '갈등의 증폭과 증오의 재생산'을 쏟아"내며, "마치 가진 자의 부가 못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 형성된 것인 양 몰아간다"는 것이다.

김 씨 말대로라면,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국민 모두가 '좌파'에 속한다. 쇠고기 수입문제에 반대하며 촛불을 들었던 모든 국민들, 각종 MB 악법에 반대하는 60%가 넘는 국민들, 그리고 용산 철거 참사에 분노하며 MB퇴진을 부르짖는 모든 국민들이 다 좌파에 해당된다. 김 씨는 이 대통령에게 이들을 과감히 내치고 마이웨이를 가라고 주문한다.

"그가 이제 새삼스럽게 국민통합적 지도자로 재탄생하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좌파'가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물고 늘어지는 상황에서 이미 약세를 보인 대통령으로서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이 이런 환경에서 해야 할 일은 포퓰리즘에 구애되지 말고 소신대로 직선으로 결연하게 가는 것이다. 공연히 좌파도 끌어안고, 경제도 살리고, 안보도 키우는 식의 '만능 지도자'를 자처할 것이 아니다...(중략)...

좌파와의 싸움이 피해갈 수 없는 것이라면, 그들이 잡은 발목을 빼내기 위해서라도 그 싸움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 좌파에 밀리면 경제도 살릴 수 없다. 그것이 그가 실패 속에서도 이기는 길이며 '이명박의 5년'을 남기는 길이다."


'국민통합'같은 거추장스런 술로건에 더이상 얽매이지 말란다. 반대자들을 끌어안는 식의 만능 지도자' 연기는 더이상 하지 말란다. 자기 사는 길에 걸림돌이 되는 국민들은 보란 듯이 팽개치고 뿌리뽑으란다. 입만 벌리면 '국민 통합'을 노래하던 조선일보에서 나온 소리가 이러하다.

▲ 문한별 편집위원 
그렇다면 지난 10년 동안 김대중 노무현 두 정부를 향해 '국민 대통합'을 주문하던 조선일보의 모든 말은 다 사기였다는 걸까? 조선일보가 사설란을 통해 시시때때로 "반대하는 국민도 껴안아야 한다"고 역설했던 것이 실은 개혁정권의 발목을 묶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거짓공작이었다는 그런 말일까? 그게 아니면,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들에게 분노의 반격을 퍼부어서는 안된다던, 나아가 자기를 반대하는 국민도 끌어 안아야 대통령다운 것이라던 조선일보는 어디로 간 것일까?

한 입으로 각기 다른 두 말을 동시에 내뱉는 조선일보의 복화술 묘기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러나 설 연휴가 끝나기가 무섭게 배설한 김 씨의 이번 커밍아웃은 여전히 충격적이다. 너무 적나라해서. 너무 노골적이어서. 너무 야시시해서. 아아. 이제 남은 건 전쟁 뿐인가?

문한별/편집위원